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 300 4매틱 익스클루시브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3월호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세단 특집 기사에 실린 제 글의 원본입니다. BMW 5 시리즈 데뷔에 발맞춰,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재규어 XF, 볼보 XC90, 렉서스 ES 등을 여러 자동차 저널리스트가 나누어 타고 각각의 장단점과 매력을 살펴본 기획 기사였습니다. ]

얼마 전 행사에서 만난 한 자동차 저널리스트에게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현대 쏘나타보다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 전체 판매대수는 쏘나타가 많지만, 렌터카나 택시로 팔린 물량을 빼고 실제 개인이 산 차만 따지면 맞는 얘기였다. 잘 팔리는 차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장점들을 모두 제쳐놓더라도, 보편적 소비자가 만족할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자동차는 값 대비 가치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8,000만 원이 결코 푼돈이 될 수는 없지만, 그 값을 치르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면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분명히 지갑을 연다.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에 이어 C-클래스, 그리고 E-클래스까지 쌍둥이같은 디자인으로 갈아입힌 이유 중 하나는 ‘크기만 다를 뿐, 어느 것을 골라도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더 뚜렷이 심으려는 것이다. 디자인 뿐 아니라 꾸밈새까지 모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덕분에 그런 의도는 잘 먹혀들고 있다. 취향에 따라 평가는 다르겠지만,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겉모습과 실내 모두 그렇다. 물론 강렬한 자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의도한 바다.

함께 나온 다른 차들도 골고루 몰아보고 앉아봤지만, 몸이 느끼는 편안함은 단연 E-클래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눈에 들어오는 내장재의 재질감과 마무리, 복잡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화려함을 적당히 드러내는 디자인, 여러 버튼과 장치들의 일관된 조작감은 ‘내가 좋은 차, 비싼 차에 앉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특히 이전 세대보다 앉아 있을 때의 느낌이 좋다.

시트는 몸을 잘 감싸는 곡면과 폭신함과 탄탄함의 균형을 잘 맞춘 쿠션이 어우러져 꽤 편안하다. 신선한 충격은 앞좌석보다 뒷좌석이 더 크다. 함께 나온 다른 차들은 물론, 이전 세대와 비교해도 뒷좌석의 안락함은 탁월하다. 패밀리카 성격의 차인 이상 뒷좌석 편의장비가 화려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시트는 적당히 낮고 등받이가 누워 맞춰져 있다. 뒷좌석이 쉬는 공간이라는 느낌은 E-클래스가 단연 으뜸이다.

달리는 느낌은 시종일관 나긋하고 편안하다. 가속과 감속, 몸놀림 모두 지극히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직렬 4기통 2리터 터보 엔진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은 트렁크에 붙은 E 300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짐작할 수 없다. 매끄러운 가속 반응과 9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감각은 모는 이에게 4기통 엔진임을 의심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정직하면서도 고분고분하게 스티어링 휠을 따라 움직이는 차체는 좀처럼 허술함을 드러내지 않는 승차감과 어우러져 모는 이를 안심시킨다.

반쯤은 자율주행차를 모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첨단 주행보조 기술은 자연스러울뿐 아니라 똑똑하기도 하다. 스스로 차로를 유지하며 달리면서 거센 옆바람이 불면 스티어링 휠을 알아서 고쳐 돌리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떤 내용물이 들어있는지 굳이 알 필요 없으니, 그저 편안하게 가려는 곳까지 가면 된다는 식이다. 이 값을 주고 손에 넣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E-클래스의 상차림은 풍성하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차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E-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커맨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컨트롤러를 이전의 다이얼 방식과 터치패드가 모두 들어가게 만든 것은 조금 지나치다. 통합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두 방식 모두 다 집어넣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주행감각에도 빈틈은 있다. 이전 세대보다 나아지긴 했어도, 고속에서 노면을 든든하게 붙잡고 달리는 느낌이 곧잘 희미해진다. 심지어 시승차에는 4매틱 4륜구동 시스템을 갖췄는데도, 불안할 정도는 아니지만 두어 세대 전 E-클래스의 듬직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썩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다른 차들은 나름의 개성을 뽐내지만, E-클래스는 톡톡 튀는 자극이 적은 대신 남다른 포용력이 있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위주로 차를 고른다면 모를까, 여러 용도로 두루 쓸 차로서 운전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역할을 할 차를 원하면서 이 차급 차를 사기에 충분한 여력이 있다면 딱히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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