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매거진 2012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가 지속되던 미국에서는 크고 화려한 차들이 인기를 얻었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쟁 속에 항공기 디자인을 접목한 테일 핀이 쓰인 차들이 많이 나왔고, 그 가운데 가장 화려한 모습을 지닌 차가 1959년형 캐딜락 엘도라도 비아리츠 컨버터블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 동란이 끝난 후인 1950년대 중후반의 미국은 냉전 속에서도 전후 호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였고, 미국인들은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들이 누리는 풍요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들은 핵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경제적 황금기를 보내며 로큰롤, 우주개발, 컬러 TV에 마음이 흔들렸고, 이미 오래 전에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동차에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었다. 미국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였던 캐딜락이 그런 풍요로운 분위기를 놓칠 까닭은 없었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자동차는 점점 더 크고 화려해졌고, 특히 1940년대 말부터 항공기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은 1950년대를 거치며 더 자유분방한 색깔을 띠며 많은 차들에 쓰였다. 그런 가운데 캐딜락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내놓는 브랜드로 명성이 자자했고, 여러 면에서 그 정점에 있는 모델이 1959년형 엘도라도다. 1959년에 나온 엘도라도는 당대에는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지만, 강력한 힘과 존재감, 그리고 고급스러움이 한데 어우러진 명차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오랫동안 캐딜락에서 개인적이고 스포티한 모델에 붙었던 엘도라도는 이름은 1952년에 캐딜락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쇼 카에서 비롯되었다. 양산차 가운데에서는 1953년에 대형차인 시리즈 62의 최상위 모델에서 처음 쓰였고, 이후 별도 모델로 독립했다.

그 가운데 1959년형 엘도라도는 기술적인 면과는 별개로 스타일에 있어 미국의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잘 보여주는 차로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엘도라도는 크게 2도어 하드톱 쿠페인 스빌(Seville), 2도어 컨버터블인 비아리츠(Biarritz), 4도어 하드톱 세단인 브로엄(Brougham)이 있었다. 1959년형 모델부터 엘도라도는 시리즈 62에서 발전한 시리즈 6200과 구분하기 위해 스빌과 비아리츠는 시리즈 6400, 브로엄은 시리즈 6900으로 분류되었다. 

역대 가장 큰 테일 핀을 단 화려한 차

이 차는 무엇보다 날카로운 테일 핀과 테일 핀 중간에 달린 총알 모양의 램프와 화려한 라디에이터 그릴, 낮고 넓은 차체가 돋보였다. 1950년대에 가장 치열했던 미국 메이커들의 ‘테일 핀 전쟁’ 속에서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해, 캐딜락은 1959년형 엘도라도에 역대 가장 큰 테일 핀을 달았다. 차체 길이가 무려 5.715m. 휠베이스만도 3.302m에 이르는 초대형 차를 날렵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테일 핀도 크고 날카로워야 했다. 또한 헤드램프 옆에서 시작되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크롬 장식은 뒤쪽으로 갈수록 넓어져 속도감을 높였다. 디자인은 할리 얼의 뒤를 이은 척 조던의 지휘로 GM 내부에서 이루어졌지만, 브로엄의 차체는 이태리 피닌파리나에서 생산했다. 

기본 스타일은 1960년형 모델까지 그대로 이어졌지만, 1960년형 모델에서는 테일 핀이 단순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낮아지고 총알 모양의 테일램프도 사라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장 화려한 캐딜락으로 1959년형 모델을 꼽고 있는 것이다. 겉모습을 바꾸어 수시로 새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던 당시 미국 메이커들 덕분에, 내용물과는 관계없이 1959년에 새롭게 바뀐 엘도라도의 모습은 1961년형 모델이 되며 다시 바뀌게 된다. 

화려함에 있어서는 스빌과 비아리츠, 그 중에서도 지붕을 벗겼을 때 테일 핀이 돋보이는 비아리츠가 많은 이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면에서 거의 같은 차나 다름없었던 시리즈 62는 세단만 나왔고, 브로엄에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테일 핀이 쓰였기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엘도라도는 시리즈 62보다 더 꾸밈새가 화려했다. 기술적 완벽함을 내세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당대에 캐딜락이 갖고 있던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는 차이기도 했다. 히터, 안개등, 에어 서스펜션, 후방 스피커가 포함된 라디오, 파워 윈도우, 6-way 파워 시트, 전동 도어 잠금장치, 백테 타이어 등이 모두 기본사항에 포함되었다. 선택사항은 단 네 가지 뿐으로 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오트로닉 아이(Autronic Eye) 자동 헤드라이트 밝기 조절장치, 비아리츠 모델에 추가비용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버킷 시트와 함께 E-Z 아이(E-Z Eye) 글라스 이중접합 안전유리가 있었다. 편의장비와 내장재는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 캐딜락에 쓰인 것 중 가장 강력한 V8 6.384cc Q-코드 엔진은 최고출력이 345마력으로, 같은 블록을 쓴 시리즈 62의 것에 비해 20마력 더 높았다. 변속기는 하이드라매틱 3단 자동이 기본이었다. 브레이크는 4바퀴 모두 유압식 드럼 방식이었지만, 서스펜션은 뒤쪽에 코일 스프링과 결합된 에어 서스펜션이 쓰였다. 차체 무게가 2,300kg에 이르는 무거운 차였지만 강력한 엔진에 힘입어 최고시속은 209km에 이르렀고, 서스펜션에는 셀프 레벨링 기능도 있어 구름에 떠가는 듯 부드럽고 푸근한 승차감을 지니고 있었다.

1959년형 캐딜락 라인업에서 가장 화려했던 비아리츠 컨버터블은 7,401달러의 높은 값으로 팔렸다. 바탕이 된 시리즈 6200보다도 50퍼센트 남짓 비싼 가격표가 붙은 셈이었다. 이태리에서 만든 보디가 쓰인 브로엄은 더 비싸, 값이 비아리츠의 두 배에 가까웠다. 모델 체인지 직전인 1960년형 모델까지 엘도라도는 4,655대가 팔렸고, 그 가운데 가장 인기 있었던 비아리츠는 2,605대가 판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