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뛰어드는 전기차 만들기, 성공 가능성은?

[ 2017년 10월 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주, 외신을 통해 접한 소식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헤어 드라이어, 청소기 등 값비싼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영국 회사인 다이슨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다는 이야기였다. 다이슨은 가전제품 개발로 얻은 배터리와 모터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혁신적인 전기차를 개발해 선보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이미 400여 명의 엔지니어가 2015년부터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전체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총 20억 파운드(약 3조 74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의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다이슨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은 일단 창업자의 공표와 더불어 사실로 밝혀졌다. 한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슨은 프로젝트가 2년 째 진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시제차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전기차용 모터는 개발한 상태이고, 현재 개발 중인 두 종류의 배터리는 현존하는 전기차보다 효율이 뛰어나다고 주장이다. 또한, 최신 기술을 모두 담은 혁신적이고 값비싼 차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다이슨이 최근 애스턴 마틴과 테슬라 출신 임원을 고용한 것도 전기차 개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슨의 전기차 개발 선언은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낳고 있다. 우선 다이슨이 갖고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solid-state battery)기술이 전기차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제2의 테슬라’가 되리라는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에 주로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액체 또는 젤 상태의 전해질을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충격이나 손상을 입어도 불이 나지 않아 안전하고, 같은 성능이라면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크기와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충전속도도 빠르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어 미래 전기차에 이상적인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다이슨은 2015년 미국 기반의 벤처 기업인 삭티3(Sakti3)을 인수하면서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 기술을 손에 넣었다. 현재 다이슨의 자회사인 삭티3 외에도 여러 업체가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를 개발, 생산하고 있고 점차 생산 규모도 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토요타가 2010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20년 초에 양산차에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고, 보쉬도 2020년 전후로 전기차용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다이슨은 올해 상반기에 솔리드 스테이트 배터리 관련 특허를 포기해,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기술을 절묘하게 활용한 테슬라와는 배터리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지만, 다이슨의 전기차 개발은 일반적 자동차 개발과는 다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테슬라와 비슷하기도 하다. 그러나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다이슨 전기차를 회의적 시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특히 전통적 자동차 산업 관점에서는 2020년까지 새차를 내놓는 것도 어려우리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테슬라가 첫 독자 모델인 모델 S를 개발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고스란히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적인 관점에서도 다이슨의 도전은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거쳐야 할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전기차의 등장은 자동차와는 관련 없던 회사들에게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새롭게 전기차 개발에 뛰어드는 회사일수록 핵심 구성요소인 전기모터와 배터리, 에너지 관리 및 제어 시스템 말고도 신경 써야할 것들이 많다. 그 중 대표적 이유 세 가지를 들어 살펴보자.

하나는 차체 구조다. 다이슨이 밝힌 것처럼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전례 없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의 까다로운 안전 관련 법규를 충족하면서 거주성과 성능 면에서 뛰어난 차를 아무 참고자료 없이 만들기는 어렵다. 특히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과 무게는 차의 운동 특성에도 영향을 주므로 보통 자동차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설계하고 조율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모두 높은 수준의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하는 작업이다.

다른 하나는 생산성과 수익성이다. 차체 구조를 잘 설계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실제 생산했을 때 높은 생산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차를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를 상쇄할 수 있도록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그래서 일반적인 차들보다 값비싼 소재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생산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다. 테슬라 모델 S의 경우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만든 차체 구조는 값비쌀 뿐 아니라 빠른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는다. 테슬라가 점차 모델 종류와 생산량이 늘고 있는데도 거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문제다. 다이슨이 공언한 2020년까지는 이제 2년 반 남짓 남았을 뿐이다. 아직 시제차는커녕 섀시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2년 반 사이에 완제품을 만들어 생산까지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생산시설 건설, 부품공급망 확보 등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머지않아 반드시 계획의 발목을 잡을 항목들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비단 다이슨뿐 아니라 테슬라를 포함한 거의 모든 신생 전기차 업체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여러 신생 전기차 업체가 대중적 개념의 전기차보다 고가의 고급 전기차를 소량 생산하는 길을 택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고 다이슨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대량생산으로 비교적 낮은 값에 전기차를 생산해 공급하는 쪽은 닛산이나 폭스바겐처럼 기존 내연기관 생산 노하우와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회사들이다.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기업’으로서 회사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리라는 생각이다.

화제의 중심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목표라면,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다이슨의 선언은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제품이 나온 뒤에도 꾸준히 설득력을 얻으려면 상식을 뛰어넘는 혁신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들은 이제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과 상품성 모두 뛰어난 차를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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