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간 ‘자동차생활’ 2003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올로드 콰트로 2.5 TDI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우디의 디젤 엔진 모델이다. 아이들링 때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느껴지지만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실내는 곧 조용해지고 휘발유차 못지 않을 만큼 시원스럽게 내뻗는다. 특히 고속으로 달릴수록 이 차의 진가를 톡톡히 느낄 수 있다. 네바퀴굴림 차답게 빠른 코너링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나고 서스펜션은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4단계 높이조절이 가능하다
이번에 시승한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 2.5 TDI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아우디의 디젤 엔진 모델이다. 사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될 뿐, 이 차가 아우디의 첫 디젤 엔진 모델은 아니다. 본고장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디젤 엔진 승용차가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 온 만큼, 아우디의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 역시 승용차용 디젤 엔진에 상당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SUV가 아닌 5인승 승용차에 디젤 엔진이 실린 모델이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개정된 법규 때문. 디젤 엔진을 얹을 수 있는 다목적형 승용자동차의 기준이 프레임, 네바퀴굴림(4WD) 장치, LSD 중 한 가지를 갖춘 차로 변경된 것이다. 덕분에 아우디는 장기 중 하나인 ‘콰트로’ 4WD 덕분에 디젤 엔진 모델을 국내에 선보일 수 있었다. 기아의 엑스트랙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법규의 혜택을 입기는 했지만, 엑스트랙과 같은 ‘궁여지책’ 모델은 아니다.
휘발유 모델과 같은 수준의 편의장비 갖춰
젖은 노면에서 진가 발휘하는 콰트로 4WD

물론 아우디의 다른 모델들도 콰트로 4WD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디젤 엔진을 얹을 수 있다. 그러나 아우디의 이미지와 디젤 엔진에 대한 인식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레저용 차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올로드 콰트로에 일단 시범적으로 디젤 엔진 모델을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올로드 콰트로가 A6 아반트를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다른 아우디 모델들과 달리 올로드 콰트로는 SUV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아우디 홍보담당자는 시승차로 안내하면서 “연료 보충을 미리 해두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주유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계기판의 연료계를 들여다보니 3/4 정도 채워져 있는 상태. 보통 시승하기 전에 자료를 살펴보기도 하지만 직접 차를 대하게 되면 대략 연비가 어떨지 감이 온다. 예언자라도 된 듯 “연비가 좋으니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되겠다”는 말을 건네니 담당자는 자신감이 섞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는 이미 국내에 휘발유 엔진 모델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차의 안팎에서 새로운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또한 휘발유 모델과 거의 같은 수준의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으므로 초점은 역시 달라진 엔진에 맞추어졌다.
시동이 걸린 차에 올랐다. 문을 닫으니 디젤 엔진 특유의 아이들링 소리가 의외로 별 여과 없이 들렸다.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다른 수입 SUV들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교해도 그다지 소음이 작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무리 커먼레일 방식이라 해도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은 휘발유 엔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회전 때의 소음이 아니라 주행중에 느껴지는 소음이다. 대부분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 차들이 그랬듯, 속도가 어느 정도 붙고 나면 엔진 소음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정도가 된다. 게다가 시승차는 이제 1천300km 정도밖에 달리지 않은 새차가 아닌가. 아직 길들이기조차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며 천천히 도로 위로 나섰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니 ‘가라랑’ 하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를 낸다.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내는 디젤 엔진의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변속기를 D 모드에 놓았는데도 1단 초기가속 때에는 변속시점이 3천rpm 정도로 제법 높게 잡혀있다. 변속기는 휘발유 모델과 같은 5단 팁트로닉 자동으로, D 모드와 S 모드, 그리고 수동 모드로 나뉘어져 있다. 2단 이후로는 2천rpm 내외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빠져나오면서 꾸준히 가속을 해나가자 엔진 소음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시속 50km를 넘어서고 기어가 3단 이상으로 높아지니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 ‘가라랑’ 하던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점점 더 휘발유 엔진 차와 구별이 되지 않는다. ‘내가 언제 시끄러웠냐’는 식으로, 아이들링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처음과 나중이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소리뿐만이 아니다. 액셀러레이터와 몸을 통해 느껴지는 가속감도 처음과 나중이 사뭇 다르다. 차선 앞쪽에 여유공간이 생긴 것을 보고 기어 레버를 수동 모드로 바꾼 뒤 기어를 한 단 낮추면서 오른발을 앞으로 꾹 내딛었다. 휘발유 엔진 같은 야무진 초기반응이 없다 싶은 것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금세 시선이 좁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무게 있게 앞으로 달려나간다.
콰트로 4WD는 젖은 노면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구동력을 네 바퀴로 전달해 주는 것은 기계장치를 기본으로 하는 정통 콰트로 구동계다. 가속 때 몸으로 느껴지는 차의 움직임은 네바퀴굴림만의 독특한 감각을 전해준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와중에도 안정감은 매우 우수하다.
4단계로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에 맞춰 2단계로 낮게 조절해 놓은 상태.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차의 높이를 더욱 낮춰본다.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자동으로 높이가 낮아지지만 작동에 걸리는 시간은 약간 더디게 느껴진다. 차 높이가 낮아지는 만큼 승차감은 단단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차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시원스런 토크 덕분에 달리는 기분은 ‘꿀맛’
상황에 따라 차고 조절 가능, 연비도 뛰어나

속도가 빨라질수록 휘발유 엔진과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다. 미세한 진동과 가늘게 들려오는 엔진음이 느껴지긴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과속을 할수록 진가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국내 도로현실이 아쉽다. 빠른 속도로 주변의 차들을 제쳐가면서, 과연 다른 차 운전자들이 이 차가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비로 노면이 젖어있었고 교통량이 많아 최고속 영역은 테스트해 볼 수 없었지만,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적당한 수준의 고속영역에서 매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5단 2천rpm 내외에서 속도계의 바늘은 시속 100km 부근을 가리키고 있다. 평범한 성격의 휘발유 승용차가 5단에서 3천rpm 내외의 회전수를 보이는 것과 비교가 된다.
이 차의 엔진회전수 한계는 4천500rpm. 시속 180km 정도에서 회전계의 바늘은 4천rpm에 못 미친다. 액셀러레이터와 엔진은 충분히 더 달릴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 제원상으로는 37.7kg·m의 토크가 1천500rpm부터 2천500rpm까지 고르게 이어지지만, 레드존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지 않는 이상 2천500rpm을 넘겨도 토크가 약해지는 것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시원스럽게 받쳐주는 토크 덕분에 달리는 기분은 ‘꿀맛’이다.
실내는 겉모습에 맞추어 베이지와 그레이의 투톤으로 처리한 시트, 센터 페시아 위쪽에 자리잡은 높이조절 스위치와 인디케이터, 그리고 글로브 박스 위의 ‘Quattro’ 엠블럼만 없다면 아우디 A6과 구별하기가 힘들다. 뒷좌석 너머의 화물칸 가리개나 수납식 그물망은 요즘 왜건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장비로,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A6의 왜건 모델인 A6 아반트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우디 올로드 콰트로는 같은 컨셉트를 지니고 먼저 태어난 볼보 XC70 크로스 컨트리와 비교된다. 곰곰 살펴보면 품질이나 고급감, 핸들링이나 온로드 성능 등 많은 측면에서 올로드 콰트로가 우세하긴 하지만, 실내에서 일반 왜건 모델과의 차별성이나 험로주행에 걸맞은 사소한 배려들이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볼보 XC70의 디젤 모델이 들어온다면 좀더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촬영을 위해 시동을 끄고 차를 세워두었다가 다시 시승에 나섰다.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보다 소음과 진동은 한층 가라앉아 있다. 핸들링 감각을 느껴보기 위해 왕복 2차선의 지방도로 접어들었다. 연이은 코너에서도 깔끔하게 라인을 그리며 안정감 있게 달려나간다. 스티어링 감각에서 알찬 맛이 조금 부족한 것은 다른 아우디 모델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스포티함과 여유로움이 적절히 절충되어있다는 느낌은 뚜렷하다.
시간관계상 제대로 된 오프로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그다지 험하지 않은 비포장 도로로 발길을 돌렸다. 비로 인해 흙탕이 진 길로 접어들면서 차 높이를 3단계로 높였다. 승차감은 약간 더 부드러워지지만 변화의 정도는 크지 않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SUV보다 분명 더 안정적이다. 다시 서스펜션을 2단계로 낮추고 속도를 높여본다. 접지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미를 느끼며 달릴 수 있다. 마치 랠리카를 모는 듯한 기분이다.
다시 포장도로로 들어서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바지에 흙이 묻었다. 몇cm 되지는 않지만 일반 승용차보다는 지상고가 높은 탓이다. 차 뒤편으로 돌아가 보니 범퍼 양쪽 아래에 자리잡은 배기구에서는 흰 김만 모락모락 피어나온다. 디젤 엔진 특유의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구멍에서 무슨 유해가스가 나오는지는 정밀 측정기기를 들이대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을 노릇이다.
시승을 정리할 무렵, 다시 연료계를 보았다. 여느 휘발유차들을 시승할 때와 비슷한 거리를 달렸건만, 연료계의 바늘은 예상보다도 훨씬 적게 움직인 상태였다. 이 정도의 경제성이라면 시동을 걸었을 때의 위화감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게다가 달리기 실력도 웬만한 휘발유 엔진 승용차 뺨치게 맛깔스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