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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8일에 있었던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르노삼성은 XM3 인스파이어라는 쇼카를 선보였다. 르노삼성이 행사 전 공개했던 티저 이미지에서 이미 ‘쿠페형 SUV’의 실루엣을 가진 차라는 것을 알렸고, 프레스데이 행사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실물을 보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르노삼성 XM3 인스파이어 쇼카.

르노삼성은 이 차를 내놓으며 ‘세계 최초 공개’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2018년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르노 아카나(Arkana)의 르노삼성 버전이다. 물론 앞뒤 범퍼를 비롯한 세부 디자인은 두 차가 조금 다르고, 르노 아카나는 러시아 공장에서, 쇼카인 XM3 인스파이어의 양산 버전인 르노삼성 XM3은 부산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차이는 있다.

르노 아카나 쇼카. 2018년 모스크바 모터쇼에서 선보였고 2019년 현지 생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아카나와 XM3 인스파이어 모두 쇼카로 선보였을 뿐, 어느 쪽이든 구체적인 제원이나 파워트레인 등은 공식 발표한 자료가 없다. 내년 초부터 생산될 예정인 XM3보다 좀 더 일찍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아카나가 나오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다. 다만, 쇼카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적어도 어느 정도 차급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휠베이스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위 사진은 프레스 키트에 포함되어 있는, 거의 정측면에 가깝게 찍은 XM3 인스파이어 쇼카의 사진이다. 휠베이스는 앞차축 중심과 뒤차축 중심 사이의 거리로, 차급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직접 재지 않으면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정측면 사진 상에서 바퀴 크기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대략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물론 계산을 하려면 바퀴 크기 즉 타이어 규격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모터쇼 현장에 전시된 XM3 인스파이어 쇼카의 타이어 규격을 확인해 보니 235/50 R19다. 사진으로 대략의 휠베이스를 확인하려면 타이어 전체 지름을 계산해, 사진에서 잰 길이에 실제 타이어 지름을 비례해 계산해 보면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이렇게 잰 길이는 정확하지 않다. 대충 어느 정도인지만 가늠해 보는 데 의미가 있다.

235/50 R19 타이어의 지름은 235mm(접지면 너비)x50%(편평비)에 2를 곱하고(중심 기준으로 위쪽과 아래쪽) 휠 지름인 19인치를 밀리미터 단위로 바꾸기 위해 25.4를 곱한 수치를 더하면 된다. 이 식으로 얻은 타이어 전체 지름은 약 717.6mm다.

위 사진에서 타이어 크기와 거의 비슷하게 표시한 오렌지색 원을 만들었다. 실제 차에서는 앞뒤 바퀴 규격이 같으므로, 사진에서는 앞뒤 바퀴 사이에 들어가는 휠 크기만한 원의 갯수를 확인하면 휠베이스 계산이 가능하다. 물론 직접 사진에서 재볼 수도 있다.

앞뒤 바퀴 사이에 들어가는 원 갯수는 세 개가 조금 안된다. 여기에서 세 번째 원과 뒷바퀴에 해당하는 원이 겹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자.

전체 3,932픽셀인 사진에서 원 크기는 577픽셀, 앞뒤 바퀴 사이에 넣은 원 중에서 뒷바퀴과 겹치는 부분의 크기는 139픽셀이다. 사진 상의 577픽셀이 실제로는 약 717.6mm이므로, 사진 상의 139픽셀은 실제로는 약 172.9mm가 된다.

따라서, 앞 휠 끝에서 뒤 휠 끝까지 전체 길이는 (717.6mmx5)-172.9mm이고, 여기에서 휠 하나만큼의 길이인 717.6mm를 빼면 휠베이스가 된다. 이 식으로 계산한 결과는 2,697.5mm가 나온다(사진 상에서 잰 앞뒤 휠 끝 사이 전체 길이가 2,765픽셀이어서, 이를 비례해서 계산하면 2,721.2mm가 나온다).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휠베이스가 대략 2,700mm 전후라는 뜻이다.

이 정도면 르노 그룹 CMF-CD 플랫폼을 쓰는 차들에서 휠베이스가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르노삼성 QM6/르노 콜레오스의 휠베이스가 2,705mm이고

닛산 엑스트레일/로그의 휠베이스가 2,705mm다.

르노 아카나 쇼카의 옆모습. XM3 인스파이어와 똑같은 디자인의 19인치 휠을 끼웠다.

아울러 르노는 아카나가 C 세그먼트 모델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XM3 인스파이어는 QM6의 형제차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CMF-CD 플랫폼 SUV를 계속 생산했기 때문에, 같은 구조와 구성에 바탕을 둔 차라면 새로 생산에 투입해도 부담이 적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왜 QM6와 동급이라 할 수 있는 이 차에 ‘XM3’이라는 이름을 붙였냐는 것이다. 르노삼성의 모델명 맨 뒤에 붙는 숫자는 차급을 뜻하는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작고 클수록 큰 모델을 의미한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모델 이름이 XM3이라면, 지금 팔리고 있는 QM3이나 SM3이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플랫폼은 구형이긴 하지만 국내 최장수(?) 준중형 세단인 SM3의 휠베이스도 2,700mm로 XM3 인스파이어와 거의 비슷하다. 실내공간 측면에서는 SM3도 이름처럼 그리 작은 차는 아니다.

그런가 하면, 르노삼성은 XM3 인스파이어 관련 자료에서 줄기차게 ‘세단과 SUV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이런 스타일의 차들을 내놓은 브랜드들이 스포티한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쿠페 스타일 SUV’라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그렇다면 르노삼성은 XM3 인스파이어의 입지를 SM3의 연장선에 놓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QM6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XM6, QM3과 QM6 사이에 자리한다는 의미로 QM4나 XM4 대신 XM3이라는 이름을 붙여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아무리 낮은 값으로 상품성을 보완하며 일정 수준의 판매고를 이어가고 있다고 해도, 중형 모델인 SM5와 더불어 SM3은 무한대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언젠가는 단종될 모델이고, 단종 시점이 당장 내일이 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모델이다. 그렇지만 국내 중소형 세단 시장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고 당장 투입할 수 있는 모델은 현재 르노그룹 계열에는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놓고 보면, 르노삼성 관점에서 XM3은 ‘세단과 SUV의 크로스오버’임을 내세워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알맞은 모델이기도 하다.

르노삼성은 XM3 인스파이어를 2020년 1분기 중에 부산공장에서 양산한다고 밝혔다. 본격 출시될 그 무렵이면 XM3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뚜렷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추론에 지나지 않고, 이변이 없는 한 이 추측의 맞고 틀림은 내년 이맘때 쯤 입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