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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ryu.net 독점 콘텐츠]

2008년 10월, 현대자동차가 ‘올해 마지막 신차’라는, 이른바 ‘i30의 CUV 버전’인 i30cw를 발표했다. CUV는 물론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클'(Crossover Utility Vehicle)의 머릿글자를 가져온 것. 크로스오버란 다양한 장르를 한 데 뒤섞은 종류의 물건에 주로 쓰이는 말이다. ‘퓨전'(fusion)이나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낱말과도 뜻이 통하는 데 굳이 이런 낱말들 대신 ‘크로스오버’라는 말을 쓰는 이유, 그리고 어딘가 지프형 승용차(SUV)의 냄새가 나는 CUV라는 말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고민을 해 보았지만, ‘퓨전’은 유행이 지났고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시킨 구동계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뭔가 심심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나아가 혼합장르의 차를 크로스오버 카라고 부른 지는 꽤나 오래되었기 때문에, 평범한 승용차를 가리키는 ‘카’라는 말 대신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틸리티 비클’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신선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

CUV라고 하든 다른 이름을 붙이든 i30cw는 고전적인 차형분류로 간단히 전형적인 5도어 왜건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만약 누군가 ‘휠베이스도 늘리고 지붕도 높이는 등 차체를 확 바꿨는데도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말고 크로스오버다운 면이 뭐가 있는데?’라고 되묻고 싶다. 이것은 i30cw가 좋은 차냐 나쁜 차냐, 잘 만든 차냐 못 만든 차냐의 이야기가 아니다. i30cw를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i30만 보더라도 썩 잘 만든 완성도 높은 차일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논점은 단순하다. 크로스오버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 본질을 얼마나 잘 살렸기에 크로스오버라는 말을 붙였느냐 하는 것이다.

앞좌석 앞쪽으로는 i30과(그리고 아반떼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특정한 모델의 변형차종이라는 한계를 생각하면 당연한 부분이다. 그리고 차급을 생각하면 웬만큼 갖춰놓을 것 다 갖춰놓은 실내 앞쪽은 크게 나무랄 부분도 없다. 사실 크로스오버의 장점이 발휘되어야 할 부분은 실내 구석구석의 꾸밈새와 뒷좌석, 그리고 짐칸이다. 그런데 i30cw는 어떤가. 뒷좌석과 짐공간이 넉넉해졌을 뿐, 전형적인 해치백 또는 왜건과 전혀 다를 바 없다. 6:4 비율로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은 헤드레스트를 떼어내지 않아도 무리없이 접을 수 있다는 점을 빼면 i30과도 전혀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수납식 짐칸 가리개나 짐칸 막이 그물 같은 것은 국내에서나 신선하지 해외 메이커 왜건에서는 거의 기본 수준의 장비들이다.

기아 소울에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은 아직 자동차를 보고 만드는 관점이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i30cw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차 크기 때문에 활용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푸조 307SW/308SW같은 3단 분리 조절식 뒷좌석, 크라이슬러 PT크루저나 시보레 HHR 처럼 간단하지만 다양하게 변신되는 짐 공간 정도는 갖춰줘야 어디가서 ‘크로스오버’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다. 이미 해외 메이커는 5년 전, 10년 전에 그런 아이디어들을 반영한 차를 내놓고 있는데, 평범한 왜건을 놓고 ‘크로스오버’ 어쩌구 하는 것은 동네 골목대장 유세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보수적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기아가 언제까지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만 맞춰서 차를 만들 생각인지.

그래도 ‘판매가 잘 되면 그만 아닌가’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해치백의 불모지 한국에 현대가 i30을 내놓아 분위기를 뒤집은 것처럼, 왜건의 불모지 한국에 현대가 왜건을 내놓아 잘 팔린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해치백이라서, 왜건이라서가 아니라 ‘현대차라서’라고 한다면 더더욱 할 말은 없다. 다만 그런 것이 내수에서나 가능한 얘기지, 해외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현대차가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