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빛나는 ‘빗속의 제왕’들

[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 웹진 ‘with Hansung’ 2012년 8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일반인들이 평범한 차로 달리기에도 부담스러운 것이 빗길이지만, 유독 빗길에서 돋보이는 운전실력을 보여주는 레이서들을 가리켜 흔히 ‘레인마스터’, 즉 ‘빗속의 제왕’이라고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한 드라이버들 가운데에도 이처럼 보기 드문 ‘레인마스터’들이 있었다

빗길에서 남다른 실력을 보여주는 레이서들

우리나라의 여름은 온 세상이 익어버릴 듯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기 전에 늘 장마가 먼저 찾아온다. 어느 계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며칠씩 계속되곤 하는 장맛비는 운전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젖은 노면에 타이어가 쉽게 미끄러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빗길 운전은 어렵고, 운전자라면 가급적 빗길 운전은 피하고 싶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내리지 않는 한, 비가 오는 날에도 레이서들은 레이스에 출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삶이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모는 것은 일반인들이 타는 차에 비해 훨씬 성능이 높은 경주차다. 경주차는 보통 차에 비해 강력한 힘이 바퀴로 전달되지만 오히려 젖은 노면에서는 훨씬 더 미끄러지기가 쉽다. 코너를 돌 때에도 타이어의 접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유독 비오는 길 위에서 남다른 운전실력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남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고, 불안한 노면상황에서도 차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갖춘 이들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레이서들을 가리켜 영어로 레인마스터(Rainmaster), 즉 ‘빗속의 제왕’이라고 부른다. 빗길에서 속도를 줄이는 것은 모든 운전자들에게 당연한 일이지만, 레인마스터는 남들보다 적게 속도를 낮추고 재빠른 대응능력으로 차의 불안한 움직임을 빠르게 바로잡는다.

레인마스터라 불리는 레이서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 경주차를 몰고 출전한 레이서들 가운데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출한 레인마스터들이 끼어 있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유럽 모터스포츠를 평정했던 루돌프 카라치올라(Rudolf Caracciola, 1901~1959)와 독일 모터스포츠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이버 중 하나인 미하엘 슈마허(Michael Schumacher, 1969~)가 바로 그들이다.

데뷔부터 충격적이었던 전설의 ‘레겐마이스터’

루돌프 카라치올라는 21살이 되던 1922년부터 레이서로 활동하기 시작해 여러 소규모 경주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거두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더 좋은 조건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었던 그는 메르세데스 레이싱 팀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가 메르세데스 소속 레이서가 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처음 메르세데스 팀 소속으로 출전한 그랑프리 경주에 그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의 그랑프리 데뷔전인 1926년 독일 그랑프리 경주에 그가 몰고 출전한 차는 벤츠였는데, 사람이 뒤에서 밀어서 출발해야 했을 정도로 오래되고 낡은 상태였다. 그가 출발선을 떠났을 때 다른 차들은 이미 본격적인 경주를 펼치고 있었다. 기계적인 고장 때문에 차의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없는 상태에서 비까지 내려 노면이 미끄러워지면서 그에게 주어진 조건들은 최악의 상태로 바뀌었다. 오로지 믿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운전실력 뿐이었고, 그의 탁월한 운전실력은 모든 난관을 뛰어넘어 그가 우승 트로피를 받을 능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최악의 조건을 딛고 데뷔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일약 독일 모터스포츠의 스타로 떠올랐다. 

레인마스터와 같은 뜻의 독일어인 레겐마이스터(Regenmeister)의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후에도 그는 1929년 영국에서 열린 울스터 TT 경주, 1931년 독일 그랑프리 등 쏟아지는 빗속에서 치러진 경주에서 때마다 신기에 가까운 운전실력을 보이며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수많은 그랑프리 경주에서 우승한 것은 물론, 1931년에는 이태리에서 열리는 1,600km 로드 레이스(일반 도로에서 치러지는 자동차 경주)인 밀레 밀리아(Mille Miglia)에서 이태리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처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알파로메오 팀으로 자리를 옮긴 뒤인 1933년에 사고로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눈사태에 아내를 잃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기는 했지만, 1934년에 다시 모터스포츠로 복귀한 그는 W125, W154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훌륭한 경주차들과 더불어 우승의 기록을 꾸준히 쌓아 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독일은 물론 전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레이서 중 하나로 널리 인정받았다.

현존하는 전설적 ‘레인마스터’, 미하엘 슈마허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F1에서도 레인마스터라는 별명을 얻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루돌프 카라치올라가 활동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훨씬 더 정교하고 높은 성능을 내는 경주차가 쓰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빗길에서 F1 경주차를 다루는 것은 그 시절과는 어려움의 차원이 다르다. 그럼에도 빗길에서 달리는 모습이 유난히 돋보이는 레이서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 중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를 꼽자면 단연 미하엘 슈마허를 들 수 있다.

네 살 때 처음 카트를 타기 시작해 차근차근 모터스포츠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슈마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레이스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1년에 F1으로 진출한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시즌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현재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F1 팀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은퇴 기간을 거쳐 복귀한 이후 과거만큼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트랙에 비가 내릴 때마다 레인마스터의 본능이 살아나, 다른 레이서들을 압도하는 운전실력을 보이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03년 시즌까지 F1에 출전하는 동안 빗속에 치러진 30번의 레이스에서 17번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정상적인 노면상태와 젖은 노면상태에서 차를 다루는 능력에 차이가 큰 레이서들이 비교적 흔한데 비해, 그는 빗길을 달릴 때에도 거의 실수하지를 않고 운전을 위한 조작을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F1 그랑프리인 2010년 대회에서도 그는 예선과 결승에서 모두 내리는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련된 주행으로 상위권에 올랐고, 최근 열린 영국 그랑프리에서도 비가 오는 가운데 치러진 예선에서 3위에 오르는 등 비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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