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7월 9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아우디는 7월 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 자동차 브랜드 처음으로 포뮬러 E에 출전한다고 밝혔다. 포뮬러 E는 전기 경주차만 참가할 수 있는 포뮬러 경주 선수권 대회다. 세계 모터스포츠를 관장하는 기관인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주관하는 포뮬러 E는 FIA가 ‘미래의 모터스포츠’로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엔진을 쓰는 경주차와 달리, 전기 경주차는 주행 중 배기가스를 내놓지 않고 소음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포뮬러 E는 그런 장점을 살려 전용 경기장인 서킷 대신 세계 주요 도시의 도심지 거리를 임시 서킷으로 만들어 경기를 치른다. 2016/2017 시즌은 홍콩, 모로코 마라케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멕시코 멕시코 시티, 모나코,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 순서로 대회가 열려 현재 마지막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쓰이고 있는 포뮬러 E 경주차는 190kW 남짓한 출력의 전기 모터로 3초 만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고, 최고속도 225km 전후의 성능을 낸다. 모든 팀이 규정에 따라 정해진 섀시를 쓰게 되어 있지만, 전기 모터, 인버터, 변속기, 냉각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즉 팀마다 독자적인 전기 구동계를 개발해 쓸 수 있으므로 노하우를 쌓고 반영할 수 있다. 현재 출전하고 있는 10개 팀 대부분에 기존 완성차 업체나 전기차 업체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모터스포츠 경험을 통해 각자 전기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아우디는 재규어와 PSA 푸조 시트로엥의 고급 브랜드인 DS에 이어 완성차 업체 중 세 번째로 직접 팀을 꾸렸다. 사실 아우디는 포뮬러 E 출범 초기부터 간접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대회가 시작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출전하고 있는 압트 섀플러(Abt Schaeffler) 팀을 후원해 왔기 때문이다. 압트 섀플러 팀은 독일 튜닝 및 모터스포츠 업체 압트(Abt)가 운영하고 기계부품 업체 섀플러가 주 스폰서로 참여했다. 그러나 올 연말에 시작하는 2017/2018 포뮬러 E 시즌부터는 압트 팀을 아우디가 직접 운영하게 된다. 아우디와 압트의 계약에 따라 팀 이름은 아우디 스포트 압트 섀플러로 바뀐다. 아우디, 재규어, DS 외에도 기존 완성차 업체로는 르노, 마힌드라, BMW, 벤투리가 후원사 또는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고, 넥스트EV, 패러데이 퓨처 등 최근 한창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벤처 기업도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우디는 첫 전기차인 E-트론 SUV를 2019년부터 양산할 예정이어서, 아우디의 이번 포뮬러 E 직접 참여는 포뮬러 E를 구동계 전동화 홍보 방법 중 하나로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우디의 WEC 철수로 일감이 줄어든 아우디 모터스포츠 부문의 인력 중 일부를 흡수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물론 비용에 관한 고려도 무시할 수 없다. 아우디는 부인했지만, 독일 유력 신문인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WEC에서 발을 빼면서 절감하게 된 비용이 연간 3억 유로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아우디의 포뮬러 E 참여는 비용을 줄이면서 모터스포츠 활동은 이어나가기 위해 택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아우디는 주요 기술을 알리는 데 모터스포츠를 적극 활용해 왔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는 WRC에서, 휘발유 직접분사 기술과 터보차저를 결합한 TFSI 엔진과 직접분사 방식 디젤 엔진인 TDI, 하이브리드 기술은 르망 24시간 경주를 포함한 세계 내구 경주 선수권(WEC)을 무대로 삼아 알렸다. 토요타가 F1 철수 이후 하이브리드 기술 홍보를 위해 WEC에 뛰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터스포츠가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포뮬러 E 역시 많은 이의 관심사가 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가 여러 이유로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는 포뮬러 E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모터스포츠 역시 자동차 전동화라는 흐름을 따라 변화하고 있다. 물론 경쟁을 통해 기술의 수준을 높인다는 모터스포츠의 본질 중 하나는 구동계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포뮬러 E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기술 경쟁이 앞으로 소비자에게 더 효율적이고 성능이 뛰어난 양산 전기차라는 혜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