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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트렌드 2010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528i는 새 5시리즈의 핵심 모델인 만큼 기대가 컸다. 무엇보다 BMW의 개성을 살리면서 보편적인 매력도 한층 강화한 것이 놀랍다. 그런 놀라움은 실내에서 잘 드러난다. 이전 세대에 비하면 얌전해진 디자인이 그렇고, 앞좌석과 뒷좌석의 분위기 차이가 뚜렷한 것이 그렇다.

적당한 긴장감을 유발해 운전자를 전투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운전석 분위기는 BMW 특유의 새로운 기어 레버 덕분에 진짜 전투기가 되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디자인이다. 큼지막한 금속 덩어리가 떡하니 센터 터널에 놓여 시각적으로 너무 튄다는 생각도 들지만 제 기능에 충실한 장치에 불만은 없다. 오히려 기어 레버와 나란히 놓인 아이드라이브 콘트롤러가 더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나마 대시보드 중앙의 정보 디스플레이보다 계기판으로 시선이 더 잘 집중되는 것은 HUD와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된 덕분이다.

대중적인(?) 트림 레벨인만큼 상대적으로 뒷좌석은 튀는 부분 하나 없이 단순하고 얌전하기만 하다. 대신 앞좌석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가 있다.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는 센터 터널은 여전히 돌출되어 있지만, 절묘한 시트 설계로 앉는 부분이 낮으면서도 공간적으로 세 사람이 나란히 앉기에 대단히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뒷바퀴굴림 중형차에서 이 정도로 뒷좌석 공간을 넉넉하게 뽑아내기 쉽지 않다.

정교하고 예리한 스티어링, 뒤에서 고무줄로 쭉 잡아당기는 듯한 제동감, 노면에 착 가라앉아 달리다가도 차분하게 요철을 받아 넘기는 탄탄한 서스펜션 모두 군더더기 없는 정통 BMW의 특징 그대로다. 직렬 6기통 3.0L 엔진이 내는 245마력의 최고출력은 BMW 기준으로 대단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차체가 비교적 가벼운 때문인지 가속감은 충분히 상쾌하다. 만만찮은 덩치임에도 달리기의 질감은 이전 5시리즈보다 더 알차졌다. 핸들링은 여전히 민첩하고 깔끔한데도, 신기하게도 승차감은 조금 더 너그럽다.

처음에는 가속 때 조금 부산스러운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어색했지만, 깔끔하고 매끄럽게 변속되어 불만은 없다. 다만 순간연비계 옆에 있는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게이지는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BMW는 연비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된다는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는 연비(10.2km/L)나 이산화탄소 배출량(215g/km)이 동급 배기량 엔진 차들 가운데에서도 꽤 좋은 편이다.

모든 BMW 차들이 그렇지만, 528i는 디자인과 만듦새, 운전감각과 주행특성 모두 BMW라는 브랜드에 어울리도록 잘 조율되고 일관되게 구현되어 있다. BMW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 하다. 다른 5시리즈를 몰아보지 못했기에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무난한 5시리즈가 되더라도 사실은 가장 5시리즈다운 5시리즈가 528i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