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san Effis
2003 닛산 에피스(Effis) 컨셉트카

[ 동아일보 2003년 10월 27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올해로 37회째를 맞은 도쿄 모터쇼가 25일 개막됐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위상만큼이나 화려한 것으로 유명한 모터쇼지만 예년에 비해 신차나 콘셉트카가 풍성하지는 않았다. 많은 유럽 메이커들이 지난 몇 달 사이에 열린 파리 오토살롱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신차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돋보인 것은 일본 메이커들이 내놓은 콘셉트카였다. 서구의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들과 보도진 역시 일본 콘셉트카 앞에 집중됐다. 이들은 일본 자동차업계의 앞선 디자인과 기술에 대해 여전히 ‘환상’을 갖고 있었으며 한편으로는 서구 자본이 투자된 일본 메이커들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작은 크기의 자동차에 많은 것을 담아낸 여러 콘셉트카의 디자인과 기술은 세계 시장보다는 지극히 일본시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 이런 경향은 이미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메이커들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어느 메이커든 국내시장이 가장 중요한 상품의 기반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의 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경영과는 별개로 일본 메이커들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를 엿볼 수 있었다.

콘셉트카는 단순히 메이커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메이커가 소속된 나라의 자동차 문화와 환경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모터쇼에 등장한 일본 메이커들의 콘셉트카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지난 얼마간의 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국내 메이커들의 콘셉트카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나 하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점점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국내 메이커들이지만 콘셉트카를 보면 아직 뚜렷한 지향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이것은 국내 메이커의 기술뿐 아니라 자동차 문화 역시 갈 길이 멀다는 뜻도 된다. 다들 예년에 비해 싱거웠다고 말하는 도쿄 모터쇼였지만 아직도 우리가 배우고 느낄 만한 것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