[한국일보 2015년 7월 13일자에 ‘페라리 최신작 488 GTB 이름에 담긴 뜻은?’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이탈리아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면서 세계적 스포츠카 브랜드인 페라리가 최근 새 모델인 488 GTB를 공개했다. 458 이탈리아의 후속 모델로 만들어진 488 GTB는 페라리 기준으로는 대중적인 모델의 계보를 잇는다. 8기통 엔진을 얹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페라리는 12기통 엔진에 큰 의미를 두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모델로 내세워왔다. 국산차에서는 소수의 최고급 모델에만 쓰이는 8기통 엔진이 페라리에서는 대중적인 모델에 쓰인다는 점은 차의 개념과 성격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488 GTB라는 이름은 페라리의 전통적인 작명법을 따른 것으로, 1990년대 이후 모델 이름에서 사라졌던 GTB라는 표현이 오랜만에 부활했다. GTB는 ‘그란 투리스모 베를리네타(Gran Turismo Berlinetta)’라는 말의 머리글자다. 이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뜻하는 말(그란 투리스모)과 스포티한 디자인의 쿠페를 가키리는 말(베를리네타)을 합친 것이다. 과거에 GTB라는 표현은 지붕 부분만 떼어낼 수 있게 만든 GTS와 함께 페라리의 8기통 엔진 모델에만 쓰였다. 1975년에 등장한 308에서 처음 쓰인 이후, 1995년에 단종된 348까지 20여 년동안 쓰이다가 사라졌고, 다시 20여 년만에 부활한 것이다.

한편, 모델명 앞쪽에 자리를 잡은 488이라는 숫자는 전통적인 페라리 8기통 엔진 모델의 작명법에서 벗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엔진 배기량을 뜻하는 두 자리 숫자에 8기통을 뜻하는 8을 덧붙이거나 배기량을 세 자리 숫자로 썼다. 308과 328, 348, 458이 전자에, 360 모데나와 F430이 후자에 속한다.

이번에 488 GTB에서는 페라리의 간판인 12기통 엔진 모델에 주로 썼던 숫자 표시방법을 썼다. 엔진의 실린더당 배기량을 세 자리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는 488 GTB가 대중적인 모델에서 벗어나 한층 뛰어난 성능의 12기통 엔진 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차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실린더당 배기량을 세 자리 숫자로 모델명에 넣는 것은 페라리가 설립 후 처음으로 1947년에 만든 차였던 125 S부터 였다. 엔진 기통당 배기량이 125cc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기통이 모두 12개였으니 엔진 전체 배기량은 1,500cc 즉 1.5리터다. 같은 방식으로 488 GTB의 엔진 배기량도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배기량이 488cc인 기통이 8개가 있으므로 엔진 전체 배기량은 3,904cc(실제 배기량은 3,902cc) 즉 3.9리터다.

두 개의 터보차저가 더해진 488 GTB의 8기통 엔진은 67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국산 고급 승용차에 쓰인 3.8리터 엔진의 최고출력이 315마력인 것과 비교하면, 페라리의 대중적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놀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