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스피드웨이와 BMW 드라이빙 센터, 앞으로가 중요하다

[ 2018년 5월 14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5월 8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AMG 스피드웨이 공식 오픈 기념행사를 열었다. AMG 스피드웨이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AMG 브랜드를 적용한 것이다. 상설 서킷에 AMG 브랜드가 적용된 것은 세계 최초로, 메르세데스-벤츠 본사가 글로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한편 토비아스 뫼어스 메르세데스-AMG 회장이 방한해 오픈 기념행사에서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AMG 스피드웨이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운영주체인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제휴로 기존 시설에 AMG 브랜드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자세한 계약 금액이나 조건 등을 밝히지 않았지만, 여러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기본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연중 일정 사용기간을 확보해 우선 사용할 수 있고 일부 시설을 상시 전용할 수 있는 대신, 기존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운영은 계속되어 일반 임대와 경주 개최도 가능하다. 즉 서킷 운영 주체는 바뀌지 않으면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일종의 서킷 메인 스폰서가 되는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보도자료에 ‘세계 최초 AMG 브랜드 적용 트랙’이라고 설명한 것에는 이와 같은 AMG 스피드웨이의 복잡한 성격이 반영되어 있다. 

국내에 외산차 브랜드가 상설 개념으로 브랜드 이름을 내건 자동차 전용 주행시설을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미 2014년에 BMW 코리아가 업계 최초로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를 건설해 문을 연 바 있다.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 문을 연 상설 드라이빙 센터로 화제가 되었고, 운전자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 자동차 문화 공간으로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메르세데스-벤츠가 AMG 스피드웨이로 비슷한 개념의 공간을 마련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다분히 BMW 드라이빙 센터를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산차 브랜드 판매 순위 1, 2위를 다투는 두 브랜드 사이의 자존심 대결의 성격이 담겨 있는 셈이다. 

물론 두 브랜드 모두 판매증가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를 비교적 자유롭게 개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기존 소비자나 가망 소비자에게 체험을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투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AMG 스피드웨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에버랜드 내에 위치하고 있는 AMG 스피드웨이는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보다 서울 강남 지역과 분당, 판교, 수지, 용인 등 수입차 소비자가 많은 지역에서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기존 고객이야 필연적으로 각 브랜드가 운영하는 시설을 주로 이용하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수도권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에는 AMG 스피드웨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이미 좋은 입지에 있는 시설을 고스란히 활용하는 만큼, 설계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직접 투자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 비하면 투자의 질적인 면에서는 BMW 드라이빙 센터와 비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투자가 ‘과연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걱정을 떨쳐버리기는 어렵다. BMW 드라이빙 센터와 AMG 스피드웨이 모두 장기적 운영을 완벽하게 보장할 만한 장치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AMG 스피드웨이는 근본적으로 기존 시설을 임대하는 형태여서, 가능성은 낮지만 계약 쌍방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용조건이 바뀌거나 극단적 경우 계약을 해지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AMG 브랜드가 빠지더라도, 삼성물산(에버랜드)이 시설을 완전히 갈아엎고 다른 시설을 세우지 않는한 서킷으로서 용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같은 장소에서 제휴규모를 줄이거나, 포르쉐 코리아와 FMK가 인제 스피디움에 고객 전용 시설을 갖춘 것과 비슷하게 국내 다른 서킷과 제휴를 맺는 방식을 취해 AMG 브랜드 관련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우려되는 것은 BMW 드라이빙 센터의 미래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인천공항공사가 스카이72 골프장에 임대한 부지를 다시 BMW 코리아에 전대하는 형식으로 부지를 확보해 지은 시설이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계약기간은 2020년까지, 스카이72와 BMW 코리아의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다. 2020년에 스카이72의 부지 임대가 끝나더라도 임대권한을 넘겨받는 주체로 계약을 승계하면 BMW 코리아가 2025년까지 지금의 시설을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2012년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인천국제공항 확장계획 관련 내용에 따르면 2027년까지 해당 부지에 제5활주로가 들어서게 되어 있다.

나아가 BMW 코리아는 지난해 말 드라이빙 센터 확장 건으로 인천공항공사와 협의를 하면서 2025년까지 운영권을 확보하는 한편 확장계획을 조건부로 합의했는데, 활주로 확장 공사 때 드라이빙 센터가 방해되면 부지사용 허가권을 즉시 반납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즉 제5활주로 건설이 확정되면 곧바로 해당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반납하게 된다. 2027년에 제5활주로가 완공되려면 적어도 4~5년 전부터 기반공사가 시작되어야 하므로, 2025년 이전에 운영을 중단하고 시설을 철거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확장여부에 관계없이 BMW 코리아가 드라이빙 센터 운영을 안정적으로 계속하려면 다른 부지를 확보해 다시 시설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고, 국내 기반 자동차 브랜드도 하지 않았던 체험 위주의 자동차 문화 공간을 외산차 브랜드가 나서서 열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도 반갑고 훌륭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투자를 한 업체들에게는 지나친 바람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투자가 가파른 국내 판매 증가를 반영한 일시적 마케팅으로 그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더 탄탄한 미래 계획을 세우고 보여주길 바란다. 그동안 외산차 업계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국내 기반 업체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 사례가 많았던 것처럼, 업체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미래 고객을 확보하고 소비자에게는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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