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300C 3.6 리미티드

[ 오토카 코리아 2011년 8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드라이버즈 카’의 성격이 명확해지다

지난 200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크라이슬러 300C는 수입 대형 세단 시장의 블루칩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 미국에서도 그랬지만, 국내에서도 뛰어난 값 대비 가치로 인기를 얻으며 크라이슬러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괄목할만한 변화 없이 7년을 롱런하는 사이에 다른 경쟁자들이 300C의 자리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상징성과 수익성 면에서 모두 중요했기 때문에, 크라이슬러는 어려움 속에서도 새 300C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0) 플랫폼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고전미가 가미된 위풍당당한 디자인은 300C를 한 등급 위의 차로 보이게 했다. 사실 이런 점은 국내에서 가장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새 300C 역시 이전 모델의 매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뼈대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투박했던 스타일은 기본 흐름은 그대로 둔 채 한층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LED로 장식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적재적소에서 차의 분위기를 강조하는 크롬 장식과 더불어 존재감은 그대로이면서 새 차 느낌은 물씬 풍긴다.

실내 역시 디자인과 소재를 모두 전혀 새롭게 바꾸었다. 조립품질과 마무리는 이전 모델이 부끄러울 정도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다만 가죽을 포함해 전반적인 내장재는 아직 고급 브랜드 속에 어울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대담하면서도 부드러움을 담은 대시보드에서는 6각형 센터 페시아가 특히 눈길을 끈다. 대형 컬러 터치스크린에 대부분의 기능을 통합시켜 첨단 느낌을 강조하면서 조작 편의성도 높였다.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화면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실내공간은 넉넉한 앞좌석에 비하면 뒷좌석은 쇼퍼 드리븐 카로 쓰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시트는 쿠션은 두텁지만 반발력이 커서 몸을 잘 잡아주지 못한다. 대신 뒤 시트는 편안히 앉기에 알맞은 위치와 각도로 만들어져 있다. 편의장비도 앞좌석 중심이다. 크라이슬러 고유의 유커넥트(uConnect) 멀티미디어 시스템과 국내에서 더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비교적 통합이 잘 되어 있어 편리하다. 운전자뿐 아니라 동반석 탑승자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2열 좌석 위까지 뻗은 대형 듀얼 문루프가 기본으로 달리는 것도 새 모델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뒤 유리의 전동 햇빛 가리개와 2단 열선 기능을 빼면 뒷좌석을 위한 편의장비는 평범한 중형차 수준이다.

피아트의 경영참여 이후 출시된 새 모델들이 대부분 그렇듯, 새 300C에도 V6 3.6L 펜타스타 엔진이 올라간다. 그러나 최고출력은 가장 높은 296마력이다. 새 엔진은 회전질감이 좋고, 살짝 거친 맛은 있지만 알찬 느낌으로 힘을 쏟아낸다. 특히 회전수에 따른 힘 변화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급가속할 때에 약간 아쉬울 뿐,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는 알맞은 힘을 낸다. 에코 모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차분하게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으면 비교적 시원하게 뻗어 나간다. 배기음 역시 듣기 좋은 수준으로 세련되게 들려온다.

수동 기능이 있는 5단 자동변속기는 요즘 기준으로는 약간 뒤처진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제 주행 때에는 크게 불만을 느낄 일이 없다. 기어비도 고른 편이고 변속도 비교적 매끄럽지만, 수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쓰기에는 기어 레버가 너무 뒤쪽에 놓여 있다. 꾸준한 가속 끝에 시속 100km에 이르면 엔진 회전수는 5단에서 1천,00rpm에 머문다. 정속주행 구간이 길어질수록 연비는 뚜렷하게 좋아진다. 309km 거리를 시승하며 얻은 평균 연비는 9.0km/L로 공인연비(9.1km/L)를 살짝 밑돌았다.

스티어링 반응과 회전감각은 매우 매끄럽지만 아주 잘 숙성된 느낌은 아니다. 고속에서 가벼움, 저속에서 무거움을 아주 살짝 줄이면 알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승차감과 핸들링은 이전 모델과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좋은 노면에서는 든든하고 안정적이어서 상당히 편안하다. 비교적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은 상하 움직임이 약간 과하게 억제된 느낌이어서 요철에서는 거칠게 반응한다. 대신 다루기가 좋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깔끔하게 원하는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빠져 나간다. 큰 차를 몬다는 느낌은 들지만 부담 없이 치고 나갈 수 있다. 

원래 크라이슬러 300C는 오너 중심의 차였다. 국내에서는 생김새 덕분에 고급 대형차 취급을 받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새 모델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주행특성은 한층 유럽 감각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뒷좌석에 편안히 앉아 이동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끌어안기는 조금 힘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평점: 7.0/10 – 유럽차에 가까워진 주행감각은 반갑지만, 모든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 지는 의문이다

  • 장점: 여전히 우월한 존재감, 유럽차 감각의 핸들링과 승차감
  • 단점: 빈약한 뒷좌석 편의장비, 아직 고급스러움이 부족한 내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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