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2월 1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유럽 자동차 안전도 평가제도인 유로 NCAP은 12월 13일에 올해 최종 시험 평가자료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총 15개 모델의 충돌시험 및 평가가 포함되었다. 그 가운데 BMW 6 시리즈, 현대 코나, 재규어 F-페이스, 기아 스팅어가 가장 높은 평가인 별 다섯 개를, 다치아 더스터 2, 기아 스토닉, MG ZS은 별 세 개를 받았다.
유로 NCAP은 이번 자료를 발표하면서 최근 페이스리프트한 모델에 대한 평가를 업데이트해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 중 여러 모델은 이전과 다른 평가를 받았고 그 가운데 상당수는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눈길을 끌었다. 예를 들어 토요타 야리스는 새 평가에서도 이전과 같은 별 5개를 받았지만, 알파 로메오 줄리에타, DS 3, 포드 C-맥스 및 그랜드 C-맥스, 오펠 칼, 토요타 아이고는 이전보다 낮은 별 세 개 평가를 받았다. 특히 피아트 푼토는 최신 기준에 따른 충돌 시험 및 평가에서 단 하나의 별도 받지 못했다. 이는 1997년 시작된 유로 NCAP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까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차는 1997년형 로버 100으로 성인 탑승자 보호에서 별 한 개, 보행자 보호에서 별 두 개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피아트 푼토는 2005년에 그란데 푼토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3세대 모델로, 여러 차례 개선되며 지금까지 10년 넘게 유럽에서 생산 및 판매되고 있다. 푼토는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유로 NCAP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2005년에 있었던 시험 결과 성인 탑승자 보호에서 별 5개, 어린이 탑승자 보호에서 별 3개, 보행자 보호에서 별 3개(당시 별 3개 만점)를 얻어 당시 동급(수퍼미니) 차들 중에서 비교적 상위권에 오른 바 있다. 당시로서는 비교적 풍부한 안전장비를 갖춘 것도 높은 평가를 받는 바탕이 되었다. 당시 충돌시험에 쓰인 모델에는 운전석 및 동반석 에어백, 앞좌석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및 하중 제한장치, 측면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앞좌석 안전벨트 착용 경고장치, 뒷좌석 외측 ISOFIX 고정장치, ABS(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 EBD(전자식 제동력 배분 조절 기능) 등이 기본사항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유로 NCAP은 2009년에 새로운 종합 평가 체계를 새로 도입했고, 다양한 안전기술 개발을 반영해 한층 더 폭넓고 강화된 기준에 따라 안전도를 평가해 왔다. 따라서 앞서 이루어진 시험 및 평가는 지금과 차이가 있어, 현재의 기준에 따라 다시 시험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체 설계와 구조를 강화하고 새로운 안전기술을 쓴 동급 모델들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는 것과 달리, 푼토는 여러 면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시험에 쓰인 푼토는 2017년에 생산된 모델이지만 차체 구조는 물론 안전장비도 2005년 시험했을 때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동급차에 선택 또는 기본으로 들어가고 있는 자동 긴급제동(AEB) 기능이나 차로유지 지원 기능 등은 아예 선택할 수도 없다. 그 결과 성인 탑승자 보호에서는 51퍼센트, 보행자 보호에서는 52퍼센트, 어린이 탑승자 보호에서는 43퍼센트의 점수를 얻었다.

현재 대부분 서유럽 지역에서 푼토만큼 세대교체 없이 계속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찾기 어렵다. 또한, 푼토는 유럽 내 다른 지역보다 피아트의 본고장인 이태리에서 낮은 값을 무기로 훨씬 더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는 푼토 소비자들이 다른 차를 타는 사람들보다 사고 때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단지 피아트뿐 아니라 낮은 평가를 받은 제품을 생산한 업체는 이와 같은 결과에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차를 고르는 기준을 제시하고 자동차 업체의 안전성 향상을 유도하려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의 목적은 이와 같은 평가 결과를 통해 제도와 제품에 반영된다.
물론 자동차 안전도 평가가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절대적 안전도를 대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최근 기술 발전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첨단 안전기술과 관련한 사항이 평가의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저가의 대중차에 비해 안전기술을 풍부하게 갖춘 고급차가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차 값을 끌어올리는 한편 소비자의 구매력과 구매욕을 떨어뜨려 자동차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편향성이 대중차에도 첨단 안전기술을 기본사항에 포함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자동차의 높아진 안전성이 교통사고에서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업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통해 안전기술과 관련한 자동차 업계의 제품전략과 정책이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모든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