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차 뿐인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새 모델에 드리운 그늘

[ 2018년 5월 2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르노삼성이 르노 클리오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앞서 국내에 들어온 QM3과 마찬가지로, 클리오 역시 르노 해외공장에서 생산, 국내에 완제품 상태로 들여와 판매하는 모델이다. 판매와 서비스는 국내에 이미 뿌리를 내린 르노삼성 네트워크를 활용하지만, 원산지 기준으로 보면 수입차인 셈이다.

클리오는 뼈대에 해당하는 플랫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을 QM3과 공유한다. 국내는 QM3이 먼저 출시되었지만, 애당초 QM3이 클리오를 바탕으로 덩치를 키운 차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시된 클리오가 엔진부터 QM3과 같은 1.5리터 90마력 디젤로 같다는 점에서 르노삼성이 의도한 바를 짐작할 수 있다. 판매 모델 가짓수를 늘리면서도 가능한 한 서비스 부문에서 공유부품을 활용해 부품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신경을 쓴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똑같은 부품 수는 많지 않다 하더라도, 최소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엔진 관련 소모성 부품이나 오일류는 충분히 기존 QM3의 것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차를 사서 유지, 관리하는 관점에서는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판매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소비자가 근본적으로 엔진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판매하는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은 단 한 가지, 그것도 디젤 엔진 뿐이다. 여러 이유로 디젤 차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는 구매 고려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클리오를 건너 뛰게 될 것이다. 

물론 르노삼성 입장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법규상 가솔린 엔진 차를 들여와 파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형식승인을 위한 인증 기준이 디젤 차는 유럽 기준, 가솔린 차는 미국 기준에 가깝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르노는 프랑스 브랜드인 만큼 판매 기반이 유럽이고, 대다수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지 오래인 만큼 미국 법규에 맞는 가솔린 엔진 솔루션을 갖고 있지 않다. 가솔린 엔진 차를 가져다 팔고 싶어도 현실적인 벽이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한국지엠이 곧 판매를 시작할 쉐보레 이쿼녹스도 1.6리터 디젤 엔진 모델만 들어온다고 한다. 미국에서 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도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 판매 모델의 엔진은 일단 디젤 한 가지로 정해졌다는 것이다. 상품성이나 목표 가격대 설정의 어려움, 공급 문제 등 여러 변수가 작용했겠지만, 디젤 모델 판매를 확정한 데에는 아직 SUV를 찾는 국내 소비자의 가솔린 엔진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한국지엠의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경쟁 모델 대부분이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는 배경도 그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쉐보레 이쿼녹스 역시 디젤 차에 거부감을 가진 소비자를 끌어안을 방법은 없다. 절대적인 판매량이 적기는 해도 최소한 대안을 갖고 있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인 약점을 안고 판매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두 브랜드의 새 모델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마이너스 요소는 디젤 엔진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이다. 디젤 엔진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국내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할 정도라면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 쓰였음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디젤게이트와 이후 잇따라 불거진 여러 디젤 관련 이슈들 때문에 디젤 엔진 기술을 신뢰하지 않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디젤 이슈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소비자들도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듯 디젤 엔진을 불신하는 소비자도 늘어났다.

여전히 디젤 엔진은 동급 가솔린 엔진보다 연료소비량이 적기 때문에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는 디젤 차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인 소비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소형 SUV를 보면 다른 차급보다 가솔린 엔진 모델 판매 비율이 훨씬 더 높아졌다. 디젤 차의 경제성이 가솔린 차의 낮은 값으로 상쇄되기에 충분한 차급이기에 그런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동력원을 선택할 수 있는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선택할 수 있는 경우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도 그런 흐름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 게다가 친환경차 의무 판매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따라 여러 외산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디젤 차가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기는 해도, 르노삼성과 한국지엠 모두 국내에 기반을 둔 자동차 업체다. 그러나 완제품을 수입해 팔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기는 해도, 새로 내놓는 모델의 동력원이 모두 디젤 엔진이라는 점은 소비자 관점에서는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빠르거나 깊이 있는 현지화라는 국내 기반 업체의 장점은 전혀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놀랄만한 경제성이든, 탁월한 가격경쟁력이든,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할 수 있을 만한 상품성이든, 어느 하나라도 각 제품에서 부정적 인식을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설득력이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새 모델들이 그와 같은 핸디캡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완제품 수입의 한계는 계속해서 두 업체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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