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옹 한국판 2015년 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경주차와 승용차 사이에 과연 중간영역이 존재할까요? 포르쉐의 답변은 ‘그렇다’입니다. 포르쉐가 새로 선보인 911 카레라 GTS가 바로 그런 차입니다. 경주차 느낌이 물씬 풍기도록 조율된 엔진과 서스펜션은 도전을 자극하면서도, 알찬 편의장비와 빼어난 꾸밈새는 편안함을 잃지 않은 승차감과 어우러져 승용차로도 손색없습니다.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만드는 자동차 회사는 의외로 꽤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르쉐만큼 다양한 차종을 내놓으면서 한 차종에서도 여러 모델로 세분화된 구성을 갖춘 곳은 없습니다. 포르쉐의 간판 모델인 911이 대표적이죠. GM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경영자 알프레드 슬론은 ‘모든 사람의 구매력과 용도에 알맞은 차’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표현에서 ‘차’를 ‘스포츠카’로 바꾼 것이 바로 포르쉐 911이라 해도 좋을 겁니다. 

911이라는 모델 이름이 붙은 차들은 일상 생활에 쓰기에 부담없는 모델부터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무대에 곧장 뛰어들어도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까지 폭이 아주 넓습니다. 2011년 말에 첫선을 보인 최신 991 시리즈 911도 시판 모델이 15개에 이를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것으로도 부족했던 걸까요. 포르쉐는 이번에 911 라인업에 4개 모델을 또 다시 더했습니다. 모두 카레라 GTS라는 이름이 더해진 이 차들은 조금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GTS는 그란 투리스모 스포트(Gran Turismo Sport)의 머리글자입니다. 그란 투리스모, 줄여서 GT라고 표현하는 말은 흔히 장거리를 고속으로 달리기에 적합한 차에 수식어로 붙습니다. 거기에 스포트가 덧붙어 만들어진 것이 GTS입니다. 1963년에 처음 쓰이기 시작한 카레라 GTS라는 이름은 1990년대까지는 특별한 소수를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카에 쓰였습니다. 누구나 살 수 있게 된 것은 2007년 카이엔 GTS가 나오면서부터였죠. 지금은 포르쉐 모든 모델에 GTS 버전이 존재하는데, 다른 모델과는 달리 911에는 고유명사처럼 카레라라는 이름과 꼭 함께 등장합니다.

그런데 GT는 모터스포츠 세계에서는 조금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모터스포츠에 출전할 수 있지만 경주 전용으로 만들어진 차가 아닌, 공공도로 주행이 가능한 승용차 개념으로 일반인에게 팔리는 스포츠카를 GT로 분류합니다. 포르쉐 911 가운데에서는 GT3라는 모델이 그런 개념의 GT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모터스포츠 출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한 차지요. 그와는 달리 포르쉐의 GTS는 전적으로 일반도로 주행을 위해 만들어진 차입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는 GT의 성능과 기분을 일반도로를 달리면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즉, 911 카레라 GTS는 여러 911 모델 가운데 고성능과 럭셔리라는 서로 다른 지향점의 분수령에 있는 차입니다. 승용차와 경주차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뜻이죠. 911 카레라나 카레라 S처럼 승용차에 어울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서킷 주행을 목적으로 만든 911 GT3의 특성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출발해 150km 남짓 떨어진 윌로우 스프링즈 레이스웨이에 도착, 서킷을 달린 후 복귀하도록 마련된 시승 코스는 그런 911 카레라 GTS의 성격을 느껴보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GTS라는 이름의 911은 차체 뒤쪽에 붙은 모델 표시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카레라 GTS, 다른 하나는 카레라 4 GTS입니다. 숫자 4의 유무는 엔진 구동력이 전달되는 바퀴의 수가 몇 개인지를 알려줍니다. 4가 없으면 뒷바퀴 굴림 방식, 있으면 네 바퀴 굴림 방식입니다. 그리고 두 모델 모두 모델 표시 위쪽에 양쪽 테일램프를 잇는 가는 띠가 있습니다. 띠가 검은색이면 카레라 GTS, 투명한 빨간색이면 카레라 4 GTS입니다. 뒤 범퍼 아래에 좌우로 두 개씩 둥근 배기구가 자리잡은 모습은 아랫급인 카레라 S나 카레라 4S와 비슷하지만, 앞모습은 GT3을 닮았습니다. 이런 겉모습에서부터 차의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언뜻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GTS 모델은 모두 차체 뒤쪽 너비가 카레라 4/4S와 같습니다. 그리고 차체 형태에 따라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나뉘지요. 그래서 GTS는 모두 네 모델이 되는 겁니다.

일상 생활에 쓰기 좋은 승용차의 특성은 고급스러운 꾸밈새와 풍부한 편의장비에서 잘 드러납니다. 언제나 차에 탄 사람을 진지하게 만드는 운전공간은 모든 포르쉐가 그렇듯 정교한 조립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빈틈없이 알찬 느낌을 줍니다. 시트는 차체 색과 맞춘 스티치가 돋보이고 등받이를 알칸타라로 씌웠습니다. 물론 앞좌석을 옵션인 경량 스포츠 시트로 바꾸거나, 뒷좌석을 떼어낸 2인승 모델로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랫급 모델에서는 선택사항인 여러 기능과 장비가 GTS에서는 기본입니다. 포르쉐 다이내믹 라이트 시스템(PDLS)이 포함된 바이제논 헤드램프, 스포츠 배기 시스템은 물론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도 기본입니다. 

이 가운데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는 911에 레이스카의 짜릿함을 더하는 특별한 기능들을 갖추고 있어 매력적입니다. 주행특성을 더욱 스포티하게 바꾸는 스포트 플러스 모드나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최고의 성능으로 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론치 컨트롤 같은 기능이 모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엔진과 차체를 연결하는 엔진 마운트를 차의 주행상태에 따라 능동적으로 조절해 최적의 성능을 뒷받침하는 액티브 엔진 마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이처럼 기본장비가 풍부한 덕분에 아랫급 모델에 옵션을 가득 붙인 것보다 값은 더 합리적입니다.

911 카레라 GTS에서 주목할 두 가지 가운데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엔진입니다. 뒤 범퍼 안쪽에 낮게 자리를 잡고 있는 수평대향 3.8리터 엔진은 기본적으로 카레라 및 카레라 S에 쓰인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카레라 S에 선택해 추가할 수 있는 파워킷이 기본으로 더해져, 최고출력은 카레라 S보다 30마력 높아진 430마력이 되었습니다.

높아진 출력이나 카레라 S/4S와 차이가 적은 가속성능이나 최고속도 같은 수치를 보면 GTS의 존재 의미에 회의가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카레라 GTS의 매력은 운전하는 사람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가변 흡기 시스템이 더욱 정교해진 것을 비롯해 결코 작지 않은 범위의 손질이 이루어져, 회전수를 높이면 높일수록 더 박력있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밟을수록 엔진은 확실한 반응으로 운전자에게 화답합니다. 그 과정에서 배기구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배기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짜릿함을 안겨줍니다.

그 다음으로 매력적인 부분으로는 서스펜션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액티브 서스펜션인 PASM이 기본으로 쓰이면서 차체 높이가 카레라 S보다 10mm 낮아졌고, 그 덕분에 차의 반응은 아랫급 911보다 조금 더 민첩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승차감이 조금 더 탄탄해졌으면서도 여전히 편안함을 잃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윌로우 스프링즈로 향하는 길에는 카레라 GTS 카브리올레를, 패서디나로 돌아오는 길에는 카레라 4 GTS 쿠페를 몰아보니 같은 GTS인데도 조금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카브리올레가 성능은 약간 뒤지지만, 승차감은 좀 더 부드러운 편입니다. 쿠페라고 해서 거친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노면이 좋지 않은 산길을 한참동안 달렸지만, 노면과 차의 움직임은 생생하게 전달되면서도 몸이 혹사당한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다른 카레라 모델들보다 스포츠 드라이빙의 진지함은 더 알차게 느끼도록 조율하면서도 편안함을 아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네 가지 모델 가운데 GTS 본연의 색깔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을 꼽자면 단연 뒷바퀴 굴림 방식인 카레라 GTS를 들겠습니다. 물론 카레라 4 GTS의 재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트랙을 달리든 일반 도로를 달리든,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때의 힘찬 느낌이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재미와 어우러졌을 때 짜릿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뒷바퀴 굴림 쪽입니다. 스포츠카를 동물에 비유하는 글을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카레라 4 GTS가 좀 더 기계적이고 정확한 느낌이 강하다면 카레라 GTS는 좀 더 살아있는 생명체에 가까운 날것의 느낌이 담겨 있습니다. 다루는 재미가 더 쏠쏠한 이유입니다.

경주차의 짜릿함은 궁금하지만 직접 서킷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에게 911 카레라 GTS는 딱 알맞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물론 원한다면 언제든 서킷을 달려도 좋습니다. 서킷은 경주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무대가 일반도로든 서킷이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때에는 언제든 따릿한 쾌감을 안겨줄 수 있는 차가 911 카레라 GTS입니다. 그란 투리스모와 스포츠의 결합이 바로 그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