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로 수명 연장 노리는 디젤 엔진

[ 2018년 5월 2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자동차 동력원을 지배해온 내연기관이 전동화 추세와 더불어 점차 전기 모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대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는 세계 여러 나라 정부의 규제의 성격도 전과는 다르다. 영국 정부는 2040년 이후 일반 승용차 및 소형 상용차에 내연기관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구체화해 발표한 것처럼, 이제는 내연기관이 대기환경에 주는 영향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아예 내연기관 자체를 자동차에서 퇴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에 관한 규제는 이전보다 더 강력해졌고, 더는 디젤 엔진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자동차 업체가 늘고 있다. 스바루는 2020년까지 디젤 엔진 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고, 혼다는 올 하반기 유럽에 출시하는 신형 CR-V를 시작으로, 닛산은 2021년부터 유럽 시장 판매 모델에서 디젤 엔진을 제외하기로 했다. 토요타도 올해 안에 유럽에서 디젤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존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모든 모델을 전동화하겠다고 선언한 볼보는 올 상반기 선보일 예정인 신형 S60 세단에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완전히 제외한다. 

각종 규제와 더불어 시장의 부정적 반응으로 디젤 엔진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점점 감소하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모든 자동차 업체가 디젤 엔진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새로 출시되는 모델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동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우디는 2016년에 Q7 e-트론 3.0 TDI 콰트로를 유럽 시장에 내놓아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는 틈새 시장을 개척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3월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C-클래스와 E-클래스에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아는 올 하반기 유럽 출시 예정인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 디젤 모델에 처음으로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다. 폭스바겐도 최근 2019년 출시 예정인 8세대 골프에 올라갈 2.0리터 디젤 엔진에 처음으로 쓰일 12볼트 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와 같이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반영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디젤 엔진의 하이브리드화는 높은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미 디젤 엔진이 동급 가솔린 엔진보다 비싼 데다가, 전기 모터와 하이브리드 구동계에 필요한 요소가 더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올라가는 값이 일반 소비자를 설득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거느린 PSA 그룹은 2008년에 일찌감치 하이브리드4(HYbrid4)라는 이름으로 디젤 하이브리드 4륜구동 기술을 발표했고, 2012년부터 일부 모델에 적용해 판매한 바 있다. 그러나 뛰어난 연비와 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도 폭넓게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배터리 가격 하락과 더불어, 48볼트 전기 시스템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현에 따른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현실적인 수준까지 값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대중차 업체는 전동화 정도는 낮지만 가격 상승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한층 더 적극적인 전동화 기술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디젤 엔진과 결합하고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스타터/제너레이터를 활용해 감속 에너지 일부를 전기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고, 스톱/스타트 기능이 작동해 차가 정지했을 때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충전한 전기를 차의 주요 장치에 공급한다. 따라서 스톱/스타트 기능만 있는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보다 엔진 시동이 꺼진 상태를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고, 정지 상태에서 공회전으로 배기가스가 만들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구동용 전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충전할 수 있어,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만큼은 아니어도 일반 하이브리드 차보다는 훨씬 더 긴 거리를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브랜드나 차급, 모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몇몇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들은 대략 50km 안팎의 거리를 전기차 모드로 달릴 수 있다.

이와 같은 디젤 엔진의 전동화가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디젤 엔진 배기가스가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도심지에서 전기의 힘을 빌어 엔진 작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BEV 만큼은 아니어도, 전동화를 통해 디젤 엔진의 단점을 어느 정도까지는 상쇄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BEV가 대중화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값에 대량 공급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내연기관 기술을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숙명이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에게는 높은 연비를 통한 경제성으로 설득력을 얻고, 법규에는 배출가스 저감기술과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는 특성으로 대응하기에 알맞다는 점이 디젤 엔진이 전동화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자동차 동력원 전환의 과도기다. BEV가 시장의 주류로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 내연기관은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명맥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디젤 엔진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 기반 자동차 업체와 부품 공급 업체들이 단숨에 관련 기술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관련 업계에는 여전히 디젤 엔진의 단점을 기술 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도 남아 있다.

보쉬는 지난 4월, 강화된 배출가스 시험기준에서도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은 오래지 않아 여러 브랜드의 제품에 적용될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동력원에서 엔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더라도, 지난 3월에 쓴 칼럼에서도 지적했듯 전동화를 포함해 엔진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은 엔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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