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3월 1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쉐보레는 올 뉴 크루즈를 내놓으며 ‘동급 유일의 랙 타입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을 썼다고 소개했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쉽게 돌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장치를 가리켜 파워 스티어링이라고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쉐보레가 강조하는 ‘랙 타입’과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파워 스티어링은 대부분 유압식이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바퀴 방향을 조절하는 부분에 기름으로 압력을 주어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이다. 이때 기름의 압력 즉 유압을 만드는 것이 파워 스티어링 펌프인데, 이 펌프는 일반적으로 에어컨 컴프레서나 발전기 등 다른 엔진 주변장치들과 함께 엔진의 회전력을 이용해 작동한다. 

이 방식은 기름의 특성 때문에 작동할 때 스티어링 휠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많았다. 우선 기름이 적당한 압력을 유지하며 흐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데, 그 구조가 복잡하고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무겁기까지 하다. 또한, 기름이 새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도 파워 스티어링 펌프가 항상 엔진과 맞물려 작동하기 때문에, 엔진 힘을 일정 부분 빼앗아 연료소비를 늘리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 자동차 개발의 중요한 과제가 되면서 그런 단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EPS)이었다. EPS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에서 유압계통이 하던 일을 전기로 작동하는 모터가 넘겨받은 것이다. 유압식처럼 기름을 쓰는 복잡한 구조가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전기 모터 구조와 전자제어 장치로 구성되는 것이 EPS의 특징이다. 당연히 유압식보다 가벼울 뿐 아니라 엔진 힘을 쓰지 않아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차들에는 대부분 EPS가 쓰인다.

EPS는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종류를 설명하기에 앞서 잠시 일반적인 자동차의 스티어링 기구의 작동 원리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 대부분의 승용차에 쓰이는 스티어링 기구는 랙 앤 피니언(rack and pinion) 방식이다. 스티어링 휠 휘전축을 길게 뽑고 그 끝에 비스듬한 톱니바퀴(피니언 기어)를 달고, 좌우 바퀴 사이를 잇는 긴 막대에 일직선으로 나 있는 톱니(랙 기어)에 피니언 기어가 맞물리는 구조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함께 도는 피니언 기어의 회전 운동이 랙 기어에서 직선 운동으로 바뀌어 좌우 바퀴의 각도가 조절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랙 앤 피니언 방식 스티어링 기구의 구조가 EPS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 영향을 준다. 힘을 보태는 전기 모터가 스티어링 기구의 어느 부분에 설치되느냐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 것이다. 우선 스티어링 휠 바로 뒤쪽의 회전축에 모터가 물리는 컬럼 어시스트 방식(C-EPS)이 있고, 스티어링 휠 회전축과 연결된 피니언 기어 회전축에 물리는 피니언 어시스트 방식(P-EPS)이 있다. 그리고 피니언 기어와 랙 기어가 연결되는 부분에 모터가 놓이는 직접 구동 방식(D-EPS)과 랙 기어를 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랙 어시스트 방식(R-EPS)이 있다. 이 가운데 올 뉴 크루즈에 쓰인 것이 R-EPS이고, 편의상 랙 타입이라고 부른 것이다.  

각각의 EPS는 장단점이 있다. 우선 C-EPS와 P-EPS는 구조가 간단해 작고 가벼우면서 값이 싸서 대중적인 소형차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모터 위치가 스티어링 휠에 가까운 만큼 작동할 때 모터 소리가 들리기 쉽고 모터 힘이 너무 직접 작용해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이질감이 크다. 상대적으로 D-EPS와 R-EPS는 바퀴 각도 조절에 직접 작용하는 랙 기어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 조작감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또한, 스티어링 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전기 모터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다만 다른 방식에 비해서는 크고 무겁고 비싼 것이 단점이다.

쉐보레는 윗급 모델인 말리부에 R-EPS를 써서 긍정적 효과를 얻은 바 있다. 말리부보다 크기가 작은 크루즈에도 C-EPS 대신 R-EPS를 쓴 것은 공통적인 설계 요소를 넣어 개발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운전자가 좀 더 매끄러운 주행감각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