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가솔린 3.5 터보 4WD

[ jasonryu.net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

[ 배경 ]

G80은 세 모델로 이루어진 제네시스 브랜드 세단 라인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모델이다. 단순히 중간급 모델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치지 않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시발점이 된 모델의 계보를 잇고 있기도 하다. 

G80의 뿌리는 2008년에 나온 현대 제네시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 차를 통해 독자 설계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처음 선보인 것은 물론, 모델 이름으로서 ‘제네시스’를 처음 쓰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본격 진출하려는 의지도 표현했다. 현대 브랜드에 속한 모델 이름에 지나지 않았던 제네시스는 2016년에 브랜드 이름으로 확대되었고, 원래 그 이름을 갖고 있던 모델의 이름은 세대교체와 더불어 G80으로 바뀌었다.

G80은 2008년에 현대 브랜드의 개별 제품으로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처음 쓴 모델(개발명 BH)의 계보를 잇고 있다. 2013년에 나온 2세대 모델은 이후 2016년에 현대가 제네시스를 브랜드 이름으로 확대해 쓰며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G80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줄곧 브랜드 핵심 모델 역할을 해 왔다. 모델에서 브랜드로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G80은 브랜드의 변화 또는 성장의 이정표로 쓰일만큼 상징적 의미도 크다. 그런 의미는 현대가 의도적으로 부여하기도 했지만,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격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모델로 받아들이는 밑거름이 되었다.

물론 지난 5년여 사이에 브랜드로서 제네시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런 변화는 디자인을 비롯해 브랜드 정체성을 단계적으로 확립하는 과정이었다. 아직 그 과정은 끝나지 않았고, 빈약한 모델 라인업을 채우는 과정에서 다소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새 G80 역시 기술적 측면만 놓고 본다면 모델의 상징성에 비해 변화나 신선함의 수준은 파격적일 만큼 커 보이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에 선보인 GV80을 통해 처음 선보인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GV80은 브랜드 첫 SUV로서 더 큰 관심을 가져가기도 했다.

그러나 G80 역시 세단 라인업에서는 처음으로 제품기획 단계부터 제네시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반영되어 완성된 모델이다. 사실상 제네시스 브랜드 세단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모델로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고, 최소한 디자인 측면에서는 앞서 선보인 G90 – 페이스리프트 모델로서의 한계가 컸다 – 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분위기가 잘 살아 있다. 2018년에 공개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의 기준’이 될 것이라 공언했던 에센시아 콘셉트카의 특징들이 실내외에 골고루 반영된 데에서도 그런 점을 느낄 수 있다.

[ 겉모습 ]

최근 나온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브랜드 세단들이 거의 모두 그렇듯, G80 역시 지붕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매끄러운 선과 면이 이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이 뚜렷하다. 전통적 3박스 세단 형태에서 벗어나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도록 전체 형태와 비례, 세부 요소들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을 알 수 있다.

패스트백 스타일은 이른바 ‘4도어 쿠페’ 스타일의 유행이 영향을 주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자동차가 독자적 자동차 만들기를 시작했던 포니의 혈통을 이어받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후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고, 직접적 또는 구체적으로는 이야기하지 않지만 한국의 전통적 선이 곳곳에 배어 있는 듯 보이는 것도 주관적 해석의 결과다. 다만 제품 프레젠테이션에 포함되었던 실내 디자인에 ‘여백의 미’를 담았다는 표현은 그런 생각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차체의 양감은 전통적 세단 기준으로는 조금 어색해 보이지만 알맞은 차체 비례와 어우러져 안정감과 속도감이 잘 어우러졌다. 앞바퀴 뒤에서 시작해 뒤로 갈수록 위로 솟구치는 차체 아래쪽 크롬 장식은 자칫 뒤가 주저앉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양감을 보완하고, 차체 뒷면의 안쪽으로 꺾인 트렁크 리드 바로 아래에 크롬 장식으로 곡선을 반복한 것은 밋밋할 수 있는 뒷모습에 뚜렷한 시각적 기준점이 된다. 앞뒤 바퀴 위를 덮는 펜더에 살짝 더한 주름은 없어도 되겠지만 효과적으로 단단한 느낌을 더한다. 

‘두 줄’을 내세운 헤드램프와 측면 램프, 테일램프, 아래가 뾰족한 방패 형태의 그물망 그릴, 살짝 뒤쪽에 무게를 실은 듯한 옆 유리 형태 등 핵심 디자인 요소들은 앞서 선보인 모델들 덕분에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다만 앞뒤 램프는 법규와 기술적 한계의 상호작용으로 두터울 수밖에 없는데, 개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이들이 세련된 느낌을 주려면 아무래도 좀 더 가늘어져야할 듯하다. 

[ 실내 및 공간 구성 ]

실내 디자인은 가로 방향으로 길게 뻗은 공기배출구를 기준으로 위아래의 특징이 뚜렷하게 갈린다. 위쪽은 GV80과 비슷하다. 탁 트인 분위기로 안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여 놓았고, 가운데에 적당히 먼 거리에 마찬가지로 가로로 넓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배치했다. 시각적 안정감과 개방감을 고루 고려한 모양새다. 반면 아래쪽은 이전 세대와 인터페이스는 확 바뀌었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도어 트림도 디테일은 달라졌지만 전반적인 구성은 비슷하다. 그러나 대시보드 디자인의 변화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이전 세대 G80이나 윗급 모델인 G90보다 답답한 느낌이 크게 줄었다.

대시보드, 도어 트림, 좌석 모두 전체적으로 곡선이 반복되면서도 아주 화려하지 않을 만큼 은은한 분위기다. 질감 좋은 가죽과 내장재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영역을 덮고 있다. 다만 표면에 부드러운 재질을 쓴 부분들은 가죽을 덮은 곳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재질감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체감할 수 있는 공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양면성이 있다. 사실 이미 이전 세대 G80의 휠베이스는 두 세대 전 독일 프리미엄 대형 세단(롱 휠베이스가 아닌 일반 모델 기준)들을 능가했다. 실내 크기가 거의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단순히 E-클래스, 5 시리즈, A6 등과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것은 이번 세대도 마찬가지다. 뒷좌석에 전용 모니터를 갖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전동 조절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국 시장에만 팔리는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준대형 세단 롱 휠베이스 버전과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앞좌석은 차 성격을 고려하면 앉는 부분의 높이가 적당하다. 다만 영리한 대시보드 디자인 덕분에 시선이 앞을 향하고 있을 때에는 개방감이 뛰어나지만, 높고 넓은 센터 콘솔 때문에 심리적 너비는 넉넉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등받이를 아주 세우지 않는 한 머리 위가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전 세대보다 차체가 넓어졌지만 앞좌석 체감 공간은 차체 너비가 살짝 더 좁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준대형 차들과 거의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더 넉넉하게 느껴지는 정도다.

앞좌석 중심이면서도 뒷좌석의 공간적 여유도 비중 있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G80의 전통적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언뜻 신형 현대 그랜저만큼 광활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이는 그랜저보다 공간 구성을 치밀하게 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는 전동 조절되는 뒷좌석 쿠션을 최대한 앞으로 밀어도 무릎공간에는 여유가 있고, 앞좌석 아래에도 발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 답답하지 않다.

다만 뒷좌석은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좌석에 파묻히는 듯한 느낌이 살짝 더 커졌다. 시승차에 달려 있는 뒷좌석 듀얼 모니터가 공간감을 반감시키기는 해도,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앉아 실내와 창밖을 보면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뒷좌석 너비는 어른 세 명이 앉기에 넉넉한 편은 아니어도 앉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뒷좌석 머리 공간은 여유가 있고, 등받이를 세웠을 때나 눕혔을 때 모두 마찬가지다.

[ 꾸밈새 및 편의성 ]

G80은 실내 꾸밈새를 기본사항을 포함해 세 가지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에는 가장 고급스러운 시그너처 디자인 셀렉션 II(하바나 브라운 모노톤+애쉬 메탈릭 그라데이션)가 적용되었다. 퀼팅 처리한 앞뒤 좌석과 센터 콘솔, 스티어링 휠 가운데 부분에는 나파 가죽이 쓰였고, 필러와 천장은 스웨이드로 마감했다. 대시보드 윗부분에도 인조가죽을 씌워, 적어도 좌석에 앉았을 때 눈에 뜨이는 부분들은 무척 고급스럽다.

한편, 대시보드 한가운데 놓인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터치로 조작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좌석에 앉은 상태에서 손을 뻗어 조작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터치스크린 기능은 동반석 탑승자가 주로 쓰고, 운전자는 기어 조절 다이얼 앞에 있는 통합 컨트롤러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신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표시 면적이 넓고 정보가 선명하게 표시되는 만큼,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인포테인먼트 관련 여러 기능은 스티어링 휠에 있는 여러 버튼과 조절장치로 선택해 조절할 수 있지만, 버튼 크기와 조작성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시승차에는 편의성을 높이는 개별 및 패키지 선택사항도 모두 추가되어 있어, 뒷좌석도 호화롭다. 햇빛 가리개는 옆 창이 수동, 뒤 유리 부분은 전동이다. 차급을 고려하면 옆 창 햇빛 가리개가 수동식인 것은 납득할 만하지만, 헤드레스트 바로 옆에 있는 쿼터글라스를 위한 햇빛 가리개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뒷좌석 가운데에 있는 접이식 팔걸이에는 앞좌석 센터 콘솔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다기능 컨트롤러와 여러 조절 스위치가 달려 있다. 선호도 높은 선택사항을 묶은 파퓰러 패키지를 선택하면 또 다른 패키지도 선택할 수 있어, 뒷좌석 전동 조절 기능과 통풍(열선은 기본이다) 기능, 부드러운 쿠션으로 된 목베게, 화장거울도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 듀얼 모니터는 다른 패키지를 선택해야 추가할 수 있는 반면, 18스피커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은 개별 선택해 넣을 수 있다. 접이식 팔걸이 덮개를 열면 드러나는 수납공간에는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한 헤드폰 잭이 마련되어 있다. 뒷좌석 듀얼 모니터가 터치스크린으로 되어 있고, 여기에 뒷좌석 전용 다기능 컨트롤러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는 무선 리모컨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패키지 선택사항에 포함된 3존 공기조절 기능이 없으면 뒷좌석에 앉은 사람이 덥거나 추울 때마다 앞좌석에 있는 사람에게 온도를 조절해 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런 것이 번거롭다면 패키지 선택사항을 추가해 LCD 표시장치가 있는 3존 공기조절 기능을 선택해야 한다. 앞서 비슷한 기능이 들어 있는 일부 모델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을 의식한 듯, 가격표와 설명서 등에 장비별 기능에 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적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뒷좌석 전동 조절 기능은 이전 세대에서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앉는 부분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연결된 등받이 각도가 함께 조절되는 방식이다.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앉는 부분이 약간 낮아졌지만 천장도 함께 낮아졌기 때문에 체감 차이는 거의 없다. 앉는 부분은 앞뒤로 충분히 길어 허벅지를 잘 받쳐주고, 쿠션은 부드러운 부분의 두께와 굴곡 모두 몸을 잘 감싸면서도 답답하지 않을 정도의 넉넉함을 갖췄다. 헤드레스트에 덧대는 방식의 목베게는 편안하기는 하지만 좀 더 넓거나 목베게 두께만큼 헤드레스트를 뒤로 밀 수 있으면 더 편할 것이다.

[ 운전환경 및 안전장비 ]

운전환경은 시스템 구성과 배치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브랜드 차들의 전형적인 모습 그대로지만, 디자인과 요소 배치를 보기 좋고 쓰기 좋게 잘 다듬었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터치스크린만, 그 아래 있는 공기 및 환경(열선 및 통풍 기능도 조절할 수 있다)조절장치는 햅틱 피드백이 있는 터치스크린과 다이얼, 버튼이 보기 좋게 섞여 있다. 최대한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센터 콘솔 부분에는 적은 수의 버튼들이 제네시스 통합 콘트롤러 앞뒤에 자리를 잡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네시스 브랜드에서는 GV80을 통해 처음 쓰이기 시작한 요소들이 눈길을 끈다. 손에 잡히는 부분을 투명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이얼식 기어 선택장치가 그렇고, 테두리 부분은 다이얼 식으로 선택할 수 있고, 가운데 부분은 터치와 손글씨 인식, 클릭이 모두 가능한 원형 장치로 이루어진 제네시스 통합 콘트롤러가 그렇다. 

다이얼식 기어 선택장치는 조작할 때 손에 느껴지는 무게와 절도는 훌륭하게 조율되어 있는 반면, 제네시스 통합 콘트롤러는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다이얼 부분은 너무 헐거운 느낌이고 절도가 부족한가 하면, 가운데 부분은 클릭할 때 움직임이 얕아 피드백이 확실하지 않다. 전반적으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의 연동이 잘 되어 있지만, 메뉴를 찾아 선택하고 조절할 때에도 항목에 따라 직관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 정도 등급에 이런 성격을 지닌 차라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차에 들어가 있는 기능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뉴 구성과 개별 설정을 얼마나 쉽게 확인하고 찾아들어가 선택하고 조절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분명 개발단계에서 많은 엔지니어를 괴롭혔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나아진 다음 세대 인터페이스를 기대하게 된다.

전자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트리식 메뉴 구성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세부 기능을 세 단계 이하에서 모두 찾아 어렵지 않게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체계가 잘 잡혀 있다. 후자는 그럼에도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점으로, 여전히 이와 같은 인터페이스에 익숙하지 않거나 복잡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찾고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음성인식 기능 지원과 커넥티드 서비스를 통해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조작의 직관성과 조작에 걸리는 시간이라는 근본적 과제는 남아 있다. 이는 제네시스뿐 아니라 모든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ADAS 기능은 일반적인 주행 조건에서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동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거리 및 속도 조절, 속도제한 유지, 차로 유지 보조 및 이탈 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의 기능은 주행 중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적절하게 개입한다. 방향지시등 작동 때 계기판 좌우에 사각지대 영상을 보여주는 후측방 모니터(파퓰러 패키지 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 선택 시 적용)도 이미 현대기아차 여러 모델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편리하고 안전하다.

GV80에 이어 G80에도 쓰인 안전 및 주행 보조 기능 중 대표적인 것으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파퓰러 패키지 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 선택 시 적용)과 고속도로 차로변경 보조 기능(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I 선택 시 적용)을 꼽을 수 있다. GV80에서도 그랬듯,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운전자보다는 동승자들을 위한 ‘시각적 서비스’로서 의미가 크고 고속도로 차로변경 보조 기능은 안전을 위해 시스템이 주변을 완전히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에만 정상 작동한다.

[ 성능 및 주행특성 ]

시승차에는 GV80에 이어 두 번째로 제네시스 브랜드 차에 쓰인 신형 V6 3.5L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올라갔다(참고로 GV80 가솔린 모델은 아직 시승하지 못했다). 작동 과정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출력과 배출가스 특성을 고루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분야에 폭넓은 해법을 접목한 엔진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고, 구동계는 트렁크 리드에 붙은 마크에 4WD라고 되어 있는 AWD 방식이다.

시승할 때 차의 전반적 인상을 좌우하는 순간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처음 차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할 때다. 다이얼식 기어 선택장치를 D 위치로 돌렸다가 놓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자동변속기의 크리핑 현상 때문에 천천히 시작되는 움직임은 특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매끄럽다.

이어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아 속도를 조금씩 올리는 동안에도 페달을 밟는 정도와 차가 움직이는 정도가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이 아주 민감하지도, 아주 굼뜨지도 않다. 이처럼 ‘딱 알맞은’ 움직임은 일반 도로 위에 나서 다른 차들과 섞여 달리며 속도를 달리하는 내내 이어진다.

엔진의 힘은 충분하다. 토크가 빚어내는 가속감은 엔진회전계 바늘이 5,000rpm에 가까와져야 누그러지기 시작하기 때문에, 법적 제한속도 범위 안에서는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속도를 가볍고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속도를 높여나가는 과정이 제법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가속이 스포티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엔진이 비교적 넓은 회전영역에서 고른 토크를 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열심히 일하는 다른 요소들도 그처럼 무던한 감각이 만들어지는 데 힘을 보탠다. AWD 시스템은 가속할 때 앞바퀴로도 구동력을 전달하고,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차체의 과장된 움직임을 애써 억제한다. 적당한 변속속도, 적당히 부드러운 변속감을 지닌 자동변속기도 차 성격과는 잘 맞지만 스포티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급가속 직후에 급감속할 때 간혹 기계적인 충격이 느껴지는 것만 아니라면 성능 면에서는 그리 아쉽지 않다.

승차감은 지극히 차분하고, 위아래 방향의 움직임이 무척 세련된 것이 인상적이다. 허공에 떠 있는 듯 가볍지도 않고, 인위적으로 움직임을 억제한 듯 답답한 느낌도 아니다. 노면 변화를 읽을 수 있을 만큼 알맞게 움직이면서, 자극적인 부분들은 기분 좋게 누그러뜨린다. 잘 만들어진 과속방지턱을 넘고 난 뒤에는 한 번 정도 더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세를 가다듬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임은 과장 없이 점잖다. 노면이 움푹 파인 곳에서만 충격이 강하게 전달되지만, 그럼에도 달리는 차의 움직임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현대는 새 G80이 이전 세대보다 많이 가벼워졌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그럼에도 워낙 큰 덩치 탓에 절대적 무게가 아주 가볍다고 하기는 어렵다. 사실 체중감량 자체보다는 필요한 곳에 가벼운 소재를 알맞게 썼다는 점이 더 중요할 것이다. 서스펜션 링크와 서브 프레임, 앞 서스펜션 스트럿 돔 등에 알루미늄 합금을 폭넓게 쓴 것은 바퀴 움직임을 가볍게 하면서 차체의 무거운 요소가 상대적으로 무게중심에 가깝게 놓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 전반적인 경량화 흐름을 고려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다만 그와 같은 효과가 G80에서 세련된 핸들링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실제로 AWD가 코너링 때 접지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차의 움직임은 아주 깔끔하다. 코너링을 할 때도 그렇지만, 차로변경 때에도 그런 특성이 잘 드러난다. 스티어링 반응도 날카롭지는 않을지언정 고르고 정확한 것은 분명하다. 제동특성 역시 차의 덩치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지만 페달 조작에 고르게 반응하고, 부담감 없이 깔끔하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전 세대 G80이 그랬듯, 새 G80에도 좀 더 힘의 여유를 더하고 섀시를 더 탄탄하게 조율한 스포츠 버전이 더해지길 기대하게 된다.

[ 결론 ]

짧은 시간, 짧은 거리를 달리며 차의 특성을 골고루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G80은 달리는 느낌이 기대 이상으로 세련되고 잘 조율되어 있다. 언뜻 드는 생각은 ‘이 정도면 계급장(엠블럼) 떼고 경쟁차들과 맞붙여도 해볼 만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운전하면서 차와 호흡하는 느낌이 비슷한 차급의 가장 훌륭한 차들만큼 아주 알차고 생기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지만, 제네시스는 물론 모든 현대자동차그룹 차들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수준에 이른 것은 분명하다.

그처럼 높아진 수준은 차값에 충분히 반영된 듯하다. 한때’현대가 독일차만큼 좋아지면 값도 독일차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셈이다. 시승한 가솔린 3.5 터보 모델은 기본값이 6,000만 원 전후(가솔린 2.5 터보 모델에서는 선택사항인 19인치 휠 및 타이어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기본이다)이고, 핵심 선택사항을 묶어 놓은 파퓰러 패키지를 선택하면 6,000만 원대 중반, 모든 선택사항을 다 더하면 8,000만 원이 넘어간다. 이쯤 되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준대형 세단들의 가격대와 겹치는 영역이 꽤 넓어진다.

물론 값이 비슷하더라도 G80은 여전히 비슷한 차급 수입차들에 없는 기술과 장비들이 들어간다. 그것을 절대적 우위요소라고 하기도 어렵고, 브랜드 프리미엄의 격차도 여전하다. 대신 이른바 풀 옵션 차에서는 선택사항 값이 기본값의 3분의 1이 넘어가지만, 흔히 말하는 ‘옵션 장난’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역사는 짧지만 제네시스가 지금까지는 ‘더 싼 값에 더 넓은 공간과 더 많은 장비’로 승부를 걸었다면, G80은 ‘같은 값에 더 넓은 공간과 더 많은 장비’로 승부하는 차가 되었다. 그만큼 차 자체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표현을 아주 많이 자제했지만, G80 덕분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격이 높아진 느낌이다.

[ 상세 제원 ]

제네시스 G80 가솔린 3.5 터보 4WD | 차체형식 5도어 5인승 세단 길이x너비x높이 4995x1925x1465mm  휠베이스 3010mm  트랙 앞/뒤 1630mm/1637mm  서스펜션 앞/뒤 모두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모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엔진형식 V형 6기통 가솔린 직접+간접분사 트윈터보  배기량 3470cc  최고출력 380마력/5800rpm  최대토크 54.0kgm/1300~4500rpm  변속기 자동 8단  굴림방식 네바퀴굴림(AWD)  공차중량 1965kg  타이어규격 앞 245/40 R20, 뒤 275/35 R20  연료탱크 용량 73L  연비 복합 8.4km/L(도심 7.3km/L, 고속도로 10.3km/L)  CO2 배출량 207g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   6,187만 원(기본)/8,157만 원(시승차)

덧글 2개

  1. 저기 사진상에 있는 우드 색상으로 봐서는 애쉬 메탈릭이 아니고 애쉬컬러 그라데이션이에요. 애쉬 메탈릭은 회색빛이 납니다.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