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영 포티’라는 표현이 한물 간 마케팅 용어인 줄 알았더니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소비의 중요한 한 축을 40대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30대 소비가 주춤하는 사이에, 이전 세대와는 조금 다른 40대의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요즘 들어 영 포티를 의식한 마케팅에 다시 불을 붙이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영 포티의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차들도 다양하다. 중요한 건 나이보다 젊은 생각과 표현을 즐기는 사람들이 수많은 자동차 가운데 자신과 어울릴 거라 생각하고 생각할 수 있는 차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천편일률로 흘러가고 있는 프리미엄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캐딜락 CT6 같은 차가 유독 튀어 보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사실 그 시장에서 무난함보다는 개성이 돋보이기로 CT6만한 차가 드물다.

새 CT6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들부터 갖고 있던 개성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컨셉트카 에스칼라의 요소를 반영해 손질한 앞뒤 모습은 차의 인상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주간주행등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던 헤드램프는 보닛 모서리를 따라 가로로 가늘게 펼쳤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 대담한 형태에 격자 그릴을 담아 엠블럼이 돋보인다. 테일램프도 단순한 세로형에서 헤드램프와 통일감을 준 ㄱ자 형태로 바뀌었다. 작은 요소들의 변화는 범퍼에도 이어져, 차의 모습을 더 웅장하면서도 조화롭게 만들었다.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작동 위치를 알려주는 캐딜락 엠블럼 조명처럼 감각적인 재치도 신선함을 더한다.

전에도 그랬듯, 넓고 간결한 구성요소가 대담하게 펼쳐진 대시보드는 CT6의 실내를 대륙적 분위기로 만드는 한편 겉모습과의 통일성도 느낄 수 있다. 새 CT6은 대시보드뿐 아니라 전반적 디자인과 장비 배치는 이전과 같으면서 세부적으로 달라진 것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여러 정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 또렷하고 보기 좋게 바꾸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기어 레버는 손을 올려놓을 수 있는 형태에서 손으로 감싸 쥘 수 있는 형태의 전자식으로 바뀌었고, 그 뒤에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로터리 조절장치와 버튼이 새로 생겼다. 전에는 기어 레버 옆 터치패드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운전 중 조작하기에는 새 방식이 낫고, 스크린을 터치해 조작할 수 있기는 마찬가지여서 안전하면서도 편리하다. 물론 화면 디자인이 이전보다 훨씬 더 깔끔해지고 반응이 빨라진 것이 더 반갑다.

계기판도 크게 달라졌다. 계기 전체가 디지털 LCD 화면에 디자인도 새롭게 바뀌었고, 화면 테마도 선택할 수 있다. 세 개로 나뉜 정보 영역에 표시되는 정보는 스티어링 휠의 조절장치로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설정할 수 있다. 나이트 비전 시스템도 계기판을 통해 볼 수 있다. 승용차에 나이트 비전을 처음 쓴 브랜드가 캐딜락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도 많다. CT6에 쓰인 시스템은 보행자 감지 기능과 다른 안전기술과의 연계가 잘 되어 있다. 야간 시승 중 가로등 없는 길에서 갑자기 사람이 튀어 나왔는데, 나이트 비전 시스템이 사람을 감지하고 빠르게 긴급 제동 시스템이 개입해 위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앞서 CT6에 처음 쓰였던 리어 카메라 미러도 개선되었다. 화질은 한층 더 선명해졌고 밝기와 화각 조절 기능도 더해졌다. 밤에도 차 뒤쪽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편리한데, 운전 중 시선을 돌렸을 때 순간적으로 눈의 초점이 흐트러지는 것은 여전하다. 룸미러 뿐 아니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 표시되는 360도 카메라도 개선되어, 주변 모습이 더 좋은 화질로 표시되고 각도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더하고 정보 표시방식도 보기 좋게 손질했다.

고급형(플래티넘) 모델인 시승차는 실내나 트렁크 공간 만큼이나 편의장비도 풍족하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보스 파나레이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실내 구석구석에 담긴 34개의 스피커가 모두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 위로 솟아오르는 센터 스피커 만으로도 존재감은 확실하다. 음량을 높이면 실내에 울려퍼지는 탄탄하고 알찬 소리는 캐딜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보스 특유의 색깔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낸다.

운전은 운전사에게 맡기고 편안히 이동하거나, 가족을 뒷좌석에 태우고 오너가 직접 운전할 때에도 뒷좌석은 상석 역할을 제대로 한다. 좌우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공기조절 장치와 열선 기능, 접이식 팔걸이에 있는 조절 스위치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 옆 유리 햇빛 가리개와 마사지 기능은 물론 앞좌석 등받이에서 솟아오르는 대형 스크린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특히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 대형 화면과 무선 헤드폰으로 동영상을 스트리밍해 보고 들을 수 있는 기능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이런 부분들은 확실히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은 세대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반길 만 하다.
달리기와 관련된 부분들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익숙한 면과 새로운 면이 고루 섞여 있다. V6 3.6리터 엔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38.9kg・m의 성능을 낸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오른발에 힘을 주지 않거나 발을 떼어도 충분히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때에는 여섯 개의 엔진 실린더 가운데 네 개만 쓰는 실린더 비활성화 기술이 쓰인 것도 마찬가지다. 예민한 사람이 신경을 곤두세우면 6기통 모드와 4기통 모드 사이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엔진 소리과 진동, 회전질감이 차분하고 자연스러운 덕분이다.

힘도 마찬가지다. 2톤 가까운 공차중량을 생각하면 넘치는 힘은 아니어도, 필요할 때 아쉽지 않은 가속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무엇보다 회전수가 높아지면서 고르게 힘을 키워 나가며 모는 사람에게 묘한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어 레버 앞의 드라이빙 모드 선택 버튼을 눌러 기본인 투어링 대신 스포트 모드를 선택하면 그런 즐거움은 더 커진다. 터보차저 다운사이징 엔진, 하이브리드와 전기 구동계의 약진에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지만, 이 차를 몰아보면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과 장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자동변속기는 8단에서 10단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시속 100km에서의 회전수는 1,700rpm 남짓으로 아주 낮은 편은 아니다. 기어비 구성이 무척 촘촘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변속이 바쁘게 이루어져서 가속하는 와중에도 엔진 회전계 바늘은 작은 범위에서만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그 덕분에 변속 때 토크변화가 만들어내는 달리기 질감의 변화가 작고, 변속 자체도 아주 매끄럽다. 변속기의 이런 특성과 활기찬 엔진이 어우러진 덕분에 운전자가 구동계가 주는 치밀한 감각을 즐기는 사이에도 뒷좌석에서는 은은한 배기음을 즐기며 차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승차의 구동계는 AWD 시스템과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전자식 댐핑 제어 기능, 20인치 휠과 245/40 규격 타이어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성은 캐딜락이 모는 사람과 타는 사람이 받아들여주기 바라는 이 차의 주행특성을 잘 보여준다. 결론부터 말하면, 캐딜락은 이 차의 주인이 뒷좌석만큼이나 운전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것도 적당한 수준에서 여유와 활기를 고루 느끼면서 말이다.
MRC는 노면과 차체 움직임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며 팽팽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타협점을 계속해서 찾아낸다. 에어 스프링을 쓰는 비슷한 성격의 차들보다 운전자가 차 아래로 지나가는 노면을 읽기에 더 좋고,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는 그런 정보들을 좀 더 또렷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 엔진 힘을 한껏 뽑아내며 커브를 달릴 때에는 타이어의 접지력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AWD 시스템은 안정성을,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은 민첩함을 보완해 차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끊임없이 운전자의 감각과 호흡하려는 움직임은 동급 다른 차들과는 다르다. 이런 면에서 캐딜락과 CT6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

동급 모델들에 비해 다소 아쉬웠던 ADAS 기능도 이제는 부족함 없이 갖췄다. 차로 유지 및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전방추돌 경고처럼 요즘 고급차들의 표준처럼 여겨지는 기능과 안전경고 햅틱 시트나 전후방 오토 브레이크처럼 유용했던 기능은 이어 받았고 새롭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가세했다. 앞서 달리는 차의 속도에 따른 속도 조절은 꽤 매끄러운 편이고, 앞차나 내 차가 차로변경을 했을 때에도 시스템이 개입한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만큼 원래 설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가속한다.
나이보다 젊은 생각을 갖고 젊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어느 나이대에나 있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40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영 포티라고 하는 것이다. 취향의 다양성을 인정할 줄 아는 영 포티의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형 프리미엄 세단을 고르려고 할 때, CT6도 주목할 만한 대상이 될 만하다. 다른 것을 다 제쳐놓고, 10년이 지나도 지루하지 않을 스타일 만으로도 CT6는 지금을 사는 그들의 젊은 감각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CT6의 매력은 그 이상이다. 프리미엄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공간과 기능의 풍요로움과 함께 자동차와 감각적 소통을 이어가고 싶은 사람들을 자극하는 달리기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CT6의 설득력은 무난함과 추상적 가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람들보다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내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이들에게 좀 더 크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족 삼아 이야기하면, CT6의 미래와 관련한 이야기가 분분하지만 당장 단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5월로 예정되었던 디트로이트 공장에서의 생산종료는 내년 2월로 미뤄졌고, 그 뒤로도 CT6의 생산은 다른 공장에서 이어진다는 것이 GM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게다가 우리는 올해 중반에 나올 V8 4.2리터 트윈터보 558마력 엔진의 CT6-V도 만나지 못했다. CT6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