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

[ 오토카 한국판 2012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파나메라의 주행감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

포르쉐의 다른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파나메라도 라인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도 디젤에 이어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들어왔다. 프리미엄 4도어 모델 가운데 국내에 휘발유, 디젤, 하이브리드 모델을 모두 내놓은 브랜드는 아직까지 손꼽을 정도로 적고, 실제 판매대수도 미미하다. 더욱이 포르쉐가 갖고 있는 스포츠 이미지를 생각하면 하이브리드 기술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겉모습과 실내는 파나메라 S와 거의 차이가 없다. 부드러운 곡면에 양감이 강조된 차체는 뒤 범퍼 아래에 양쪽으로 나 있는 두 쌍의 원형 배기구 같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꼭 닮아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양쪽 앞 도어에 붙어 있는 ‘하이브리드’ 엠블럼, 그리고 해치 아래쪽에 붙은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라는 모델명 표시뿐이다.

물론 운전석에 앉으면 계기판 가운데에 놓인 엔진회전계 속에 들어 있는 하이브리드 로고, 계기판 유온계 자리에 놓인 충전-모터 작동 상태 계기, 센터 페시아의 다기능 모니터에 하이브리드 구동계의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는 화면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어 레버 오른쪽에 놓인 버튼들 가운데에는 ‘E-POWER’라고 쓰인 것이 추가되었다. 이 버튼을 눌러 E-파워 기능을 작동시키면 전기 모터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극대화하도록 에너지 활용이 조절된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모델에 있는 스톱-스타트 버튼도 없다. 물론 버튼으로 켜고 끌 수 없을 뿐, 스톱-스타트 기능은 항상 작동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쓰이고 있지만, 모델 이름은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다. 수치상 성능은 V8 4.8L 엔진이 올라가는 파나메라 S에 미치지 못하지만, V6 3.6L 엔진이 쓰이는 파나마라보다는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암시한다. 구동계는 수퍼차저가 달린 V6 3.6L 엔진에서 나오는 333마력과 전기 모터에서 나오는 47마력(34kW)의 출력이 더해져 총 380마력의 최고출력이 뒷바퀴로 전달되는 구성이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인 PDK 대신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팁트로닉 자동이다. 8단 팁트로닉이 쓰이는 파나메라는 디젤과 S 하이브리드뿐이다. 1.7kWh 용량의 니켈-금속수소화물(Ni-MH) 배터리는 트렁크 바닥 아래에 놓인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거나 배터리 충전량이 아주 적을 때가 아니라면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는 항상 모터만 이용해 움직인다. 충전량이 충분하다면 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제법 길게 느껴지고, 시속 50km 정도까지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도 있다. 신호가 많은 시내 주행 때에는 전체 주행 시간의 절반 이상 엔진은 멈춘 상태를 유지한다. 부드럽게 달릴 때에는 시동이 걸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다는 것과 실내가 매우 조용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배기음이 강조된 다른 휘발유 엔진 모델들과 달리 저속에서 특히 정숙성이 뛰어나고, 주행 중에도 배기음은 박력이나 강렬함 없이 그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만 들린다. 덕분에 고속에서도 실내는 쾌적하지만 상대적으로 타이어 노면 마찰음이 두드러진다.

일정 수준 이상 가속하면 모터를 대신해 엔진이 구동력을 만들어낸다. 엔진과 모터가 함께 힘을 내는 것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밟을 때뿐이다. 최대 가속 때의 느낌은 확실히 V6 엔진이 올라간 모델들보다 빠르다. 배터리 충전은 좀 더딘 편이지만 방전도 그리 빠르지 않아다. 시속 160km 남짓한 고속에서도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꺼져 이른바 세일링(sailing) 모드가 되는 것은 고속 정속주행 때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크루즈 컨트롤을 쓰면 모터의 도움을 더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다. 7단과 8단 사이의 간격이 좁은 변속기는 시속 100km 주행 중 7단 1,800rpm에 머무는 엔진 회전계 바늘을 8단에서 1,500rpm 정도로 떨어뜨려 연료소비를 최소화하고 실내를 조용하게 만든다.

직진 주행 때에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엔진과 모터의 전환은 지나치게 빠르지 않은 속도로 굽이치는 길을 달려 나갈 때에 좀 더 확실히 느껴진다. 코너에 들어설 때 엔진이 꺼졌다가 빠져나오면서 다시 걸리는 과정에서 약한 토크 변화가 느껴진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무게 때문에 약간 둔해지기는 했지만 스티어링 감각이나 핸들링 모두 파나메라의 특성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제동력은 확실하고 깔끔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으면 제동 에너지 회생기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뒤에서 잡아끄는 느낌이 든다. 

공인연비는 10.2km/L이고, 220.5km 구간의 실제 주행연비는 9.3km/L로 나왔다. 파나메라 S에 준하는 성능을 내면서도 연비는 훨씬 우수한 것이 파나메라 S 하이브리드의 매력이다. 이 정도 등급의 차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경제성에 끌리긴 해도 디젤차의 감성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행감성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파나메라에서 경제성과 정숙성,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모두 원하는 이들에게 어울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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