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벡터링, 경차에도 필요한 걸까?

[ 2017년 2월 2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기아자동차는 지난 1월, 경차인 모닝의 3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각종 판촉활동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모델 변경 시기를 앞두고 동급 판매 1위 자리를 스파크에게 내어주기도 했던 만큼, 새 모닝은 이제 규모를 갖춘 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경차 최초’를 강조하며 우월성을 강조하는 항목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토크 벡터링 기술이다. 토크 벡터링(torque vectoring)은 자동차에서 바퀴로 전달되는 구동력 즉 토크의 크기와 방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말한다.

토크 벡터링의 특징과 장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자동차에서 토크가 전달되고 배분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대개 엔진에서 나온 동력은 변속기를 거쳐 디퍼렌셜(differential, 차동장치)로 전달된다. 디퍼렌셜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우선 변속기로부터 넘겨받은 동력을 좌우 바퀴에 모두 전달하기 위해 두 갈래로 나누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양쪽 바퀴가 서로 다른 속도로 구를 수 있게 만드는 기능이다.

차가 직진할 때에는 양쪽 바퀴가 같은 속도로 구르지만, 커브를 돌 때에는 안쪽 바퀴보다 바깥쪽 바퀴가 더 많이 굴러야 한다. 그럴 때 디퍼렌셜은 좌우 바퀴가 다른 속도로 회전할 수 있게 만든다. 이때 회전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바퀴에 걸리는 저항이다. 안쪽 바퀴에 저항이 걸려 느리게 돌면, 디퍼렌셜은 안에 있는 기어 구성을 통해 바깥쪽 바퀴를 빨리 돌리는 것이다.

디퍼렌셜은 바퀴의 저항에 따라 피동적으로 회전 차이를 만든다는 한계가 있다. 차가 커브를 돌 때에는 원심력 때문에 차체가 바깥쪽으로 쏠리는데, 이때 바깥쪽 바퀴는 차체 무게가 실리면서 접지력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안쪽 바퀴의 접지력은 낮아진다. 따라서 바깥쪽 바퀴에는 토크가 제대로 전달되지만 안쪽 바퀴는 그렇지 않다. 노면 상태가 좋은 길에서 얌전히 달릴 때에는 그와 같은 접지력과 토크의 불균형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급하게 굽은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릴 때처럼 차체가 심하게 쏠릴 때에는 움직임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차에는 좌우 바퀴의 회전 차이를 억제하는 차동제한 디퍼렌셜(LSD) 같은 장치를 달기도 한다.

그러나 LSD 역시 피동적이기는 마찬가지여서 한계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한다. 반면 토크 벡터링 기술은 능동적으로 토크 배분 비율을 조절한다. 주행 상태에 따라 좌우 바퀴로 전달되는 토크를 직접 조절함으로써 주행안정성을 높이고 차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만드는 것이다.

토크 벡터링을 구현하는 장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원래 의미를 살린 것은 액티브 디퍼렌셜 방식이다. 이 방식은 특별한 장치를 이용해 디퍼렌셜이 양쪽 바퀴와 연결된 축(드라이브 샤프트)으로 전달하는 토크를 조절한다. 대개 각종 센서로 감지한 주행상태 관련 정보를 전자장치가 판단하고, 상황에 맞게 여러 판으로 이루어진 클러치(다판 클러치)를 제어해 토크를 조절한다. 이 방식은 정밀하고 섬세하며 자연스러운 제어가 가능한 대신 복잡하고 무거우며 비싸다.

다른 한 종류는 브레이크 제어 방식이다. 이 방식은 코너를 도는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바퀴 회전을 억제하는 식으로 토크를 조절한다. 원리는 전혀 다르지만 구조는 간단하다. ESC(전자제어 주행안정장치)에 쓰이는 장치와 기능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액티브 디퍼렌셜 방식에 비하면 조절할 수 있는 토크의 크기는 작지만 차가 무거워지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토크 벡터링은 뒷바퀴 굴림이나 네 바퀴 굴림 차에서도 유용하지만, 특히 앞바퀴 굴림 차의 타고난 단점인 언더스티어(커브에서 차체 앞쪽이 회전경로 밖으로 밀려나려는 현상)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뒷바퀴 굴림 차보다 둔한 스티어링 반응도 민첩해진다. 다만 차체 앞쪽이 무겁고 공간 여유가 적어 액티브 디퍼렌셜을 달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액티브 디퍼렌셜은 값이 비싸서 대중적인 차에 쓰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포드 포커스, 폭스바겐 골프 등 모닝에 앞서 토크 벡터링 기술을 쓴 앞바퀴 굴림 차들이 대부분 브레이크 제어 방식을 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새 모닝에 쓰인 토크 벡터링(TVBB) 역시 브레이크 제어 방식이다. 다만 토크 벡터링은 차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 모닝은 고성능 차라고 하기는 어려운 만큼, 스티어링 반응을 민첩하게 만들어 운전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개념으로 더해진 기술이라고 보는 것이 알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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