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코 뉴 데일리 카고 트럭 /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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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반기에 국내에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이베코 뉴 데일리가 최근 페이스리프트되었다. 기본적으로 유로6D 배출가스 규정에 맞춰 엔진을 조율하면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한 대신 효율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물론 실내외 디자인도 일부 바뀌고 안전 관련 장비도 보강했다.

뉴 데일리는 국내 중소형 상용차 시장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그동안 거리에서 눈에 잘 띄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대형 상용 부문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경험을 의식해서인지, CNH 인더스트리얼 코리아는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국내 시장에 뉴 데일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기회로 삼으려는 듯하다.

국내에 먼저 들어온 르노 마스터와 차체 형태가 비슷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뉴 데일리는 유럽 LCV(소형 상용차) 시장에 맞춰 개발된 모델이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에 주력하는 부분은 조금 차이가 있다. 르노 마스터는 미니 버스와 밴 시장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베코 뉴 데일리는 밴과 특장용 섀시 캡을 먼저 들여왔다. 물론 이베코도 르노 마스터와 함께 현대 쏠라티도 경쟁하고 있는 미니 버스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기는 하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이베코 뉴 데일리와 르노 마스터 모두 수많은 변형 모델이 있기 때문에 거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나 다름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은 적어도 용도가 겹치는 밴 부문에서는 뉴 데일리에서 르노 마스터보다 더 큰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섀시 캡은 시승 행사장에 전시된 캠핑카처럼 개조 범위가 넓고 개조 때 무게 부담도 적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총 중량은 밴이 3.8~7톤, 섀시 캡(2축 복륜 기준)이 4.6~7.2톤(더블 캡은 최대 7톤)으로, 적재중량은 대략 1.5~3.5톤 정도다. 카고 트럭 기준으로 보면 작게는 현대 포터 II나 기아 봉고 III, 크게 보면 현대 마이티나 이스즈 엘프와도 시장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그와 같은 1톤급 소형 트럭과 3.5~5톤급 중형 트럭 사이의 틈새를 노린다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유럽형 LCV인 뉴 데일리의 차체는 CBE(캡 비하인드 엔진) 형태다. 지금도 그렇고,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중소형 상용차는 COE(캡 오버 엔진, 좌석 아래에 엔진과 앞 차축이 놓이는 상자형 캡) 형태가 거의 전부나 다름없다. COE 차체는 같은 길이의 차체에서 캡이 차지하는 길이가 짧아, 그만큼 적재공간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CBE 형태의 차체는 보닛이 캡 앞에 있어 충격흡수 공간 역할을 하는 만큼,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CBE 차체는 정비하기에도 편하다. 뉴 데일리는 보닛을 열고 앞 범퍼 가운데 부분을 발판삼아 딛고 올라서면 엔진룸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시로 점검하고 보충해야 하는 각종 액체류를 확인하기 좋은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정비는 차에 사람이 타고 있는 상태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엔진룸을 들여다보기 위해 의자를 들어 올리거나 캡 전체를 앞으로 젖혀야 하는 COE 형태의 상용차들보다 정비 관련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뉴 데일리가 페이스리프트되면서 앞 범퍼를 세 조각으로 나누어 범퍼가 부서졌을 때 부서진 부분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상용차에서 정비 편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오르려면 중간에 있는 발판을 한 단 딛고 올라가야 한다. 좌석은 앉는 부분이 높아 등받이를 세워 앉아야 하고, 쿠션은 얇은 편이다. 대신 전체적인 형태는 승용차 앞좌석과 비슷해서 몸을 비교적 잘 잡아주고,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 알맞은 운전 자세를 잡기 좋다. 운전석에는 운전자 몸무게에 맞춰 탄력을 조절할 수 있는 운전석 서스펜션이 있다. 편안한 운전 자세를 잡고 나면 앞 유리 밖으로 보닛 끝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내장재는 전반적으로 투박하지만,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레버처럼 손이 주로 닿는 부분들 만큼은 신경을 썼다.

스티어링 휠은 스티어링 휠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계열 브랜드 승용차(크라이슬러, 지프 등)를 몰아 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디자인이다. 특히 여러 기능을 조작할 때 쓰는 여러 버튼의 배치와 구성은 똑같다. 상용차지만 기본적인 기능은 승용차와 같은 수준으로 갖췄고, 조작 편의성도 같다는 뜻이다. 심지어 모양도 아래쪽이 평평한 이른바 D컷 디자인이다. 우레탄 재질이지만 쿠션이 두툼해서 촉감은 나쁘지 않다. 

스티어링 휠 지름이 상용차 치고는 작은 편인데도 계기판을 보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아날로그 방식인 엔진회전계와 속도계는 바늘과 숫자가 굵고 또렷한 반면 다기능 디스플레이의 글씨는 속도 표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늘고 작은 것이 아쉽다. 대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 거리와 차로이탈 경고 기능 등 주행 보조 안전 기능의 설정과 작동 상태를 풀 컬러로 표시하는 그래픽은 보기 좋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는 계기판의 다기능 디스플레이로 확인하고 설정할 수 있는 기능과 기타 편의 기능을 위한 버튼을, 오른쪽에는 크루즈 컨트롤 관련 버튼을 모아 놓았다. 물론 상용차인 만큼 스티어링 휠이 살짝 누워있지만, 누워 있는 각도는 주변에 흔한 COE 트럭들과 일반적인 승용차의 중간 정도다.

오디오 조절용 버튼을 스티어링 휠 뒤쪽에 배치해 운전 중 손가락만 펴면 조작할 수 있는 것도 FCA 계열 승용차와 같다. 대시보드 가운데에 놓인 오디오는 손을 뻗으면 닿기는 하지만 조금 먼 편이어서, 운전 중에는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쓰는 쪽이 좀 더 안전할 듯하다. 스티어링 휠의 지름이나 돌릴 때의 드는 힘도 승용차와 별 차이가 없다. 대시보드 가운데에 있는 ‘시티’ 버튼을 누르면 스티어링 휠이 한층 더 가볍게 돌아가는데, 짐을 아주 많이 싣고 느린 속도에서 조심스럽게 차 위치를 조절할 때가 아니라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시승한 차에는 라디오 수신과 블루투스 연결 기능이 있는 기본 오디오가 달려 있지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출고 시 추가로 달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베코는 다양한 선택사항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 가죽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조작하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수납공간은 이곳저곳에 많고 넉넉하다. 대시보드 위쪽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덮개가 있는 수납공간 역할을 하고, 좌우 가장자리에는 컵 홀더가 있다. 전자식 기어 레버를 쓴 만큼 센터 페시아 아래에도 덮개가 있는 수납공간이 있는데, 장거리 주행에 아쉽지 않을 만큼 음료수를 넣어 놓아도 좋을 정도다. 도어에도 중간과 아래에 넉넉한 포켓을 마련해 놓았다. 동반석은 가운데 등받이를 접으면 선반처럼 쓸 수 있고, 앉는 부분 쿠션을 들어 올리면 백팩 몇 개는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드러난다.

엔진은 3.0L 180마력 디젤, 변속기는 ZF제 하이매틱 8단 자동이다. 저회전 때에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어느 정도 느껴지지만, 정지 상태로 공회전할 때와 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차이는 상용차 기준으로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COE 형태의 트럭들보다는 적어도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열기의 부담은 확실히 작다.

전자식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 휠에 가까이 놓여 있고, 손에 쥐기 좋은 크기여서 조작하기 편리하다. 기어 레버 위에는 기어 위치(R-N-D)와 수동처럼 변속할 때 단 조절 방향(+, -), 주행 모드(에코, 파워)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조작방법은 금세 익숙해진다. 변속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자동화 수동변속기가 아닌 토크 컨버터 방식 자동변속기를 쓰는 만큼 매끄러운 변속은 달리는 느낌을 더 편안하게 만든다.

시승한 카고 트럭과 밴은 모두 짐을 전혀 싣지 않은 상태여서, 실제 화물을 실어나를 때의 주행 특성은 확인해볼 수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차체 길이가 짧은 단축 모델에서는 힘이 그리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엔진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1.5~2.5톤급 트럭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는 정도보다 가속감이 약간 더딘 느낌이다. 물론 힘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상용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적재 상태를 고려해 낮은 단에서 토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저단 기어비를 넓혀 놓았기 때문이다. 윗단으로 올라가면 속도가 더 잘 붙으면서 힘차게 달려 나간다. 변속기는 기본적으로 에코 모드로 설정되어 있어, 자동 모드에서는 가속하는 동안 변속기가 제법 바쁘게 움직인다. 좀 더 회전수를 끌어올린 뒤에 변속하고 싶으면 기어 레버를 오른쪽으로 한 번 밀었다 놓아 파워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차체가 길다는 점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해도, 차체 앞에 보닛이 있는 만큼 보통 COE 트럭들보다는 조향 감각이 더 자연스럽다. 앞 차축에 실리는 무게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충격이나 요철을 지날 때의 킥 백도 예상보다는 작다. 

상용차인 만큼 승용차 수준의 승차감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스틸 스프링을 쓴 카고 트럭은 의외로 차체 뒤쪽이 튀는 느낌이 적다. 전에 1톤 트럭을 몇 번 몰아봤을 때의 기억을 되짚어 봐도 뉴 데일리는 ‘털썩’하며 떨어지는 느낌이 작다. 물론 상용차 기준으로 그렇다는 뜻이고, 앞바퀴 뒤에 캐빈이 있는 구조적 특성 덕분이기도 하다. 불규칙한 노면에서 차체가 대각선 방향으로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어느 정도 이상 짐을 싣는다면 승차감은 훨씬 더 차분해질 것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 밴은 요철에서 차체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정도는 스틸 스프링을 쓴 카고 트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움직임에 거친 느낌은 확실히 덜 들고, 공차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도 긴 차체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 다만 차체가 높아 커브를 돌 때 신경은 쓰인다.

승용차에서도 대중 브랜드 차들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준중형급에 선택사항으로 추가되기 시작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유럽에서는 상용차에 의무적으로 달아야하는 ADAS 기능이 많다. 상용차가 연관되는 사고는 상용차에 타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차나 도로 이용자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 방법과 속도를 낮추고 높이는 과정도 승용차처럼 자연스럽다. 뉴 데일리에는 차로 이탈 경고 기능도 있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에 지나치게 가까이 접근하면 경고등과 경고음으로 알려준다.

상용차 기준으로 보면 뉴 데일리는 성능과 효율, 안전과 편의성을 고르게 높은 수준으로 갖췄다. 언뜻 뉴 데일리가 노리는 시장이 좁아 보일 수도 있지만, 수입 트럭 브랜드들이 대형에서 중형으로, 다시 중소형으로 공략하는 시장을 넓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트럭 시장을 독과점해온 국내 업체들의 제품이 소비자들의 기대와 요구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베코를 비롯한 수입 트럭 업체들은 그런 소비자들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모델로 시장 점유율을 차츰 높여 나가고 있다.

게다가 환경 및 안전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브랜드 트럭들의 값이 많이 올랐다. 차 크기를 고려하면 국내 브랜드의 동급 트럭보다 비싼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막상 선택사항이나 편의성, 안전장비 등을 고루 고려하면 실제 값 차이는 심리적 차이만큼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브랜드 트럭에는 선택조차 할 수 없는 기능이나 장비들도 수입 트럭에는 넣을 수 있는 경우가 많고, 이번에 나온 뉴 데일리도 마찬가지다.

물론 국내 운송환경이 이미 국내 브랜드 트럭에 맞춰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뉴 데일리가 파고들 수 있는 틈새가 아주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품질과 서비스가 뒷받침된다면, 입지를 차츰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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