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8.0 / 10 ★★★★
돋보이는 점 | 아쉬운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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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정하고 과거와 현대가 잘 어우러진 실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 누가 몰아도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주행 특성 – (시승차 기준으로) 꼭 필요한 것들은 두루 잘 갖춘 기능 및 장비 | – 호불호가 갈릴 듯한 외모 – 뒷좌석 중심으로 쓰기에는 아쉬운 뒷좌석 공간과 승차감 – 장비와 기능을 더할수록 지나치게 부담스러워지는 값 |
[ * 엔진과 리어 센터 암레스트 사진을 제외한 본문 사진은 시승 전에 따로 전시된 캘리그래피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모델을 촬영한 것으로, 차체색이 실제 시승한 차와 다르지만 실내 색과 장비 및 기능 구성은 같습니다 * ]
36년 역사의 현대 그랜저가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로 탈바꿈했다. 그랜저는 현대의 성장과 더불어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현대의 브랜드 최상위 모델로 시작했지만 한동안 격을 낮춰야 했고, 제네시스 브랜드가 독립한 뒤에야 제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이전 세대(IG)부터 그래왔지만, 개발 과정을 고려하면 이번 7세대 그랜저가 달라진 모델 입지에 알맞게 계획하고 만든 첫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완전히 달라진 플랫폼을 쓰고 디자인에 역대 그랜저의 요소들을 고루 가져와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도 새 그랜저가 갖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에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3.5 엔진과 HTRAC 네바퀴굴림(AWD) 시스템을 비롯해 특별 패키지인 블랙 잉크를 제외한 모든 선택 사항을 추가한 풀 옵션 모델이다. 특히 AWD 시스템은 그랜저 역사상 이번 세대에 처음으로 쓰이는 것이다. 동력계에 관계없이 트림 구성을 통일한 것도 이번 세대가 처음이다. 물론 AWD 시스템을 빼면 2.5L 및 V6 3.5L 가솔린 엔진, V6 3.5L LPG 엔진, 1.6L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동력계 구성은 그룹사인 기아의 K8과 같다.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흐름을 보면 1.6L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가 주력 모델이 될 듯하다. 시승차처럼 배기량 큰 가솔린 엔진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차를 고르는 기준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양면성을 지닌 외부 디자인처럼,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새 그랜저에서 조금은 전통적인 그랜저의 특성과 가치에 더 끌리는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구성인 셈이다.

실내는 최소한 눈에 보이는 부분은 고급스러워보이도록 재질과 색을 잘 정리했다. 특히 내장재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지 않고 넓은 면을 두루 쓴 것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여러 기능을 조작하는 인터페이스는 터치 스크린과 버튼, 다이얼 등 물리적 요소들을 알맞게 구성했다. 특히 물리적 조작 기능의 조작감을 배치한 위치에 관계없이 통일한 점은 감성적 만족감을 높인다. 다만 실내 도어 오프닝 핸들의 크기와 움직임, 촉감은 실내 전반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만족스럽다. 센터 콘솔 너비가 좁은 편은 아닌데도 공간 여유는 충분하다. 전자식 기어 셀렉터를 스티어링 휠 뒤에 배치하면서 위쪽이 매끈해진 센터 콘솔은 단정한 디자인의 대시보드, 평면으로 얇고 길게 이어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과 더불어 실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든다. 쿼터 글라스가 분리되어 있는 앞 도어 유리 앞쪽 모서리 주변을 빼면 앞쪽과 좌우 시야도 좋다. 동반석 앞 대시보드에 펼쳐진 무드램프는 기능과는 별개로 보기에는 조금 지나치다.

운전석 에르고 모션 시트는 세부적으로 각도와 쿠션 두께를 조절할 수 있어 체형에 관계없이 알맞은 자세를 잡기에 좋다. 적당한 굴곡과 탄탄한 쿠션은 차의 주행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운전 중에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오른쪽에 있는 기능을 조절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물론 핵심 기능은 대부분 스티어링 휠의 인터페이스로 조작할 수 있고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cNC)은 단순명료한 디자인과 더불어 조작에 빠르게 반응하는 화면이 반갑다. 메뉴 구성도 복잡함을 줄였는데,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많다보니 실제로는 조작 단계는 줄었어도 필요한 기능을 찾기 위해 화면을 터치하는 횟수는 거의 비슷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러 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배치와 크기를 알아보고 다루기 쉽게 만든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훌륭하다.

또 한 가지 반가운 것은 10.25인치 터치 스크린으로 만든 공기 조절장치 인터페이스다. 시선을 많이 아래로 움직여야하기는 해도, 큼지막한 기능 표시와 햅틱 피드백 기능이 있어 사용 편의성을 높인다. 취향에 따라 조절 기능 표시 테마를 선택하고 표시되는 항목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것도 편리하다.

이번 세대에서는 선택 사항으로 뒷좌석 리클라이닝 기능을 넣는 등 뒷좌석 편의성을 이전보다 강조했다. 그러나 뒷좌석 공간에 대한 근본적 접근은 이전 세대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급차에 필수적이라할 편의 기능을 넣기는 했지만, 뒷좌석을 온전한 상석 개념으로 꾸미지는 않았다. 앞좌석 사이의 센터 콘솔 뒤에 뒷좌석을 위한 공기 배출구를 배치했지만 개별 온도 조절은 할 수 없고, 뒷좌석 너머에 있는 뒤 유리 전동 햇빛 가리개도 뒷좌석에서 조절할 수 없다.

물론 시승차같은 최상위 트림 풀 옵션 차는 꼭 있어야할 것은 잘 갖춰 놓았다. 모두 3단 조절이 가능한 열선 및 통풍 기능, 전동 옆 유리 햇빛 가리개, 오디오 컨트롤 기능 정도면 딱히 아쉬울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제네시스 브랜드 세단들이 있는 만큼, 그랜저의 뒷좌석에 더 많은 고려와 배려를 담는 것은 무리다. 시승차에는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ANC-R) 기술도 있는데, 기술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은 좋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뒷좌석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가장 아쉬운 점은 공간이다. 이전 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휠베이스를 키우며 ‘광활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공간 여유가 컸다. 그러나 이번 그랜저는 상대적으로 넉넉함이 덜하다. 앞좌석 뒤쪽과 도어 트림 등 눈에 들어오는 부분들은 넓고 단순한 면으로 구성해 시각적인 여유를 추구했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여유는 전만 못하다. AWD 시스템을 고려해 높이 솟은 센터 터널이나 머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위로 파놓았는데도 낮은 느낌을 주는 천장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와 같은 요소들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뒷좌석 그 자체다. 리클라이닝 기능을 넣기 위해 앉는 부분 아래에 이동 구조를 넣은 탓인지, 앉는 부분 자체가 조금 높고 쿠션이 얇다. 표면 굴곡에 신경을 쓰기는 했지만, 쿠션 자체가 얇은데다가 시트 표면의 가죽은 탄력이 적어 뻣뻣하다. 그런 시트 구조는 앞좌석에서는 수긍할 수 있지만, 뒷좌석은 그렇지 않다.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쿠션을 썼던 그랜저의 전통적 뒷좌석 성격과도 다르다. 좌석 조절 기능을 위한 스위치는 센터 암레스트에 있는데, 뒷좌석을 6:4 비율로 나누어 센터 암레스트가 일반적인 상석인 오른쪽 좌석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차를 몰아보면 실내 구성에서도 느낄 수 있듯 운전자에게 좀 더 높은 비중을 두고 만들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폭넓은 수요층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운전에 관련된 부분들은 누가 몰아도 쉽게 다룰 수 있고 익숙한 느낌을 줄 수 있게 조율했다. 스티어링 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 모두 조작감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도록 가벼운 탄력을 더했다. 조작 반응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 거칠거나 서두르지 않고 운전자가 다루는대로 매끄럽게 움직이며 차를 이끈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는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성향이다. 저속 영역 승차감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하다. 탄탄하지만 요철을 지날 때 튀지는 않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차체가 들썩거리는 느낌이 적다. 위아래 방향 움직임을 억제하면서 충격을 탄력있게 처리하도록 조율한 점이 인상적이다. 바로 전 세대를 비롯해 과거 세대 그랜저를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승차감이 조금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중속 영역에 들어서면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통해 어느 정도 진동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거친 느낌은 걸러내고 딱 노면 상태를 읽을 수 있을 만큼만 알맞게 전달한다. 차로를 변경할 때에도 아주 급하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는 이상 자세를 잘 유지하면서 움직인다. 속도를 유지하며 긴 코너를 달릴 때에도 차체 앞쪽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뒤쪽이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안정감을 꾸준히 이어 나간다.
그럼에도 앞좌석과 뒷좌석 승차감은 차이가 있다. 앞좌석에서는 이런 성격의 차에서 더 바랄 것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정감과 편안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 상대적으로 뒷좌석에서는 충격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풀어내는 느낌이 조금 덜한데, 노면 상태가 좋은 곳이나 꾸준히 시속 60km 이상의 속도 로 달릴 때에는 승차감 차이가 조금 줄어든다. 승차감도 승차감이지만 근본적으로 흐트러짐 없는 움직임과 세련된 핸들링에 좀 더 비중을 둔 셈이다.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kg・m의 동력 성능을 내는 V6 3.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HTRAC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통해 모든 바퀴로 구동력을 보낸다. 가속감은 일관되게 부드럽다. 고속도로 진입과 추월을 위해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아도 숫자상의 성능이 몸으로 와 닿을 만큼 후련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높은 회전영역으로 올라가야 큰 토크를 내는 자연흡기 엔진, 큰 덩치와 무거운 차체에 능동적으로 앞뒤 바퀴 구동력을 조절하는 AWD 시스템, 접지면이 넓은 20인치 타이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결과다.

물론 체감 가속이 그럴 뿐, 속도계는 빠르게 큰 숫자를 나타낸다. 스포티하기보다는 꾸준하고 매끄러운 쪽이 차의 성격과 더 잘 어울리기는 하다. 고회전 영역으로 올라갈수록 엔진 소리가 더 강렬해지기는 한다. 그래도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어 거슬리지는 않는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영역에서는 바람 가르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데, 옆 유리를 잡아주는 테두리가 없는 프레임리스 도어도 그 정도 속도 영역까지는 헛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속도 영역에서는 뒤 도어 유리가 살짝 들뜨면서 공기를 치는 소리가 나는데, 일반적인 주행 조건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차의 크기와 입지, 성격을 두루 고려하면 딱히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전체적인 구성이 좋다. 같은 집안 식구인 기아 K8을 제외하면 딱히 위협적인 경쟁 모델을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그랜저는 어떻게 내놓아도 K8보다 낫다면 당연히 잘 팔릴 모델이다. 시장을 과점하는 모델로서 현실에 안주해도 그러려니 할 수 있음에도, 이전 세대 모델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하고 새 플랫폼과 더불어 종합적으로 잘 다듬어 내놓았다는 점은 좋게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3.5 엔진 모델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고정관념과 전통적 감성을 바탕으로 차를 고르는 사람들이 조금은 젊은 취향으로 탄탄해진 주행 특성이나 넉넉함이 줄어든 뒷좌석에 만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솔린 2.5 엔진이나 1.6L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모델을 고르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또하나. 값이 많이 부담스러워졌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전 세대 모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술과 기능, 장비가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구매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값의 영역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물론 현대 입장에서 그럴만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리고 그런 이유가 없더라도 그랜저는 잘 팔릴 것이다. 다만 그나마 조금만 애를 쓰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던 그랜저가 점점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울 뿐이다.
[ 주요 제원 ]
현대 디 올 뉴 그랜저 캘리그래피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3.5 HTRA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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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형식 공차중량 | 4도어 5인승 세단 1,800kg |
길이x너비x높이 휠베이스 트랙 앞/뒤 타이어 규격 앞/뒤 트렁크 용량 | 5,035×1,880×1,460mm 2,895mm 1,624mm / 1,631mm 245/40 R20 (앞뒤 같음) 480L (VDA 기준) |
엔진 형식 최고출력 최대토크 연료탱크 용량 | V6 3.5L (3,470cc) 가솔린 300마력/6,400rpm 36.6kg∙m/5,000rpm 60L |
변속기 굴림방식 | 자동 8단(AT) 네바퀴굴림(AWD) |
복합연비 (도심/고속도로) CO2 배출량 에너지소비효율 | 9.0km/L (7.7km/L / 11.2km/L) 170g/km 5등급 |
기본값 (개별소비세 정상분 반영 기준) 시승차 값 (개별소비세 정상분/인하분 반영 기준) | 5,160만 원 (3.5L 엔진 + HTRAC) 5,710만 원/5,605만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