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8 L 3.0 TDI 콰트로

[ 오토카 한국판 2011년 1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새 아우디 A8은 풍채와 꾸밈새에 있어서 이전 모델보다 훨씬 차급에 어울리는 격을 갖추고 있다. 특히 뒷좌석 중심의 차라는 특성이 한층 강조되었다. 디젤 엔진을 얹었다고 해서 그런 성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최근 판매를 시작한 새 A8의 디젤 버전은 일반 휠베이스 버전(1억 2,380만 원)과 롱 휠베이스 버전(1억 3,980만 원)의 두 가지로 나온다. 이번에 시승한 것은 롱 휠베이스 버전이다.

겉모습은 휘발유 엔진을 얹은 3.0 TFSI 콰트로와 똑같다. 램프류를 최대한 밖으로 뺀 디자인 덕분에 원래 넓은 차체는 수치보다 훨씬 커 보인다. 차체의 양감도 풍부해, 섬세한 세부 처리가 무색할 정도로 묵직한 느낌이다. 아우디 특유의 LED 램프는 구석구석 꼼꼼히 담겨 있다.

수평적인 요소로 가득한 실내도 시각적으로 매우 넓어 보인다. 이전 모델보다 더 넉넉해 보일 뿐 아니라, 우드 그레인과 알루미늄 장식을 폭넓게 써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럽다. MMI 컨트롤러는 필기 인식기능 터치패드가 더해지고 오디오 조절기능이 분리되었지만 오히려 쓰기에는 더 편해졌다. 대부분의 편의장비가 손이 닿기 좋은 곳에 보기 좋게 배치된 것도 A8의 장점 중 하나다. 조립과 마무리, 세부적인 디자인도 훌륭하다.

A8에서 가장 중요한 뒷좌석은 접이식 팔걸이가 달려 있고 세밀한 조절기능 일부가 빠져있을 뿐, 최상위 모델인 W12 6.0 콰트로와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편의장비가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실내 온도조절은 물론 앞좌석 등받이에 달린 모니터를 포함한 멀티미디어 시스템도 좌우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시트 슬라이딩 기능이나 뒷좌석용 MMI, 온도조절 기능을 쓰려면 팔걸이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3명이 앉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2명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트를 최대한 눕혀도 발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은 넉넉하다. 시트는 탄력이 있지만 편안하다. 510L 크기의 트렁크는 돌출된 공간이 없어 쓰임새가 좋다.

엔진은 아랫급 모델인 A6와 같은 V6 3.0L 디젤이지만 더 큰 차체와 무게를 고려해 출력을 높인 버전이 쓰이고, 변속기도 듀얼클러치 방식 7단 S트로닉 대신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팁트로닉 자동이 쓰인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매끄러운 주행감각이 중요한 이런 차에는 부드러운 자동변속기가 더 어울린다. 수동 변속은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로만 가능하다. 어느 모드에서도 변속은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고 정확하다. 

일상적인 주행이라면 낮은 회전수에서도 높은 토크를 활용할 수 있는 디젤 엔진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1천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를 조금만 밟아도 필요한 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56.1kg·m의 최대토크는 휘발유 엔진이라면 5.0L급에서나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등 차체 경량화에 많은 신경을 썼지만 여전히 공차중량은 2톤을 넘는다. 그러나 고회전 영역에서 다소 토크저하가 느껴지기는 해도, 가속은 적당히 시원할 정도로 부담 없이 이루어진다.

다소 과격한 주행이 반복된 시승이었지만, 250km가 넘는 시승구간을 달리며 얻은 평균연비는 공인연비인 12.8km/L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시내의 정체구간에서도 비교적 우수한 8km/L 이상의 연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스톱 스타트 기능의 영향이 크다. 시동이 꺼졌다가 다시 걸릴 때 진동이 확실하게 느껴지지만 거슬리지는 않을 정도고, 시동이 꺼지고 켜지는 시기도 상당히 잘 조율되어 있어 위화감이 적다.

콰트로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은 접지력 좋은 피렐리 P 제로 타이어와 어우러져 어떤 움직임에도 든든하게 차의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MMI로 조절하는 드라이브 셀렉트를 통해 에어 서스펜션을 비롯해 섀시 성격을 바꿀 수 있지만, 어느 모드에서도 승차감은 적당한 탄탄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차이가 두드러지는 부분은 오히려 변속 패턴과 스티어링 감각 쪽이다. 차의 무게가 어느 정도 느껴지기는 해도 차는 스티어링 휠과 액셀러레이터 조작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운전석에서는 공회전 때나 저회전 영역에서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꾸준히 미세한 진동이 전달되지만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거의 느낄 수 없다. 초고속 주행 때에도 실내 소음이 저속 때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방음처리도 잘 되어 있다. 최소한 주행 중의 쾌적함은 휘발유 엔진 모델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쾌적함이라면 디젤 차 특유의 진동과 소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도 큰 불만은 없을 듯하다. 게다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연비의 메리트가 크다. 아우디라는 차의 색깔을 좋아하면서 특히 유지비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특히 반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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