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 2.0 TDI

[ 오토카 한국판 2011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1979년에 처음 나온 이후, 제타는 이름을 바꾸면서도 ‘골프 노치백’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5세대 제타에서는 앞모습마저 비슷해지면서 그런 평가의 절정을 맞았다. 그런 점에서 6세대 제타에게는 골프와의 뚜렷한 차별화라는 과제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의 경쟁력 확보였다. 도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은 물론 최근에는 현대 아반떼와 기아 포르테 같은 차들도 제타에 위협을 가했다. 이 차들은 이미 국내에도 팔리고 있다. 긴 역사에 비해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데에는 높은 값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새 제타를 모든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 노력의 결과물을 이제 우리 땅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

폭스바겐의 새 패밀리 디자인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골프를 비롯한 다른 폭스바겐 차들과 비슷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세단 고유의 3박스 스타일을 잘 살렸기 때문에 겉모습만 보면 ‘골프 노치백’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애당초 제타는 이런 식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워낙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이어서 조금은 수수해 보이지만, 선과 양감의 조화가 뛰어나 존재감만큼은 뚜렷하다. 독일 메이커들은 이런 디자인의 조화에 강하다.

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국내에 처음 들어온 모델은 1.6 TDI 블루모션과 2.0 TDI의 디젤 모델 두 종류다. 블루모션은 골프 때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블루모션은 아니고, 연비향상을 위한 블루모션 기술의 일부가 반영된 것이다. 정말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한, 두 차를 나란히 세워놓고 트렁크 리드의 트림 엠블럼을 가린다면 어느 것이 어떤 모델인지 알아맞히기 쉽지 않다. 선루프의 유무(2.0 TDI에만 달린다), 휠 디자인, 뒤 범퍼 아래로 드러난 머플러의 구멍 수(1.6 TDI 블루모션은 1개, 2.0 TDI는 2개) 정도만 차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타이어조차도 같은 것을 쓰는 것은 의외다. 연비를 중시한 1.6 TDI 블루모션에는 연비향상형 타이어를 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연비와 친환경성 향상을 위해 노력은 했지만 총력을 기울였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노력의 성과가 어떤 수준인지는 달려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실내는 직물 시트와 내장재를 비롯해 전반적인 꾸밈새가 두 차 모두 거의 같다. 다만 2.0 TDI는 1.6 TDI 블루모션에 비해 몇몇 장비들이 고급화되거나 추가되었다. 계기판 가운데의 다기능 차량정보 모니터, 자동 공조장치, 시동 버튼이 있는 스마트키 정도가 눈에 뜨인다. 전체적인 실내 분위기는 차분하다. 과도하다고 할 것도 없이 치장 자체가 별로 없다. 꼭 있어야 할 것들만 있어야 할 자리에 잘 놓여 있고, 각종 버튼 크기가 조금 작은 것을 빼면 모두 쉽고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내장재는 대시보드만 표면을 푹신하게 처리했고 도어 트림은 딱딱한 플라스틱제다. 원가절감한 차치고 값싼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

플랫폼은 6세대 골프의 것을 바탕으로 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차를 의식해 휠베이스를 2,651mm로 키웠다. 73mm의 차이가 더하는 뒷좌석의 여유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공간은 지금 국내에 팔리고 있는 파사트와도 비교할만하다. 그러나 편의장비 구성은 심심하다. 스티어링 휠에는 아무 버튼이 없다. 오디오도 외부입력 기능이 있는 간단한 CDP 일체형 라디오다. 2.0 TDI에는 1.6 TDI 블루모션에 없는 트위터가 있지만, 음질에 차이가 거의 없다. 뒷좌석도 접이식 팔걸이의 컵 홀더, 공기조절장치 송풍구와 보조전원 소켓을 빼면 별 것 없다. 뒷좌석 재떨이를 없앤 것은 독일차의 전통을 깬 것이다. 물론 컵 홀더에 꽂을 수 있는 분리형 재떨이가 있으니 필요한 자리에 놓으면 된다. 510L나 되는 트렁크 공간도 제타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6:4 비율로 나누어 접히는 등받이는 개방 레버가 트렁크 쪽에 있어 조금 불편하다. 트렁크 내부 꾸밈새는 필요 최소한 수준이어서 국산차와 큰 차이가 없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

변속기는 두 차 모두 듀얼클러치 방식 DSG다. 그러나 1.6 TDI 블루모션은 7단, 2.0 TDI는 6단 구성이다. 단순히 기어 단수에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6단은 습식, 7단은 건식 클러치를 쓴다.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의 차이지만, 직결감이나 변속 때의 작동감은 1.6 TDI 블루모션의 7단 쪽이 조금 더 확실하다. 간혹, 변속이 거칠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1단을 길게 물고 가는 변속특성이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와 어우러지면서 2단으로 넘어갈 때 충격을 유발하기 쉽다. 2단 이후로는 빠르고 매끄러운 변속이 이어지기 때문에,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원한다면 가급적 신호등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

차의 덩치를 생각하면 1.6L TDI 엔진은 시내주행 때 ‘겨우’ 105마력의 힘으로도 제법 쓸 만한 실력을 보여준다. 25.5kg·m의 최대토크 덕분이다. 7단 DSG는 적극적으로 변속시점을 끌어내리도록 조율되었다. 가속 때 약간의 답답함을 감수하면 엔진은 낮은 회전수에서 낮은 소리만 낸다. 디젤 엔진 특성상 공회전 때 조금 시끄러운 것이 정상이지만, 정차할 때에는 스톱-스타트 기능이 엔진을 꺼버리기 때문에 실내가 매우 조용하다. 재시동 때 시동이 걸릴 때까지 기다리기 귀찮거나 진동이 거슬리면 스톱-스타트 기능을 꺼 두어도 된다.

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고속도로 주행속도 영역으로 올라가면 2.0 TDI 모델의 장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6 TDI 블루모션은 속도가 붙을수록 가속감이 확연히 더뎌지지만, 2.0 TDI는 32.6kg·m의 토크로 6단까지 꾸준하게 가속을 이어간다. 두 모델의 주행안정성과 핸들링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다. 국내는 뒤 서스펜션이 멀티링크인 유럽형(북미형은 토션빔)이다. 승차감은 골프에 비해 조금 부드럽지만 차분하고, 탄탄한 접지력 덕분에 고속에서도 안심하고 달릴 수 있다. 코너도 약간 더 가볍게 돌아나간다. 그러나 알찬 느낌을 잃지 않아 든든하다. 주행 중 거슬리는 유일한 부분은 하체를 뚫고 들어오는 타이어 소음. 조용한 1.6 TDI 블루모션은 더욱 그렇다.

폭스바겐 제타 2.0 TDI

가장 큰 관심사인 연비를 살펴보자. 공인연비는 1.6 TDI 블루모션이 22.2km/L, 2.0 TDI가 18.0km/L다. 거의 비슷한 코스에서 두 차를 시승하면서 트립컴퓨터로 얻은 수치를 가지고 실 주행연비를 계산해 봤다. 1.6 TDI 블루모션은 총 주행거리 253.4km 평균 16.3km/L, 2.0 TDI는 총 주행거리 201.3km 평균 16.4km/L로 나왔다. 어떻게 실 주행연비가 역전될 수 있었을까? 시승코스에서 가다서기를 반복하는 정체구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이다. 참고로 극심한 정체구간에서 2.0 TDI는 최저 9.1km/L까지 떨어졌지만, 1.6 TDI 블루모션은 14.5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국도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두 차의 연비는 거의 비슷했고, 고속주행 때에는 2.0 TDI가 근소하게 1.6 TDI 블루모션을 앞섰다. 

폭스바겐 제타 1.6 TDI 블루모션

새 제타는 스타일에서 꾸밈새, 달리기에 이르는 모든 부분에서 골프와 거리를 두는 데 성공했다. 보수적인 성향에 복잡한 첨단 전자장비를 다루기 귀찮은 사람이라면 골프의 대안으로서도 훌륭하다. 장비도 많고 값도 저렴한 일본 세단과 비교할 수도 있지만, 고속도로 위를 달리거나 주유소에 들어갈 때마다 제타의 장점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두 차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면, 시내주행이 많은 사람은 1.6 TDI 블루모션을, 정체가 없는 구간을 장거리 주행할 일이 많다면 2.0 TDI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물론 꼭 같은 제타의 두 모델 사이에서 선택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팔리는 이 가격대의 이 정도 크기의 차 가운데 이만큼 경제적인 차는 지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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