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트렌드 한국판 2012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모터 트렌드 편집부가 던진 질문에 주관을 바탕으로 답변한 내용입니다. ]
Q1. 생애 마지막 차로 무엇을 꿈꾸고 계시나요?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생산된 R129 메르세데스-벤츠 SL 500. 색깔은 반드시 은색이어야 한다. 2인승 대형 컨버터블인 SL 클래스는 순전히 즐기기 위한 차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호사스러움이 가장 잘 표현된 모델이기도 하고, 특히 R129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기계적 완성도를 중시하던 시대의 정점을 찍은 차다. 요즘 SL 클래스만큼 과하게 패셔너블하지도 않고, 중후함과 세련미를 고루 갖춘 스타일이 참 매력적이다.
멋있게 늙어가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나이에 어울리는 멋과 품위를 즐겁게 누릴 수 있는 차로 꼽을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차 중의 하나가 R129 SL 클래스다. 굳이 SL 500이어야 하는 이유는 당연히 V8 엔진 때문이다. V8 엔진은 마력을 갖고 있다. 어느 브랜드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V8 엔진이라면 메이드 인 저머니의 신뢰성과 미국 지향의 호쾌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은색이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독일 차, 특히 메르세데스-벤츠는 ‘저먼 실버’라 불리는 은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 모든 면에서 언제나 나의 이상형이었던 차였기 때문에, 생애 마지막 차로도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Q2. 당장 돈이 있어 살 수 있다면 반드시 이런 차/이런 옵션은 고르리

보스(Bose) 오디오 시스템은 필수 아이템이다. 단, 세팅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전제가 붙는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원하는 음악을 원하는 음색으로 듣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내가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공간은 내 차에 탔을 때뿐이다. 그리고 여러 카 오디오 가운데에 내 귀에 딱 알맞은 소리를 내는 것은 보스 시스템이다.
지금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차들 가운데에도 보스 오디오가 달린 차들은 많지만, 사실 제대로 세팅이 된 차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싸구려라도 다른 오디오들보다는 보스가 내 귀에 잘 맞는다.
Q3. 나는 @@@@ 한 사람에게 이 차를 생의 마지막차로 추천하고 싶다.

4선 이상 국회의원을 하고 정계은퇴한 분에게 생의 마지막 차로 포르쉐 911 카레라 S를 추천하고 싶다.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늘 대형차 뒷자리에서 쪽잠을 자거나 국정을 논의하셨을 테니, 생을 마감하시기 전에 자동차가 주는 즐거움을 최대한 맛보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한다.
물론 정치하시는 내내 국정에만 힘을 쏟으셨다면 손에 넣기에는 꽤나 부담스러울 고가의 차이지만, 요즘 국회의사당에 계신 분들 가운데 911이 부담스러울 분들은 비례대표로 선출된 분들을 빼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돌아가시기 전에 자동차가 왜 좋고 중요한 지를 제대로 느껴보시고, 후배 국회의원들에게 좀 알려주셨으면 한다.
Q4. 내가 본 가장 멋진 마지막(중년,노년의 차들) 차. 최악의 차. 혹은 부탁의 말씀.

대학 시절, 헬멧 아래로 긴 백발을 흩날리며 뒷좌석의 아내와 함께 아메리칸 스타일 바이크를 몰고 학교 앞을 달리던 어르신이 기억난다. 돌이켜 봐도 그렇게 멋진 바이커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자동차라면 편안한 2인승 컨버터블이 그처럼 멋진 노년의 모습을 만들어줄 것이다.
꼭 고급차가 아니라도 좋다. 인생은 수많은 고민과 굴곡의 연속이다. 생애 마지막 차는 지나간 일들을 잊고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차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숨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 할 사람과 같이 즐길 수 있는 차를 고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