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2 쿠페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4월호 중국 특집에 포함된 ‘Performance for China’ 기사에 쓴 제 글의 원본입니다. 중국 시장에 맞춰 배기량과 성능을 조율한 고성능 차 다섯 모델을 한 자리에 모았고, 그 가운데 저는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을 얹은 BMW M2 쿠페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

BMW는 21세기 들어 차종 다양화와 더불어 여러 모델에 폭넓게 쓸 수 있도록 엔진 개발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흐름 중 하나는 특정한 배기량을 중심으로 대배기량 엔진 종류를 정리한 것이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성능을 그보다 작은 배기량 과급 엔진으로 얻는 다운사이징의 결과다. 이제는 BMW가 오랫동안 탁월함을 인정받았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찾기 어렵다.

현재 BMW 가솔린 엔진 라인업에서 직렬 6기통 3.0리터와 V8 4.4리터 엔진 사이에는 비교적 큰 공백이 있다. 즉 배기량 3.0리터부터 4.4리터 사이의 자연흡기 엔진들이 차지하던 영역을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한 구성으로 모두 해결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배기량 2.0리터와 3.0리터 사이의 영역도 대부분 2.0리터 터보 엔진으로 정리되었다. 고성능 M 모델도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BMW가 점점 더 작은 모델에 힘을 실으면서, 다운사이징 흐름과 성능 사이의 알맞은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M 모델의 막내로 더해진 1M 쿠페는 일반 모델용 N54 직렬 6기통 3.0리터 트윈 터보 엔진을 튜닝해 얹었다. 바탕이 되는 1 시리즈의 물리적 한계와 윗급 모델과의 관계를 모두 고려한 선택이었다. 1M 쿠페의 후계차인 M2도 개발조건이나 모델을 둘러싼 환경은 비슷했다. 모델 서열 상 M3/M4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성능을 내면서도 일반 2 시리즈와 차별화된 성능을 내는 엔진을 올려야 했다.

BMW는 그 숙제를 N55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으로 풀었다. N55 엔진은 모델 이름이 35i로 끝나는 여러 모델에 두루 쓰인 BMW의 간판 엔진 중 하나다. 이 엔진을 1M 쿠페와 비슷한 방식으로 튜닝해 M2에 얹은 것이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대로 엔진 라인업이 정리되면서, M2와 윗급 모델인 M3/M4 사이에는 공통점이 생겼다. 직렬 6기통이라는 엔진 형식과 3.0리터라는 배기량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BMW 일반 모델의 중간 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은 물론 M2에서 M3/M4에 이르는 아랫급 고성능 모델의 엔진도 3.0리터 터보라는 틀 안으로 정리 되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M2보다는 M3/M4의 엔진 배기량이 3.0리터로 바뀐 것이 의미가 더 크다. 

M2 엔진의 의미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N55 엔진이 수명을 다하기 전에 피어오른 마지막 불꽃’이 M2에 쓰인 N55 엔진이다. N55 엔진의 뒤를 이어 2015년부터 쓰이기 시작한 신세대 직렬 6기통 B58 엔진은 모듈 설계로 이전 세대와 뚜렷하게 선을 긋기 때문이다. 직접분사 기술이나 터보차저가 더해진 지금은 과거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있지만, BMW의 직렬 6기통 엔진은 여전히 내연기관 기술의 백미라 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N55 엔진은 그런 BMW 직렬 6기통 엔진 계보에서 한 장을 마무리하는 엔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M2의 N55 엔진을 낡은 구세대 엔진이라 할 수 있을까? 직렬 6기통 엔진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질감, 꾸준히 숙성되어 거친 느낌과 이질감이 거의 사라진 직접분사 기술과 트윈스크롤 터보차저, 회전수를 높일 때 터보 랙을 거의 느낄 수 없으면서도 비교적 높은 회전수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이어지는 풍성한 토크…. 이처럼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이 엔진에 감히 낡았다는 표현을 들이대는 것은 오만이다.

훌륭한 심장을 품은 M2가 훌륭한 차인 것은 분명하다. 다루기 좋고 잘 달리는, 여러 면에서 매력적인 차다. 실컷 달리고 난 뒤 차에서 내릴 때 운전자의 기억에 매력적인 엔진을 각인하려는 것이 BMW의 의도였다면, M2에는 그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 다만 차가 주는 재미는 ‘힘’쪽에 좀 더 쏠려 있다. 윗급 모델에 비하면 엔진과 하체의 조율이 훨씬 더 균형점에 가깝지만, 엔진이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하체가 주는 피드백이 건조하게 느껴진다. 운전에 몰입하기는 좋아도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는 살짝 아쉽다. 물론 엔진 라인업을 단순화하면서 달리기의 개성이 뚜렷한 모델을 다양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M2가 주는 일말의 아쉬움은 충분히 접어둘 수 있다.

[ BMW M2 쿠페의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 ]

과거 M 모델은 대부분 일반 모델에 쓰이는 것과는 달리 M 디비전에서 전용 엔진을 새로 개발하거나 일반 엔진을 대대적으로 개조한 것을 썼다. M 모델의 엔진은 코드명이 일반 엔진에 붙는 N이 아니라 S로 시작했다. 현행 M3/M4(코드명 F80/82/83)에 쓰인 S55 엔진도 마찬가지다. S55 엔진은 일반 N55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75퍼센트의 부품을 N55 엔진과 공유하고, 크랭크케이스와 크랭크샤프트, 피스톤, 흡배기 밸브 등 25퍼센트의 부품은 새로 개발해 썼다. 한편, M2의 엔진은 N55 엔진이 고성능 버전이지만, S55만큼 많은 부분을 새롭게 만들지는 않았다. S55 엔진에서 단조 크랭크샤프트와 커넥팅 로드, 피스톤 링 등 일부 요소를 가져오고 기타 부품을 손질해 조율한 것이다. 엔진 오일과 흡배기 흐름을 개선하는 한편 터보차저의 부스트압도 살짝 높였다. 또한, 성능향상만큼 내구성에도 신경을 쓴 것이 특징이다. 근본적으로 S 엔진은 모터스포츠 투입을 고려해 개조한 것으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M2에 N 엔진이 쓰였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일반 도로주행에 초점을 맞춘 엔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