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2010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경쟁의 좋은 점은 발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처럼 기술이 필요한 산업이 만들어내는 제품들은 발전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자동차의 발전에는 양면성이 있다. 제품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크기는 점점 더 커지고, 장비는 점점 더 많아지고, 값은 점점 더 비싸진다. 국내 기준의 준중형차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준중형차는 크기 면에서 15년쯤 전의 보통 중형차 규격에 가까워졌고, 장비는 10년 전 중형차가 무색해졌고, 값은 5년 전 중형차 수준에 턱걸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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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고 무거워진 준중형차는 이제 두어세대 전 중형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엔진을 집어 삼키고 있다. 르노삼성이 준중형 모델인 SM3에 윗급 모델인 SM5에 쓰이고 있는 2.0L 휘발유 엔진을 얹었는데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경쟁 모델인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에도 1.8리터 엔진이 올라가고, 현대는 i30에, 기아는 쏘울에 2.0리터 엔진을 얹어 팔고 있다. 새삼스러울 이유가 없다. 요즘 준중형차의 기본 엔진인 1.6리터 휘발유만으로는 발전의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 SM3은 국산 준중형차 중에서도 차체가 가장 크다. 동적인 면에서 평범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는 운전자에게 112마력짜리 SM3 1.6리터 모델이 어필할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단변속기 모델은 네티즌 사이에서도 좀처럼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SM3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현대 아반떼(기아 포르테에도)에 올라간 1.6리터 GDI 엔진의 최고출력은 무려 140마력. 그러니 SM3에 2.0리터 엔진이 올라간 것은 제품의 격과 주행의 질을 모두 끌어올리는 역할을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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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이 2.0리터라고는 하지만, 현대기아의 신무기인 GDI 엔진 때문에 141마력의 최고출력은 조금 빛이 바래 보인다. 그러나 실제 달려보면 최고출력이 그리 높지 않아도, 그리고 연비 면에서 조금 손해는 보더라도 큰 배기량이 갖는 장점은 분명하다. 19.8kg·m의 최대토크는 분명 1.6리터급 엔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시원함을 안겨준다. 빈 우유팩을 짓이기듯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아도 충분한 가속감을 얻을 수 있다. 진득한 느낌의 페달 조작감에 잘 어울리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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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박력을 논할 수준의 힘찬 달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교적 낮은 회전수인 3,7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긴 하지만, 평범한 운전자들의 일반적인 주행 패턴으로는 여전히 추월가속 때에나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이다.

2.0리터 모델에 기본으로 달리는 엑스트로닉 CVT의 영향도 적지 않다. 수동 모드에서도 충격을 줄이려는 듯 기어 단의 고정은 조금 느긋하게 진행된다. 1.6리터 엔진의 답답함을 덜자는 것이 목적이지, 스포티한 모델을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음은 분명해진다. 3,000rpm을 넘으면서 하이 톤으로 바뀌는 엔진 및 배기음도 귀에 거슬리지는 않지만 듣기 좋은 음색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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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함보다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지향한 것은 파워트레인 뿐만이 아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선형적인 스티어링 반응이 그렇고, 예리하지는 않지만 매끄럽고 일관된 핸들링이 그렇다. 토션빔 방식 뒤 서스펜션도 적당히 탄탄해, 자칫 튀는 느낌이 나오기 쉬운 요철에서도 차체의 움직임을 잘 잡아낸다. 가벼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승차감의 무게를 잘 조율해 든든하게 편안함을 이끌어낸다. 쫄깃하다고 할 이런 느낌은 브레이크에도 이어져, 답력이 고르고 반응은 정확하면서도 거동이 거칠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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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늘지도, 굵지도 않은 스티어링 휠의 림은 쥐고 돌리는 느낌이 좋다. 대단하게 여겨지지 않는 부분일수도 있지만, 페달 조작감의 일관성도 훌륭하다. 운전과 관계된 거의 모든 부분들이 고른 조작특성을 갖는 것은 해외 유명 메이커 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부분이다.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로 가는 진동이 올라오는 것만 빼면, 주행 중에 차가 운전자에게 표현하는 감성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실용 주행영역에서의 소음도 꽤 조용한 편이다. 전반적인 운전감각을 간단히 말하자면, 부드럽고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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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들은 사실 1.6리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17인치 전용 휠과 트렁크 리드의 엠블럼,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카본 패턴의 플라스틱 장식 정도다. 약간 높은 운전석과 낮게 깔린 대시보드 덕분에 탁 트인 앞쪽 시야,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내장재와 폭신한 쿠션의 가죽 시트, 폭과 길이는 비교적 넉넉하지만 발 놓을 공간이 마땅찮고 머리 위의 여유가 적은 뒷좌석, 튀어나온 부분이 적어 활용하기는 좋지만 원가절감 흔적이 보이는 트렁크 내부, 보기 좋고 쓰기 편하지만 생뚱맞게 튀어나와 있는 내비게이션 모니터 등 1.6리터 모델의 장점과 단점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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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km를 달리며 얻은 평균연비는 12.0km/리터로 공인연비 13.2km/리터와 10퍼센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2.0리터 중형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준중형차의 연비가 중형차와 비슷하다면 손해 아닌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부분들을 접어놓고 보면, SM3 2.0은 중형차와 별 차이 없는 크기의 차체에 중형차를 떠올리게 하는 주행감각을 가진 차다. 동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을 모두 고려한다면, ‘중형 컴팩트’라는 말은 오히려 SM3 2.0에 더 잘 어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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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7.0 / 10

중형차와 별 차이 없는 크기의 차체에 중형차를 떠올리게 하는 주행감각을 지닌 준중형차

  • 장점: 적당한 힘, 편안하고 부담 없는 가속, 고른 운전관련 조작특성
  • 단점: 1.6리터 모델과 큰 차이 없는 실내, 이질감이 느껴지는 CVT, 점잖기만한 주행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