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 그란스포트

[ 오토카 한국판 2017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요즘 럭셔리 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고민이 크다. 과거와 달리 IT 기술이나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세대들은 가치 판단 기준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과 관련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고, 상대적 가치보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인적 취향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아도 좋은 물건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달리 말해, 값비싼 고급 제품을 사더라도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를 보더라도 수입차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결코 대중적인 브랜드가 아니다. 물론 몇몇 프리미엄 브랜드가 판매 상위권에 오른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른 이유로 프리미엄 브랜드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별하기 때문만 아니라 원하는 가치를 값에 비해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선택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의 대중화’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희소성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럭셔리 브랜드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눈여겨보게 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마세라티다. 마세라티를 이야기하자면 감성, 개성, 고성능이라는 세 가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에서도 개성 있는 스타일과 미적 감각이 돋보이고, 달리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에서 느껴지는 자극적 감성은 마세라티를 특별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그와 같은 특성은 4도어 대형 세단으로 브랜드에서 가장 큰 차인 콰트로포르테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과거의 기준대로라면 특별한 존재로서 가치가 뛰어난 차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변화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도 그런 가치가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데뷔 4년차를 맞아 업그레이드된 새 콰트로포르테, 그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인 GTS가 의문에 알맞은 답을 제시하는지 확인해 보자.

마세라티는 규모가 작은 브랜드다. 과거에 비하면 판매가 크게 늘기는 했어도, 규모를 더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콰트로포르테는 업데이트와 더불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모든 모델에 걸쳐 트림을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그란루소와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춘 그란스포트의 두 가지로 가른 이유가 그 때문이다. 시승차는 그 중 그란스포트 트림이다. 그란루소에 비하면 외관은 좀 더 공격적으로, 실내는 좀 더 긴장감 있게 꾸민 것이 그란스포트의 특징이다. 앞뒤 범퍼는 공기흡입구와 배기구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치장을 했고, 머플러 트림은 각지게 다듬었다. 20인치 휠 안쪽에는 빨간색 브레이크 캘리퍼가 돋보인다. 실내는 우드 그레인이 차지할 자리에 피아노 블랙 장식이 놓여 진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앞좌석은 옆구리 부분이 더 도드라지고 헤드레스트는 등받이 위쪽까지 파고들었다.

트림의 차이를 뺀 나머지 부분은 업데이트 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몇 가지 작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대로다. 날렵한 차체는 긴 휠베이스와 어우러져 남다른 개성을 뽐낸다. 속된 말로 자세가 나온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은 호평을 받은 알피에리 콘셉트카와 비슷하게 바뀌어, 세로로 뻗은 크롬 바가 앞모습의 인상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 그릴 안쪽에 설치되어 고속에서 자동으로 닫혀 공기저항을 줄이는 가변식 플랩은 이전에는 없던 장비다. 그래도 여전히 비슷한 성격의 다른 차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스타일에서 한눈에 마세라티임을 알아볼 수 있다.

전형적인 T자 모양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디자인에서도 달라진 점은 일부분에 그친다. 단순하고 대담한 곡선에 더해진 직선적 요소들, 질감 좋은 가죽과 굵직한 크롬 장식이 만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여전하다. 달라진 부분은 인터페이스에 집중되어 있다. 센터 페시아의 8.4인치 터치스크린은 좌우에 있던 금속 느낌의 틀이 사라졌고, 틀 안에 있던 노브는 르반테처럼 크기를 키운 다기능 2단 조그 다이얼로 바뀌어 기어 레버 뒤로 자리를 옮겼다. 그와 더불어 공기 조절장치는 지나치게 작았던 버튼들이 커졌고, 온도 및 풍량 조절 스위치는 쓰기 좋게 모양이 바뀌었다. 공기조절장치 아래의 얇은 선반에는 USB 포트와 메모리 카드 슬롯, 스마트폰을 올려놓기 좋은 작은 서랍식 선반이 달렸다. 계기판 가운데의 컬러 디스플레이도 그래픽 요소를 더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시승차에는 선택사항인 바워스 & 윌킨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 있다.

운전 지원 장치는 몇 가지 더해지는 데 그쳤다. 전방 충돌 경고와 자동 긴급 브레이크 기능, 360도 서라운드 카메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요즘 고급차에 필수적인 요소들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조향 보조 기능이나 주차 보조 기능처럼 자율주행에 가까운 기능은 들어 있지 않다.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을 쓰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앞좌석은 시트 폭이 넓고 쿠션이 푹신한 편인데도 비교적 몸을 잘 잡아준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약간 크게 느껴지지만, 덕분에 계기판을 알아보기가 쉽다. 좌석 사이의 센터 콘솔 수납공간도 비교적 넉넉하다. 긴 휠베이스에 힘입어 뒷좌석 무릎 공간은 아주 넉넉하다. 앉는 부분이 깊이 파여 머리 위 공간도 여유가 있다. 다만 여느 프리미엄 대형 세단들에 비하면 등받이가 더 약간 서 있는 편이다. 언제든 아스팔트를 박차고 달릴 수 있는 차에서는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어느 정도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요즘 양산차에 보기 드물게 스티어링 휠 왼쪽 대시보드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누르면 우렁찬 소리와 함께 엔진이 살아난다. 익히 알려진 대로 페라리 혈통인 V8 3.8리터 트윈 터보 엔진은 여전히 53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여전히 폭발적인 가속력을 이끌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도 그렇지만,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에서도 별반 차이 없이 튀어나가듯 가속한다. 강렬한 배기음은 힘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스포트 버튼을 눌러 소리를 더 거칠게 만들어도 예상만큼 짜릿함이 크지는 않다. 물론 화끈한 가속감을 즐기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엔진과 함께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ZF 8단 변속기는 딱히 나무랄 데가 없다. 칼같이 똑부러지지는 않아도 정확하면서도 매끄럽게, 그리고 제법 빠르게 변속한다. 기어 레버 옆 변속기 및 서스펜션 설정 스위치는 디자인을 바꿔 조작하기가 좀 더 편해졌다. 연료소비를 줄이는 I.C.E 모드와 수동변속 모드는 여전히 따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변속 패들은 조작감이 더 깔끔해졌지만, D 위치에서 그대로 밀고 당기는 식으로 수동처럼 조작할 수 있는 기어 레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고속에서 차체를 안정시키는 방법은 전자제어 댐퍼보다는 물리적인 구조에 크게 의존한다. 강력한 힘이 차체 움직임을 흐트러뜨리려는 것을 긴 휠베이스로 억제하기 때문에, 꿈틀거리는 차를 운전자가 직접 ‘다뤄야’ 한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스카이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마세라티식 ‘스카이훅’의 정의는 요철을 지나면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매끄럽기보다는 다소 거칠고, 전반적으로 차분하지만 여전히 단단한 탓에 잔진동이 꾸준히 올라온다. 뭔가 이전보다 약간은 여유를 주려고 한 느낌이 있지만, 안정감을 떨어뜨릴지언정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스티어링은 빠르게 반응하는 듯하지만 초반에는 약간 둔한 느낌이 들다가 정확한 반응이 뒤따른다. 

여전히 마세라티가 중시하는 것은 고전적인 자동차의 본질이고, 그런 점에서 여전히 콰트로포르테 GTS는 특별하다. 전통적 관점의 럭셔리 제품에서 더 큰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콰트로포르테 GTS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각으로 럭셔리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람들까지 만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들에게는 귀를 즐겁게 하는 배기음과 함께 4.7초 만에 시속 100km에 이르는 콰트로포르테 GTS보다 가벼운 톤의 모터 소리가 실내에 퍼질 틈도 없는 2.8초 안에 같은 속도로 가속하는 테슬라 모델 S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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