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2010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은 것이 스바루 차 만들기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포레스터는 그런 인식을 떨쳐버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다. 스바루 브랜드가 국내에 갓 진출한 탓에 국내 소비자들이 처음 접하는 것일 뿐, 사실 지금의 포레스터는 3세대에 해당되는 모델이다. 임프레자 바탕의 플랫폼을 깔고 있는 포레스터는 그간 해외, 특히 북미에서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는 물론 혼다 CR-V, 도요타 RAV4, 닛산 로그처럼 국내에서 팔리는 소형 크로스오버 SUV들과 경쟁해 왔다. 이제 그 무대가 국내로 옮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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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터는 일반적인 SUV들은 물론 주요 경쟁상대인 도시형 크로스오버 SUV들보다도 땅에 더 가까운 자세다. 키 큰 왜건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투박했던 과거 모델들에 비하면 지금의 포레스터는 단정하고 균형 잡힌 모습이다. 지나치게 SUV임을 드러내는 치장도 하지 않았다. 앞 범퍼 아래쪽 안개등 주변의 어수선한 디자인과 크롬 바와 가로 선이 복잡한 라디에이터 그릴만 아니라면 트집 잡을 구석이 별로 없는 무난하고 안전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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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의 은색 장식이 깔린 대시보드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모두 뻣뻣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선과 면으로 처리되었다. 유리창 아래쪽 내장재는 모두 표면이 단단한 플라스틱 일변도지만, 표면의 무늬 처리로 빈약한 재질감을 감추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2.5X 모델은 전체 포레스터 라인업에서도 비교적 아랫급에 해당되기 때문에, 곳곳에 적당히 배치된 수납공간을 빼면 특별한 장비는 눈에 뜨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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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 시트는 아주 낮지도, 높지도 않아 타고 내리기 편리하고, 아웃백보다 사이즈는 작지만 옆구리는 더 잘 받쳐준다. 시트 쿠션도 적당히 푹신해 편안하다. 전동 각도 조절기능은 운전석에만 있고, 운전석과 동반석 모두 열선 기능이 있지만 스위치가 좌석 팔걸이 아래에 가려져 있다. 뒷좌석 시트는 굴곡이 거의 없이 평평하다. 3명이 앉기에는 조금 좁지만, 실내가 긴만큼 무릎 공간은 차급에 비해 넉넉하다. 시야도 좋다. 뒷좌석을 위한 컵홀더가 시트 앉는 부분 앞에 펼치도록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뒷좌석 바로 앞까지 뻗어 있는 대형 선루프는 실내 분위기를 충분히 밝게 하지만 슬라이딩이 되었으면 한층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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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접고 펼 수 있는 뒷좌석 등받이는 각도 조절이 되고,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이어진다. 짐 공간은 특색은 없지만 마무리가 깔끔하고 벽면에 튀어나온 부분이 많지 않아 활용하기에 좋다. 뒤 해치 주변에 쇼핑백 후크가 4개 마련되어 있고, 바닥 아래에 또 다른 수납공간이 있는 등 실용적인 배려들이 눈에 뜨인다. 하지만 트렁크 바닥이 뒤쪽으로 기운 것은 조금 어색하다.

시동 때 수평 방향으로 ‘움찔’ 하는 2.5L 수평대향 복서 엔진은 비교적 차분한 소리를 낸다. 배기량에 비해 172마력의 최고출력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저회전 토크가 충분해 달리는 데에는 부담을 느낄 수 없다. 시대를 거스르는 4단 AT는 마케팅적으로는 약점이 되겠지만 실제 쓰다보면 기어비를 영리하게 구성해 크게 불만스럽지는 않다. 1단과 4단 기어가 처리하는 속도 영역이 넓어 필요한 때에 적절한 힘을 뽑아내기에는 충분하다. 수동 모드가 있기는 하지만 주행특성상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자동 모드로 달리는 것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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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도시형 크로스오버 SUV들보다도 무게중심이 낮고, AWD가 상당히 민첩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핸들링과 주행감각 모두 승용차에 가까운 느낌이다. 스티어링의 정교함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뒷받침되는 구동력 덕분에 핸들링은 안정감이 있다. 조금 과격하게 조작해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코너링할 수 있다. 승차감도 부드럽지만 차분하고 안정감 있다. 방음 처리는 괜찮은 편이지만 다른 소리들에 비하면 엔진음이 실내로 비교적 많이 들어온다. 시속 100km에서의 회전수가 2,300rpm(4단)이어서 아주 낮은 편은 아니지만, 레드존인 6,000rpm까지 기분 좋은 음색을 유지하기 때문에 귀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흥미로운 곳은 포장도로를 벗어났을 때의 움직임이다. 정통 오프로더만큼은 아니지만 승용차로 갈 수 없는 곳을 갈 수 있고, 정통 오프로더가 30초면 통과할 수 있는 코스를 45초 정도면 돌파할 수 있다. 모글을 만나더라도 정도가 과하지 않다면 AWD에 의지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다. 조금 바쁘게 손과 발을 놀리면 비포장도로에서는 랠리카를 모는 느낌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아주 특별한 순간에 아주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이런 차는 장사꾼들의 머리로는 만들 수 없다. 처음 접한 스바루 브랜드 차인 포레스터는 이런 결론을 내리게 한다. 아. 스바루는 이런 차를 만드는 회사였구나.

평점: 7.0 / 10

평범한 승용차도, 정통 SUV도 아닌 오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것은 포장도로를 벗어나는 순간 드러나는 랠리카의 본능이다. 장사꾼들은 이런 차를 만들지 못한다.

  • 장점: 차체 크기에 비해 알찬 실내 공간, 흥미진진한 비포장 주행감각
  • 단점: 무미건조하고 투박한 실내 꾸밈새, 낡은 느낌의 4단 자동변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