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를 맞는 자동차 업체들의 몸부림

[ 2017년 10월 9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추석연휴 전후로 몇몇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부터 굵직한 뉴스가 나왔다. 

제너럴 모터스(GM)는 10월 2일에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선보일 두 종류의 신형 순수 전기차를 포함해 2023년까지 최소 20종류의 순수 전기차 새 모델을 내놓겠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제품 전동화 방향을 발표했다. 이어 10월 3일에는 지역별 사업 조정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을 핵심 시장으로 놓고 나머지 지역을 총괄하는 새로운 사업부문인 GM 인터내셔널을 2018년 1월 1일부로 꾸리고, 현재 GM 총괄부사장 겸 GM 남미부문 사장인 배리 엥글이 수장으로서 부문을 이끌게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같은 날 포드는 투자자 대상으로 미래 전략 및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 짐 해킷 사장 겸 CEO가 새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포드가 회사 전략 수정에 관한 내용을 발표한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수정된 전략에 따라 포드는 자금을 지역, 제품, 서비스 별로 성장 가능성과 수익성이 높은 쪽으로 재분배하는 한편 전동화와 스마트화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르노 그룹은 지난달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이름으로 발표한 ‘얼라이언스 2022’ 계획에서 르노 그룹의 계획을 구체화한 ‘드라이브 더 퓨처(Drive The Future)’ 6개년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르노 그룹은 계획이 끝나는 시점에 연간 수익 700억 유로(약 95조 원) 이상의 연 매출, 최소 5퍼센트에서 7퍼센트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GM, 포드, 르노발 뉴스는 내용이 서로 다르지만 현재 자동차 업계가 안고 있는 공통적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점점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줄이고 순수 전기차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성’의 재정적 측면 즉 수익성을 높이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전자는 얼마 전 막을 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발표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올려, 짧은 시간 사이에 다양한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이야기다. GM의 지역별 사업 조정도 형식에서는 동떨어져 보이지만, 핵심 시장 이외 지역에서의 사업을 통합해 줄인 비용을 전기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스마트카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의 계획대로라면 2022년을 전후로 주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각자 10종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게 된다.

후자는 전자와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자동차 발전에 긍정적 효과만 가져오지는 않을 듯하다.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포드는 2022년까지 자동차 관련 비용증가를 이전 계획 대비 50퍼센트 선으로 억제할 계획이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도 공용 부품 사용 범위를 넓히고 개발 과정에서 시제차 제작을 줄이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비용을 줄인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소비자가 주문 가능한 상품조합의 수를 크게 줄이는 한편 개발 기간과 비용도 단축한다. 예를 들어, 현재 3만 5,000여 조합이 가능한 퓨전이 차세대에서는 96가지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르노 역시 생산 단계에서 2022년까지 총 42억 유로(약 5조 6,950억 원)의 비용을 줄이는 한편 르노 그룹 차의 80퍼센트를 공용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번에 따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GM 역시 계속해서 플랫폼/아키텍처를 정리해 왔고 그와 같은 흐름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후자와 같은 상황은 다양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다. 비용절감과 수익성 향상이라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폭을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발전 과정에서 이미 겪었다시피, 꾸준히 강화되는 환경규제는 업체들이 쓰는 구동계 설계와 종류가 줄어드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 흐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이어지면 차를 쓰는 사람들의 자동차 이용 행태에도 영향을 주므로 ‘운전에 몰입할 수 있는 차’라는 개념은 점점 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게다가 각종 편의 및 선택사항 관점에서도 소비자의 선택 범위는 크게 좁아지게 된다. 자동차가 더는 ‘개성의 표현 수단’으로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21세기 들어 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과거의 낡은 틀이 깨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 그리고 20세기를 풍미한 자동차 업체들보다 21세기에 등장한 전기차 업체들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혁신적 시도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가 다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업체들이 살아남아야 소비자도 자동차라는 제품을 살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 업체들이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가치다. 업체마다 생존을 위해 발등에 꺼진 불을 끄기에 급급하지만, 근본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에 흠집을 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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