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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3년 9월 29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얼마 전 TV의 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자동차의 결함에 대해 쉬쉬하는 제조업체들의 실태를 다뤘다. 차에 생긴 이상이 운전자 본인의 부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차의 설계나 부품 결함 때문인지 운전자가 모른다는 점을 자동차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공식적인 리콜이 시행됐어도 일부 제조업체는 고객에게 리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많은 운전자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제조업체에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운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차에 대해 ‘속도를 내서 달리고 정차하는’ 기본적인 기능 외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동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계와 전자장치들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또, 자동차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자동차를 구입한 뒤 폐차를 하거나 중고차로 팔기 전까지 자신의 손으로 보닛을 열어보지 않는 운전자들도 있다. 차에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정비소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차를 가장 많이 대하고 느끼는 사람은 바로 운전자 자신이다. 차에 생긴 병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정비사가 할 일이지만 차의 주인이 차에 대해 잘 안다면 정비사의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제조업체가 제품 결함으로 생긴 문제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운전자라면 최소한 자신의 차에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작은 노력만으로도 차의 수리에 들어가는 필요 이상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큰 재산이다. 자신의 재산권을 지킨다는 차원에서도 자동차의 건강과 체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