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2004년에 나온 메르세데스-벤츠 CLS 1세대 모델은 출시될 때만 해도 회의적인 반응과 긍정적인 반응이 엇갈렸지만, 이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4도어 쿠페’라는 장르의 문을 열었다. CLS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읽은 자동차 메이커들은 폭스바겐 CC, BMW 그란투리스모, 아우디 A7 등 비슷한 성격의 차들을 앞 다투어 내놓기 시작했다. 물론 같은 장르라 하더라도 메이커마다 해석은 각기 다른 탓에, 오히려 개념이 혼란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처음으로 4도어 쿠페를 내놓았던 만큼 2세대 모델의 데뷔도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빠르다. 이번에 선보인 CLS도 E 클래스에 뿌리를 둔 기본 구조는 여전해서, 파워트레인 등 주요 요소는 현행 E 클래스와 거의 쌍둥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물론 차체를 조금 더 키우고 풍부하고 화려한 장비를 더해 가격표에는 조금 더 큰 숫자가 붙는다. 덩치는 커졌지만 도어와 트렁크, 앞 펜더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증가를 억제했다.

차의 전반적인 외양은 1세대 모델에서 발전된 형태이지만, 가늘고 여린 선이 많이 쓰인 이전 모델이 여성적인 느낌이었다면 새 모델은 각이 강조된 앞모습과 차체 옆면의 강렬한 선이 남성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공격적인 앞모습은 SLS AMG나 신형 SLK 등 스포츠 모델들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부드러운 측면 유리의 곡선과 차체 뒤쪽의 풍부한 곡면으로 바탕이 되는 E 클래스와는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자아낸다.

실내 디자인은 이전 모델에 비하면 다소 보수적인 분위기다.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E 클래스의 느낌이 강하다. 근래의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내장재, 특히 플라스틱의 재질감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지름이 크지 않은 스포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대시보드의 절제된 은색 장식과 어우러져 차분하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넓은 우드 그레인은 광택이 유리에 반사되어 종종 시야를 방해한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센터 터널이 감싸고 있는 듯한 운전석의 스포티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대시보드의 스크린은 터치 조작기능이 더해져 편리해졌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은 국내에서 추가한 것이 쓰여 보기 썩 좋지 않다. 또한 터치스크린, 센터 페시아의 버튼, 센터 콘솔의 커맨드 컨트롤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스위치는 조작하기 매우 편리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계기판 가운데에의 컬러 다기능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의 것만큼 그래픽이 세련되어 보기 좋다.

공간도 이전 모델보다 넉넉해졌다. 천장이 낮지만 그만큼 좌석도 낮아, 운전석에서 머리 위가 답답한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여전히 센터 콘솔로 분리되어 있지만 뒷좌석 공간도 머리 위와 다리 주변 공간은 확실히 이전보다 덜 답답하다. 주행감각을 공평하게 즐길 수 있었던 이전 모델보다는 뒷좌석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를 더해주게 된 셈이다. 좌우 개별 온도조절 기능을 비롯해 수납공간이 다양한 뒷좌석 편의장비 구성은 이전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다.

V6 3.5L 직접분사 휘발유 엔진은 306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이전 CLS 350의 다중분사 272마력 버전보다 조용하면서도 강력하다. 폭발적인 힘을 내는 것은 아니어도 고른 토크가 뒷받침하는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가속반응이 운전에의 몰입을 부른다. 37.7kg·m의 최대토크를 뒷바퀴로 전달하는 7단 자동변속기의 장점은 여전히 변속이 매끄럽다는 것이다. 기어 레버가 스티어링 컬럼에 달려 있어, 수동 변속은 스티어링 휠 뒤의 변속 패들로만 할 수 있다. 어떤 모드에서도 변속 속도가 대단히 빠르지는 않기 때문에 수동 모드는 추월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가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

전동 파워 스티어링은 무게감이 적당하고 반응이 정확해 운전이 쉽고 편하다. 이런 특성은 승차감과 핸들링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조의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스포트와 컴포트 모드를 운전자가 선택하거나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된다. 스포트 모드에서도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고, 컴포트 모드에서도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되기 때문에 고속주행과 중속 코너링 모두 부담 없이 커버한다.

듬직하면서도 가감 없이 조작에 반응하는 깔끔한 핸들링은 매력적이다. 일반 E 클래스에 이런 세팅을 하고, CLS는 조금 더 탄탄하게 세팅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행 중에는 상당히 조용한 가운데 운전 재미를 적당히 돋우는 정도의 배기음만 나직하게 들린다. 배기음도 V6 엔진 차로는 비교적 굵은 톤이어서 가속 느낌이 좋다. 214km 거리를 달리며 얻은 실 주행연비는 9.0km/L로 공인연비인 10.1km/L를 살짝 밑돌았다.

새 CLS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른바 ‘4도어 쿠페’ 만들기의 선두주자로서 이 독특한 장르의 개념을 가장 잘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스포티함보다는 차분하고 쾌적한 주행의 질감이 두드러지지만, 그런 특성이 바로 메르세데스-벤츠다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