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엑시즈 S 클럽 레이서 오토매틱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4월호 특집 ‘3초대 차들 다 모여!’ 피처 기사 중 일부의 원본입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0-시속 100km 가속 3초 대 차 다섯 대를 모아, 각 필자가 한 대씩 집중해 시승하고 느낌을 정리했습니다. ]

엑시즈 S 클럽 레이서(CR)는 엑시즈 S를 바탕으로 만든 버전이다. 파워트레인은 달라진 것이 없다. 토요타에서 사온 V6 3.5리터 엔진에 슈퍼차저를 더했고, 시승차에는 선택사항인 IPS(Intelligent Precision Shift)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 있다. IPS는 이름이 꽤 그럴싸하지만 내용물은 V6 3.5리터 엔진을 얹은 토요타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 모두 로터스의 손질을 거쳐 스포티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이는 자체 엔진을 쓴 적이 없는 로터스의 전통이기도 하다. 

‘클럽 레이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변화에도 로터스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출력을 높이기보다는 무게를 줄이고 공기역학 특성을 개선함으로써 성능을 높인 것이다. 앞 범퍼 아래와 뒤 데크 위에 더한 스포일러 말고도 차체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다운포스를 높였고, 센터 콘솔과 도어, 시트, 배터리를 가벼운 것으로 바꿔 무게를 15kg 줄였다. 엑시즈 S와 다른 점을 짚어보면 서킷 주행에 맞춰 고속 코너링 한계를 높이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시승의 주제인 정지가속력과는 별 상관이 없는 변화다.

로터스와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선입견 때문이다. 오래 전에 몰아본 엘리즈에서는 수동변속기도 까다롭지 않았지만, 일단 자동변속기 차는 정지가속 시험할 때 실수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제원표 상으로는 자동 모델이 수동 모델보다 0.1초 빠른 3.8초 만에 시속 100km에 이른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변속 패들이 있지만,  변속기가 알아서 변속하라고 내버려 두고 액셀러레이터 페달만 힘껏 밟기로 했다. 대신 빠른 가속반응과 접지력 확보를 위해 DPM(Dynamic Performance Management) 다이얼을 돌려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설정했다.

나름의 출발선을 정해놓고 차를 세운 다음, 진행방향 주변이 정리되길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브레이크 페달에 있던 오른발로 액셀러레이터를 박차면 가속이 시작된다. 집중을 하면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 변속기가 엔진으로부터 넘겨받은 토크를 바퀴로 온전히 넘겨주기 시작할 때까지는 짧은 머뭇거림이 있다. 그러나 머뭇거림은 이내 힘찬 가속으로 바뀐다. 야구공이 타자가 휘두른 배트에 맞았을 때 탄력을 받아 날아가는 것과 비슷하달까. 물론 시계를 보면 초 단위 숫자가 채 1로 바뀌기도 전에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이어지는 과정도 모두 순식간에 지나간다. ‘쭉’ 뻗는다는 표현 밖에는 떠오르지 않을만큼 짧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7,000rpm 가까이 솟구친 엔진 회전계 바늘은 기어가 2단으로 올라가면서 5,000rpm 언저리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2단으로 바뀌고 나서도 회전수가 올라가는 속도는 더뎌지지 않고 금세 회전 한계에 가까워진다. 이내 속도계 바늘은 시속 100km를 넘어선다. 기어는 여전히 2단, 회전수는 6,000rpm을 훌쩍 넘겨 7,000rpm을 목전에 둔 상태다. 요란하기보다는 힘차게 느껴지는 배기음도 방음처리가 되지 않은 실내에 울려퍼지며 온몸을 뒤흔든다.

머리 속에는 슈퍼차저는 고회전으로 갈수록 효율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들어 있지만, 글쎄. 공기저항을 더 많이 받는 고속이라면 모를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 사이에 몸이 느낄 정도로 변화가 뚜렷하지는 않다. 오히려 상체를 누르는 가속도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스포츠 버킷 시트 등받이는 쿠션이 얇아, 마치 등이 쿠션이 된 듯한 느낌이 스쳐 지나간다. 함께 나온 차들 중 가장 가볍지만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빠른 가속에도 차체 앞쪽은 많이 들리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통해 느껴지는 앞바퀴 움직임도 듬직하다. 노면에 거의 달라붙은 채로 속도만 빨라지는 기분은 아주 절묘하다.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깊이 밟으면 변속기는 빠르게 줄어드는 속도에 맞춰 힐앤토를 하듯 회전수를 맞춰가며 아랫단을 알아서 물린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시간은 기껏해야 6~7초 남짓. 당연한 이야기지만, 풀 브레이킹을 하지 않아도 차가 속도를 줄이는 시간은 가속할 때보다 훨씬 더 짧다.

출발할 때 아주 짧게 주춤하는 순간을 빼면, 특히 돋보인 면이 몇 가지 있다. 변속이 빠르고 치밀한 변속기, 회전수에 관계없이 탄탄한 토크로 가속을 이끌어내는 엔진, 무게를 잊게 만드는 서스펜션 움직임과 끈끈한 접지력 모두 예상 밖으로 뛰어났다. 함께 달린 다른 차들과 비교해도 전혀 아쉬울 것 없는 가속력과 가속감을 주는 엑시즈 S 클럽 레이서에게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함께 시승한 다른 차들의 평점 및 평가]

  • BMW M760Li xDrive (별 3.5개/5개): 이런 성격의 차는 성능과 승차감의 균형점을 찾기가 참 어렵다. BMW도 완전한 해답을 얻지는 못한 느낌이다. 가속은 시원통쾌하지만, 무게의 굴레를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 페라리 488 GTB (별 4.5개/5개): 소배기량 터보 엔진으로 바뀌며 ‘듣는 즐거움’이 사라진 F1처럼, 488 GTB도 귀는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나머지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가속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대단하다.
  • 메르세데스-AMG GT S (별 4.5/5개): 막강한 힘, 우렁찬 배기음, 앞바퀴가 들릴 것처럼 화끈한 몸놀림. 서킷에서 재미있었던 AMG GT S에게 드래그 레이서의 자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자극적인 즐거움은 최고다.
  • 캐딜락 ATS-V (별 3.5개/5개): 미국 머슬카의 허술함 대신 유럽 스포츠 세단의 색깔을 추구한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색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좋은 차지만, 어느 쪽으로든 짜릿함을 더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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