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4월 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모터쇼에서는 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완성차에 주로 시선이 집중된다. 그러나 모터쇼는 완성차뿐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을 펼치는 여러 업체가 회사와 제품, 서비스를 알리고 판매영역을 넓히는 B2B 사업의 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터쇼가 열리는 현장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흥미로운 볼거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2017 서울모터쇼는 특히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선보인 업체가 많았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끈 것 중 하나가 긴급출동 전기차 충전차였다.
긴급출동 전기차 충전차는 말 그대로 전기차가 배터리에 충전한 전기 에너지가 주행이 어려울 만큼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현장으로 출동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다.
업체의 설명과 소개자료에 따르면, 이 차는 1톤 트럭 섀시에 견인장비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충전관련 설비를 단 것이다. 차의 엔진 동력을 이용하는 자체 발전장치는 30~50kW의 최초출력으로 직류(DC) 급속충전이 가능하다. 충전장치는 차데모와 DC 콤보(CCS 타입 1) 규격을 지원해, 현장에서 바로 주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전할 수 있다. 또한, 허브를 이용하면 3~7kW 출력으로 여러 대를 한꺼번에 충전할 수도 있다. AC 3상 충전방식을 쓰거나 고장으로 주행할 수 없는 차는 차체 뒤쪽에 있는 견인장비를 이용해 충전이나 수리가 가능한 곳까지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모 자동차 업체가 자사 전기차 소유자에게 제한적으로 제공하는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도 있기는 하지만, 긴급출동 전기차 충전차는 그보다 충전시간이 짧고 충전할 수 있는 차종이 다양하며 필요할 때에는 정비나 견인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실 이런 차가 등장하는 것이 아이러니이긴 하다. 배출가스와 관련한 내연기관 차의 단점을 해소하려고 만든 것이 전기차인데, 전기차 충전을 위해 내연기관을 쓰면 전기차의 장점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념의 서비스용 차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기 전까지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지 못한 여러 이유 중 하나인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을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주행거리 불안은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가 언제 모두 소모되어 차가 멈춰 설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말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제시하는 전기차 주행거리는 최적의 조건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렸을 때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교통정체나 지형, 운전자의 습관 등 주행환경을 둘러싸고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로 달려보면 그보다 못미치는 거리를 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언제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 에너지가 소모될 지는 직접 달려보지 않으면 예측하거나 알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지금 보편적으로 쓰이는 내연기관도 연료가 떨어지면 멈춰서기는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급유 인프라 즉 주유소가 많아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어디서든 보충할 수 있고, 설령 연료가 떨어져 차가 멈추더라도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에 요청하면 부근 주유소까지 이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료는 보급받을 수 있다는 것 정도다.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의 문제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을 키우고 효율을 높이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실제 전기차의 주행거리 불안을 해소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은 충전 인프라다.
따라서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확산되기 전까지는 긴급출동 전기차 충전차처럼 틈새를 파고드는 전기차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다양하게 나올 여지가 있다.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행정보다는 사업쪽이 빠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