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방식과 국내 급속충전 표준

[ 2017년 3월 27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이슈도 늘어나고 있다. 3월 15일에는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 중 하나인 테슬라가 국내 매장을 열고 판매를 시작했다. 3월 17일에는 쉐보레가 볼트 EV를 4월부터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계약 접수를 시작했다. 그보다 조금 이른 2월 27일에는 현대가 아이오닉 플러그인 출시와 함께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2017년형 모델을 내놓았다. 이처럼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이 다양해지면서, 전기차 구매와 활용에 관한 정보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번에는 전기차 관련 정보 중 앞서 이야기한 차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깃거리가 된 충전방식과 충전 커넥터를 살펴보겠다.

전기차 충전 방식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되는데, 가장 일반적인 구분 방법은 충전시간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완속충전기와 급속충전기가 이 기준을 따른 분류다. 말 그대로 완속충전기는 충전속도가 느린 것으로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고, 급속충전기는 상대적으로 충전속도가 빠르고 짧은 시간에 충전된다. 이런 차이는 완속충전기보다 급속충전기의 충전전력(공급용량)이 크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나라에 일반적으로 보급되는 충전기의 충전전력은 완속이 약 3~7kW이고, 급속이 약 50~100kW다. 실제와는 차이가 있지만 이해하기 쉽도록 전력량 20kWh인 전기차 배터리를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100% 충전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충전전력 7kW인 완속충전기로는 20kWh÷7kW=약 2.9h(시간), 즉 2시간 54분 정도 걸리지만, 50kW인 급속충전기로는 20kWh÷50kW=0.4h(시간), 즉 24분 정도면 된다.

충전시간이 빠르다는 점에서는 급속충전의 매력이 크지만, 급속충전기는 설치 조건이 완속충전기보다 까다롭고 값이 비싸서 지금까지는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기차의 배터리 전력량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이번에 국내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90 D는 전력량이 90kWh, 쉐보레 볼트 EV는 60kWh에 이른다. 모두 완속충전기로 충전하려면 10시간 이상 걸리는 수준이다. 따라서 급속충전기의 보급이 점점 더 시급해지고 있다.

한편, 작년까지 국내에서는 전기차 급속충전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크게 직류(DC)를 이용하는 차데모(CHAdeMO)와 콤보 타입 1(CCS Type 1), 교류(AC) 3상의 세 가지 충전방식과 커넥터가 쓰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차데모는 일본에서 개발된 규격으로 닛산 리프는 물론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여러 전기차에 폭넓게 쓰였다.

콤보 타입 1은 미국 표준 완속충전(SAE J1772) 커넥터와 DC 2핀 급속충전 커넥터가 결합된 것으로,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고려해 만든 BMW i3과 쉐보레 전기차(스파크 EV, 볼트 EV)가 이 방식을 썼다. AC 3상은 르노삼성 SM3 ZE가 쓰고 있는 방식으로, 유럽 표준 7핀 커넥터를 이용해 완속(일반 220V AC 단상)과 급속(산업용 380V AC 3상)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이처럼 몇 가지 급속충전 방식이 함께 쓰이면서 가뜩이나 비싼 급속충전기가 더 복잡하고 비싸며 낮은 호환성 때문에 이용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꾸준히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해 말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 표준을 콤보 타입 1로 통일하는 한국산업표준(KS) 개정안을 예고 고시했다. 이 개정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월에 확정될 예정이고, 앞으로 국내에 보급될 전기차와 급속충전기는 이 표준을 대부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형이라 할 수 있는 콤보 타입 1을 KS로 지정하는 개정안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다. 그동안 국내에 판매된 여러 모델에 쓰인 차데모 방식이나 AC 3상 방식에 대용량 DC 급속충전 방식을 결합한 유럽형 콤보 타입 2,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의 GB/T 20234 등 다른 대안들과 비교해 여러 부분에서 장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대안의 장점이나 시장 잠재력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KS 개정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차데모 방식을 쓰던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2017년형에서 발빠르게 콤보 타입 1으로 충전방식이 바뀌었다. 

한편, 테슬라는 국내에 유럽 표준 7핀 커넥터를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들어온다. 이 방식으로는 르노삼성 SM3 ZE와 마찬가지로 완속과 급속충전이 가능하지만, 배터리 전력량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충전시간이 길다. 최대 충전전력이 120kW에 이르는 테슬라 고유의 슈퍼차저는 아직 국내에 설치된 곳이 없다. 다만 출고가 시작되는 6월까지 최소 한 곳 이상에 설치되고, 이후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설치가 이루어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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